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한국일보] 민원정의 중남미 포커스 - 부패도 운명으로 순응하는 중남미 사람들2022-07-18 10:27
작성자 Level 10

 민원정

[칠레 가톨리대 교수,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1799년 독일인 알렉산더 폰 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는 스페인 왕국으로부터 신대륙 영역에 대한 '천문을 관측하고, 산의 높이를 측정하며, 땅에서 자라는 모든 것을 수집하고, 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어떠한 작업도 수행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그는 1804년까지 현재의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멕시코, 쿠바 등을 돌며 화산과 폭포, 바다와 정글에서 중남미 대륙의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경험했다. 안데스산맥의 봉우리는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산인 몽블랑보다도 높았다. 지진, 홍수, 해일 등 자연은 인간 사회 발전을 위한 단순한 배경이 아닌, 운명을 결정짓는 필연이었다.

1831년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비글호에 몸을 싣고 약 5년간 갈라파고스를 포함한 중남미 대륙과 섬을 자유롭게 탐험하고 해안을 조사했다. 그는 동·식물 및 지질을 관찰하며 진화론의 기초를 다졌다. 1835년 칠레 콘셉시온 근처에서 규모 8.5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그는 지진이 바꿔버린 자연을 연구하며 지진, 화산, 지각의 수직운동에 대한 이론을 정리했다.

중남미 대륙에서 지진을 비롯한 대규모 자연재해는 오랜, 그리고 흔한 일이었다. 자연재해는 때로는 뜻하지 않게 정치 지도를 바꾸기도 했다. 남미 독립을 이끈 시몬 볼리바르(Simón Bolívar)가 1811년 독립전쟁 시작 후 건설한 제1공화국은 1812년 카라카스에서 발생한 지진과 원주민 인디오들의 반란으로 무너졌다. 남미 연방의 꿈은 이후에도 이어진 자연재해와 크리올들의 이권 다툼 속에 산산조각이 났고, 중남미는 30개국이 넘는 독립 국가로 쪼개졌다. 미 의회가 니카라과운하를 승인하기 직전인 1902년, 모모톰보 화산이 폭발하며 태평양과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교통로의 행운은 파나마가 차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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