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월간중앙] 신년특별기획시리즈 -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새로운 미래는 있는가 ④2023-04-07 14:11
작성자 Level 10

[신년특별기획시리즈]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새로운 미래는 있는가(4)

디지털 플랫폼을 시민사회운동의 디딤돌로


단체가 리더십 발휘하는 시대는 지나, 코디네이터 역할에서 가능성 찾아야

‘알고리즘 지배’에 대한 대응은 시대적 과제, ‘아래로부터 감시 사회’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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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16일 알고리즘 시스템에 기반을 둬 시험 결과를 산출하기로 한 영국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학생들이 런던에서 시위하고 있다.
/ 사진:로이터(연합) 

2023년 현재,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현주소를 알리는 키워드는 ‘연명’(延命)이다. 이 정도로 시민사회운동의 지속가능성은 심각한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나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충분한 자기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속히 진행한 수탁사업 결과로 불어난 몸집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위로부터 기획된 정책사업에 집중한 나머지 시민사회운동이 끈질기게 집중해야 할 ‘시민성을 갖춘 시민’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업에는 소홀했다. 수많은 정부 수탁사업이 냉정한 평가나 성찰 없이 진행됐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제는 ‘협치’라는 환상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물론 다수의 시민사회운동 단체가 자신의 전문성을 가지고 수평적 파트너십 하에 참여해온 정책사업을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능동적 사업 수행자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협치의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은 위협인 동시에 기회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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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Google)·아마존(Amazon)·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개발한 알고리즘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데이터화해 분석하고 예측한다. 
 
심지어 디지털 혁명과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으로 우리의 모든 일상이 데이터로 전환돼 보이지 않게 관리 혹은 감시받는 ‘데이터 사회’(datafied society)가 도래했다. 시민사회운동은 이를 비판적으로 독해하고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이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현재 위기를 마주하고 있는 시민사회운동이 돌아선 시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길이며, 본연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견지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시민사회운동은 초국적으로 연결된 데이터 사회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풀뿌리 지역에서부터 다양한 영역 간에 수평적이고 열린 소통과 숙의를 통해 새로운 협력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와 같이 중앙의 몇몇 거대 시민사회운동 단체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시대는 지났다. 더는 이들이 시민사회를 대표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 사회는 다양화되고 그 삶의 영역이 상호 긴밀하게 연결됐다.

그동안 정치기회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시민사회운동이 자신의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이 심각하게 흔들릴 정도로 큰 영향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광의의 시민사회를 전제로 한 새로운 시민사회운동을 지향해야 한다. 지역·영역·세대·진영의 경계를 넘어 공공선을 위해 열의를 갖고 참여를 희망하는 누구에게나 열린 연대의 장이 필요하다. 이를 가로막는 전통적인 연줄과 텃세가 시민사회운동 내에도 존재하고 있음을 우리는 목격했다.

결국 시민사회운동의 패러다임 전환은 ‘사람’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왜 과거와 같이 새로운 세대가 시민사회운동 영역으로 들어오지 않는가? 아직도 서로 경계 짓고, 편을 나누면서 시민사회 운동의 폭을 넓히고자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자기모순이다. 이런 갈라치기와 편 가르기를 강화하는 곳이 온라인 공간이다. 이러한 위협의 공간을 기회의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다. 다양한 층위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나고 소통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가진 벽을 허물고 서로 존중하며 스스로 협력 과제를 발굴하고 실천하면서 성과를 이뤄낼 수 있는 실천의 과정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공공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민성을 갖춘 시민은 사라지고 개인의 문제로만 접근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환경보호를 위한 ‘줍깅’ 프로젝트에 개인적으로 참여했지만,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참여 열의가 사그라진다. 이것은 시민의 존재는 약해지고 개인만 남는 시대의 한 단면이다. 시민사회운동 단체의 활동가가 역량이 강화되면 그들이 시민을 선도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개인의 시대로 변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개인의 시대를 시민의 시대로 확장하는 역할을 스스로가 찾도록 해야 한다. 시민사회운동 단체의 몇몇 프로그램을 통해 온·오프라인의 사적 공간으로 숨어버린 개인을 교육과 설득으로 다시 공공영역으로 끌어내기는 어렵다. 개인 스스로 자신은 이미 지식이 있고 정보도 있고 언제든지 공익활동을 조직하거나 참여해 공공선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 혁명이다. 시민사회운동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그리고 지속해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들이 맘껏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코디네이터 역할에서 그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디지털 플랫폼이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시민사회운동은 디지털 플랫폼의 명암을 제대로 읽어내고 그것을 시민과 함께 나누고 그것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디지털 정보와 인터넷을 활용하면서 스스로 똑똑하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알고리즘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알고리즘을 지배하는 자는 빅테크다. 그 빅테크의 위험성을 시민사회운동이 함께 철저히 독해하고 도전하고 저항해야 할 때다.

플랫폼 경제와 특수고용직 문제 해결에 역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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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퓨리서치(Pew Research)에 따르면, 일반 시민 중 30%가 정치·사회적 이슈를 옹호하고 지지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한다고 응답했다. 이 중 36%는 자신의 옹호 및 지지를 표현하기 위해 사진을 공유, 35%는 자신의 지역에서 이루어진 집합행동과 연대하는 단체에 대한 정보를 검색, 32%는 지인들에게 정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저항 행동에 참여할 것을 권유, 18%는 해시태그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 사진:공석기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이 데이터로 구성돼 행위·취향 그리고 가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데이터로 구성해, 설명하고 분석하고 예측하는 머신러닝이 보편화했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자료로 축적되고 그것이 상품화를 위해 가공돼 기업이나 정부에 전달될 때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불공정·불평등·불의·차별 등의 관계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시민사회운동은 이런 알고리즘 사회의 위험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데이터 축적·가공·활용 등의 민주적이고 공공적인 활용, 프라이버시 보호권, 탈상품화 정책 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나 디지털 플랫폼에 종사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심각할 정도로 겪고 있는 차별과 착취가 보이지 않게 진행되고 있음은 전 지구적 현상이다. 한국 사회의 경우 알고리즘 사회의 도래에 따른 플랫폼 경제와 특고(특수고용직) 노동과 관련한 정책 대응 과정에서 시민사회운동에서 비판과 대안 제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제공하는 사람은 소비자이지만, 이것을 독점하고 관리하고 통제하는 주체는 빅테크라는 역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풀뿌리 환경 운동단체나 지역 주민들이 지역 토건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한 운동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국 지역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얻은 개발이익을 독점하는 곳은 토건 개발사업자다. 지역주민들은 개발이익을 누리지도 못하고, 심지어 소중한 지역 생태계와 아름다운 환경을 영원히 잃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빅테크는 엄청난 속도·규모·범위로 우리 일상을 데이터로 전환하고 있다. 데이터를 상품화하고 이것을 기업들에 판매해 수익을 올리지만, 그것을 공유하기보다 독점해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시민사회운동의 전략과 전술 도구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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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거대 정보통신 기업들은 빅테크에 유리한 정책을 만들고자 적극적으로 정부나 정치인을 대상으로 로비하고 있다. 2022년 한 해 동안 아마존 1900만 달러, 페이스북 2000만 달러, 구글 1200만 달러, 애플 650만 달러를 로비자금으로 지출했다. / 사진:공석기

빅테크를 대표하는 ‘GAFAAMT’는 5개 미국 기업 구글(Google)·아마존(Amazon)·페이스북(Facebook)·애플(Apple)·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그리고 2개의 중국기업 알리바바(Alibaba)와 텐센트(Tencent)를 가리킨다. 빅테크의 사용자 수를 보면, 페이스북 29억 명, 유튜브 23억 명, 인스타그램 12억 명, 틱톡(TikTok) 7320만 명, 텔레그램 7000만 명이다. 미국 거대 정보통신 기업들은 빅테크에 유리한 정책을 만들고자 적극적으로 정부나 정치인을 대상으로 로비하고 있다. 2022년 한 해 동안 아마존의 경우 1900만 달러, 페이스북은 2000만 달러, 구글은 1200만 달러, 그리고 애플은 650만 달러를 로비자금으로 지출한 바 있다. 구글이 꿈꾸는 사회는 시민성을 갖춘 디지털 시민이라기보다는 기업이 주도하는 알고리즘에 저항하지 않으며, 그저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에 만족하고, 심지어 그들의 기술 진보에 감사하면서 스스로 자유로운 착한 정보 소비자로 머물기를 기대한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은 우리가 방문하는 모든 웹사이트 정보와 그곳에서의 활동을 상품성 있는 자료로 가공한다. 우리는 구글 서치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편리하게 혹은 무료로 활용하지만, 동시에 구글도 우리의 모든 활동을 모니터하고 이를 자료화한다. 특히 정부는 빅테크와 함께 스마트 도시, 스마트 보안 등 사업을 통해 개인의 삶의 복지와 안전을 높인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시민 모두를 보이지 않게 감시하고 있다. 우리는 빅테크가 관장하는 파놉티콘(1791년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죄수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고안한 원형 감옥) 안에 갇혀 살고 있을지 모른다. 특히 중국은 감시사회의 최첨단을 걷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주요 사회적 현안에 대한 옹호와 지지를 동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2020년 퓨리서치(Pew Research)에 따르면 일반 시민 중 30%가 정치·사회적 이슈를 옹호하고 지지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한다고 응답했다. 이 중 36%는 자신의 옹호 및 지지를 표현하기 위해 사진을 공유하며, 그리고 35%는 자신의 지역에서 이루어진 집합행동과 연대하는 단체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 본다고 한다. 소셜미디어 사용자 중 32%는 지인들에게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저항 행동에 참여할 것을 권하기도 하며, 그리고 18%는 해시태그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디지털 플랫폼은 시민사회운동의 중요한 전략과 전술의 도구이며 공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운동은 디지털 플랫폼의 전략·전술적 동원을 넘어서 더욱더 본질적인 문제를 다뤄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진정 민주적으로 정의롭게, 더 나아가 책임 있게 운영되고 있는가? 우리의 삶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흡수되고 있는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에 의해 시민의 일상이 관리되고 심지어 통제되고 있음을 비판적으로 독해해야 한다.

빅데이터의 시대다. 주체로서 역할을 담당해야 할 시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각종 통계와 데이터가 공공서비스 정책 수립의 근거가 되고 있다. 시민들의 소통과 숙의를 통한 정책 결정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이 만들어 낸 빅데이터 처리 결과에 의존하고 있다. 데이터 처리 기술의 발전, 사물 인터넷의 대중화, 인공지능(AI)으로 자동화된 환경으로 우리의 디지털 의존증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시민의 연대활동 통해 비판적 독해·대응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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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을 지향하는 기업 ‘파타고니아’ 직원들이 칠레 파타고니아 지역의 댐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라이팅하우스

구글·페이스북·아마존·네이버·다음 등 디지털 플랫폼 빅테크의 주된 수입원은 이제 대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으로 확장돼 있다. 그들은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인터넷 사용자의 소비성향, 가치관, 심지어 정치적 태도와 공익활동 참여까지 모니터하고 있다. ‘알고리즘이 나의 보스인 시대’를 살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한 비판적 독해와 대응은 개인이 아닌 시민의 연대활동에서 찾아야 한다. 만약 한국 시민사회가 쇠락하고 있는 시민사회운동을 이 알고리즘 지배 이슈에 집중할 때 흩어졌던 개인은 다시 연대와 협동의 필요성을 주목하며, 시민으로 다시금 깨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유튜브 등의 웹서비스는 사용자의 검색 히스토리와 쿠키(cookies)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별화된 결과를 제공한다. 개별 소비행위나 검색 히스토리를 근거로 광고나 동영상 콘텐트가 팝업하는 것을 더는 신기해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알고리즘의 개입에 익숙해져 있다. 이윤 추구를 목표로 삼는 기업에 이러한 데이터 축적 및 활용은 새로운 도전과 블루오션이 됐다. 그러나 이들의 자료 수집 및 축적이 공정하고도 객관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태도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마다 자신이 우선시하는 기준에 따라 선정·분류·연계·필터를 진행한다. 이는 편향되고 선별적일 수밖에 없는 알고리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것의 구글화’로 표현할 정도로 우리는 구글 안에 수동적으로 위치한다.

이것은 상품 광고에만 머물지 않는다. 검색을 넘어 스마트페이, 음성인식, 안면인식, 생체인식, 웨어러블 장치, 바이오 트래킹, 사물 인터넷 등으로 확장해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이 데이터로 축적·가공된다. 개인은 자유롭게 활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을 데이터로 축적해 그들을 보이지 않게 관리 및 통제하는 알고리즘의 지배를 수용하게 된다. 개인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시민 스스로 알고리즘 지배를 거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함께 이해하고 공동으로 대처하면서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궁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로 부상했다. 시민사회운동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이른바 디지털 플랫폼을 ‘아래로부터 감시하는 사회’(sousveillance society)가 되도록 시도해야 한다. 흩어진 개인은 아래로부터 감시하는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시민으로 다시 올라설 수 있는 디딤돌, 즉 디지털 플랫폼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냉소적 개인주의 옷을 입은 젊은 세대는 ‘공정’을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들은 승자독식의 경쟁시대에서 시험이라는 공정의 관문을 통과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고 자신만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는 것을 꿈꾼다. 그들에게 공공선·정의·협동·연대는 부차적이고 먼 얘기다. 사회적인 이슈를 주목하게 되는 것은 그것이 자신의 결코 작지 않은 ‘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될 때다.

‘파타고니아’의 타협하지 않는 철학 눈여겨 봐야

물론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MZ세대가 더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다만 그들의 인식과 전략에 대해 좀 더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그 대표적인 개념이 ‘소셜 임팩트’이다. 소셜 임팩트를 꾀하는 사회적 경제 영역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임팩트 커리어는 사회적 영향력을 일으키는 활동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매니저의 경력을 의미한다. 임팩트 활동을 통해 관련 분야에 소소한 변화를 추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과연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기득권에 도전하고 적극적으로 저항에 나설 수 있는가? 이러한 도전과 저항이 없이는 기득권 세력은 결코 정책 변화를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 지배사회에서 임팩트 활동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웃도어 의류 회사인 파타고니아는 기업인지 환경운동단체인지 헷갈릴 정도로 그들의 기업 철학은 명확하고 철저하다.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파타고니아의 가장 중요한 가치관은 연 매출 1%를 환경운동에 기부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업을 하는 주된 이유는 정부·기업들이 환경위기를 무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행동은 절대로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언제나 악이 승리한다”라고 일갈한다. 그들이 풀뿌리 환경운동단체를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린워싱도 아니고 사회공헌 프로젝트도 아니다. 지구 생태계를 보호하고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타협하지 않는 철학이 존재한다. 이것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나 권력에 욕심을 내는 정치인에게 결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저항하는 풀뿌리 단체가 늘어난다면 지구 환경과 생태계 보호를 요구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빅테크가 주도하는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 지배 전략도 우리를 디지털 플랫폼에 순응하는 개인으로 안주시키고자 끊임없이 정부에 로비하고, AI 개발로 우리를 현혹할 수 있다. 이제 알고리즘 지배 과정을 아래로부터 감시하고 그 자료를 축적해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밑으로부터의 알고리즘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개인으로서는 할 수 없고 시민의 연대와 협력으로만 가능하다. 디지털 플랫폼 영역으로 수렴하는 모든 활동에 대해 영역·지역·세대·진영의 논리를 뛰어넘어 시민 모두가 아래로부터의 힘을 갖기 위해 공감하고 연대하는 시민사회운동이 절실하다. 이것이 쇠락하고 있는 한국 시민사회운동이 새롭게 힘을 모아 낼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임현진 - 서울대 명예교수이며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다.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저서로 [전환기 한국의 정치와 사회: 지식, 권력, 운동], [비교시각에서 본 박정희 발전모델: 라틴아메리카의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와 아시아의 한국] 등이 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창립소장이며 경실련 공동대표를 지냈다.

※ 공석기 -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 분야는 정치사회학, 사회운동론, 시민사회론, 사회적 경제 등이다. 주요 연구 저서로 [글로벌 NGOs: 세계정치의 와일드 카드], [뒤틀린 세계화: 한국의 대안 찾기] 등이 있다. 현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경희대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환경운동연합 국제협력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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