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김호 교수
아시아연구소 HK교수 / 지역인문학센터 교장Start
2025년 11월 3일 - 11:30 am
End
2025년 11월 3일 - 1:3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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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3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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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HK⁺메가아시아연구사업단은 11월 3일 제4회 “아시아 비교지역연구 방법론 모색”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이번 콜로키움에서는 김호 교수가 “누가 요순시대를 선취할 것인가?: 비교정치의 관점에서 본 조선의 문명화”를 발표하며, 사상사와 비교지역연구(Comparative Regional Studies, CRS)의 접목 가능성을 모색했다.
중국 상고시대(上古時代)의 정치를 기록한 《상서(尙書)》(《서경(書經)》)에는 요순(堯舜) 이래의 정치, 도덕, 사상을 집대성한 우주자연과 세상사회의 대헌법이 담겨 있는데, 이것이 바로 “홍범(洪範, The Great Plan)”이다. 그렇다면 전근대 한·중·일의 정치인과 지식인은 이러한 ‘홍범’을 어떻게 해석하고, 또 당대의 현실정치에 어떻게 적용하고자 했는가? 비교지역연구의 관점에서 동아시아의 “홍범론”을 살펴보고자 한 발표자는 이번 콜로키움에서 특히 다산 정약용의 “홍범론”에 주목했다.
“홍범”의 내용을 다루고 있는 《상서(尙書)》에 대한 다산의 주석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조선 후기 사상사 연구에서 다산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도 제시되었다. 근대국가 형성의 서사 속에서 조선이 전근대로 규정되고, 성리학 극복을 통한 근대 도달이라는 익숙한 프레임이 반복되어 왔다는 비판에서 출발하며, 발표자는 이러한 통념을 넘어 다산의 사유가 성리학과 이분법적으로 대립하거나 서구적 근대의 추적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오히려 다산은 요순 삼대 정치라는 이상정치 전통을 재해석하며, 조선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현실에 맞게 갱신하고자 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특히 “상서학(尙書學)”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다산이 추구한 정치철학의 구조를 설명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정전제 개편, 교육제도 보완, 능력주의적 선양(禪讓)의 이상과 연결되는 다산의 고민을 단순히 ‘실학’이나 ‘근대성’으로 환원하지 않고, 고대의 정치 이상을 지적 자원으로 활용한 시도로 읽어낸 것이다. 발표자는 기자조선과 홍범 사유의 재해석, 그리고 일본 상서학 및 봉건 개념 재구성 사례까지 비교하며, 조선이 단지 후진성과 탈피 욕망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고전을 통해 모더니티의 다른 경로를 탐색했다고 주장했다. 이 점에서 조선 후기 사상은 단순한 수용이나 실패가 아니라, 경쟁적 문명 상상 속 한 축이었음이 설득력 있게 드러났다.
발표를 들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실학=근대’라는 도식에서 벗어나, 다산의 사유를 고학(古學)의 연속성과 창조적 계승으로 바라본 분석이었다. 조선도 나름의 모던을 기획하고 탐색하고 있었다는 문제 제기는 근대를 단일 경로로 생각해온 기존 논의에 도전하면서도 지나치게 상대주의적이지 않았다. 발표자가 강조했듯, 동아시아 내부 비교를 위한 상서학 연구의 필요성, 그리고 제도·윤리·능력주의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조선 사상의 현대적 의미를 재평가할 여지가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