
서아시아센터는 오랫동안 한국에서 활동한 시리아 인권운동가 압둘 와합을 모시고 시리아 내전의 전개 과정을 이해하고 내전이 끝난 이후 시리아가 마주할 도전과 기회를 전망하며 한국과 시리아 관계의 방향을 토의하는 행사를 개최한다.
2024년 12월 8일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망명을 가면서 13년간 이어져 온 시리아 내전이 종식되었다. 이후 과도 정부를 수립하여 국가 재건을 위한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자 세습을 통해 53년간 이어져 오던 아사드 정권이 끝나고, 새로운 임시 대통령을 맞이하는 등 시리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본 발표에서는 내전 이후 시리아가 직면한 도전적 과제를 조명함과 동시에, 시리아와 한국과의 협력 관계에 대해 전망해 보고자 한다.
발표자 : 압둘와합(헬프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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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25일(화) 아시아연구소 서아시아센터에서는 시리아 인권 운동가 압둘 와합 박사를 초빙하여 ‘변화하는 시리아 : 도전과 희망, 그리고 한-시리아 관계의 전망’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압둘 와합 박사는 다마스쿠스 법대를 졸업한 이후,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헬프 시리아에서 난민 보호 및 한-시리아 협력 증진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압둘 와합 박사는 시리아 내전이 종식된 이후 지난 1월과 3월 시리아에 방문했으며,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점을 토대로 현장감 있는 소식을 전달해 주었다.
강연은 시리아의 내부 분위기에 대한 감상으로 시작되었다. 현재 시리아는 ‘축제’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고 강연자는 전했다. 길거리에서는 새로운 국가의 탄생을 행복해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며, 물담배 시샤와 시끄러운 음악과 함께 그 행복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자원봉사자들이 도로 도색 작업을 하는 등 인프라 복구를 위한 자발적인 노력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국가에 대한 주인의식으로 비롯된 자발적인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오랜 기간 내전이 진행된 만큼 전 지역에 걸쳐 필수 기반 시설의 파괴 정도는 심각했다. 알레포 전기 발전소는 아사드 정부군이 철수하기 직전 폭발시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도 폭격을 맞아 이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지뢰 등과 같은 전쟁 잔여물이 대부분의 지역에 매설되어 있어, 민간인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재건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리아는 국제사회의 원조와 투자를 통해 국가 재건의 원동력을 받고자 한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 참여함으로써 외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압둘 와합 박사는 밝혔다.
체계적인 국가 재건 사업의 이행을 위해 정부 형태도 빠르게 제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지난 1월 아흐메드 샤라아가 과도 정부 임시 대통령으로 임명되었고, 국민대화회의를 통해 향후 국가 체계 조직 방향성 및 미래 계획 등을 논의했다. 압둘 와합 박사는 국민대화회의에 참여한 구성원들에게 주목했다. 국민대화회의는 새로운 국가 체제에 정당성을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함으로써 시리아 내 다양한 민족과 종교적 배경을 가진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의의를 가지기 때문이다. 전 정권 아래에서 무분별하게 자행되던 탄압이 과도 정부를 거치며 다양성을 포용하는 국가로 나아갈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해결해야 할 도전들도 분명히 남아 있다. 강연자는 이를 크게 내부적인 어려움과 외부적인 도전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내부적인 어려움으로는 아사드 정권 잔당 세력의 지속적인 위협과 쿠르드족 문제가 있다. 아사드 정권 세력은 대부분 인근 국가로 흩어졌지만, 일부 세력들은 시리아에 남아 민간인과 공공기관 건물을 공격한다고 전했다. 또한 쿠르드족 관계는 협력과 갈등이 존재한다고 언급하며, 쿠르드족 민간인과 쿠르드족이 이끄는 시리아 민주군(SDF), 쿠르드 노동자당(PKK)은 분리해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내 쿠르드족 민간인은 시리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하며, 정치적 의도를 가진 SDF와 PKK와는 구분되기 때문이다. PKK가 시리아 북부 지역에 주둔하고 있어 내부적으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지 않은 가운데, 과도 정부의 사회 통합 정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외부적인 도전으로는 HTS의 국제사회 인식과 시리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있다고 이어 설명했다. HTS는 아사드 정권 축출의 중심 세력이었으며, 과도 정부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HTS가 알카에다에서 분파된 세력이라는 점은 외교 관계에 마찰을 빚을 수 있다. 미국과 유엔은 HTS를 테러단체로 지정했었던 만큼, 안정적인 정권 이양을 통한 정치 정당성 확보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시리아는 아사드 정권 당시 미국과 EU의 경제 제재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따라서, 과도 정부는 경제 제재 완화를 요구했고, 현재 EU는 점진적으로 제재를 해제하고 있다. EU와의 활발한 교류는 교통, 물류, 금융 측면에서 시리아 경제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시리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압둘 와합 박사는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1월과 3월 방문했을 당시, 불과 2개월 사이에 전력 수급 및 국가 기반 데이터 구축이 빠른 속도로 진전을 보였다는 소회를 밝히며, 시리아 국가 재건은 성공할 것이라 덧붙였다. 더불어, 한국과 시리아의 정식 수교가 이뤄진 이후로는 활발한 협력을 통해 한국의 국가 재건 경험을 배우고,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압둘 와합 박사는 시리아 내전 종식 이후의 모습을 포착하여 시리아의 정치, 경제, 사회 문제 등을 현실감 있게 전달했다. 특히, 시리아 국가 재건에 대한 희망적인 관점과 그 사례를 제시하며, 향후 시리아의 발전에 기대감을 갖게 하였다. 각기 다른 분야 참관객들의 질문에 답변하며 세미나가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