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韓流, 구태 못벗으면 ‘寒流’전락” 아시아연구소 발행, 세계 속의 아시아 ③

[문화일보] “韓流, 구태 못벗으면 ‘寒流’전락” 아시아연구소 발행, 세계 속의 아시아 ③

韓流, 구태 못벗으면 ‘寒流’전락”

지속적 문화수출 전략 다룬 논문·연구서 봇물

미얀마의 고산마을은 전기 연결 및 TV 수신이 안 되는 지역인데도 대부분의 주민들이 발전기를 돌려 DVD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시청한다. 한류 인기에 힘입어 한국계 가수 싱싱은 미얀마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베트남에서 열린 KBS의 ‘뮤직뱅크’ 공연에는 3000명이 초대됐는데 이것은 베트남의 한류 열기를 감안하면 너무 적은 숫자였다. 초청자 수가 너무 적었기 때문에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 공연의 티켓을 얻는 것은 힘 있는 부모가 있다는 증거로 통용됐다. 지난해 11월 MBC ‘쇼!음악중심’ 베트남 공연은 유로화해 3만5000석의 대규모 공연으로 기획했다. 이번에는 청소년들이 비싼 공연 티켓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공부를 소홀히 해 부모들과 마찰이 더욱 심했다고 한다.

이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의 임현진(서울대 교수) 소장이 장원호(도시사회학) 서울시립대 교수와 함께 발표한 ‘한류문화소비의 다차원성’이라는 논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임 소장 팀이 언론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케이팝(K-POP) 공연 개최 국가 및 도시 수가 2011년 11개 국가 15개 도시에서 2012년 18개 국가 62개로 늘어났으며, 올해는 상반기에만 20개 국가 52개 도시로 폭발적 증가세를 나타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책 ‘동아시아 대중문화소비의 새로운 흐름’(나남)에는 이 같은 한류 콘텐츠의 수출 증가 추세와 함께 국가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반(反)한류, 한류의 지속성을 위한 전략 등이 담겼다. TV 드라마뿐만 아니라 한류 다큐멘터리 수출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EBS는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NHK 자회사인 NHK엔터프라이즈에 ‘신들의 땅 앙코르’ 등을 수출하기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다큐멘터리 수출액은 2008년 6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2011년에는 2300만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김익기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가 중국의 베이징(北京), 대만 타이베이, 일본 도쿄(東京)에서 4개 집단(20대 남·여 대학생, 30대 이상 남·여)별로 4∼7명을 초청해 실시한 토론 조사 결과를 축약한 ‘동아시아에서의 한류 소비의 양태’ 보고서를 보면 한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토론 조사에 참가한 중국의 대학생들은 “한류가 너무 평범하고 구태에 빠져 있으며 진정한 내용이 부족하다”며 “한류가 많은 사람의 외모는 바꿨지만 사람의 마음은 못 바꾸었다”고 꼬집었다. 대만의 30대 이상 남성으로 구성된 토론 참가자들은 “갈수록 오락화, 상업화되면서 내실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연령대의 여성들도 “내용 중복으로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본의 30대 이상 여성들은 “한국 드라마의 최종회가 급하고 조잡하게 끝나는 느낌”이라고 했고, 30대 이상 남성들은 “드라마와 음악의 공급 과다가 빚어지고 있는데 잘 팔리지 않는 것도 무리해서 팔려 하기 때문에 실패한 결과다. 이로 인해 한국의 이미지를 깎아 먹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한류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문화 국가주의를 경계해야 하며 문화 상품의 교류를 통한 협력의 증진, 더 나아가 문화 공동체 형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에 실린 논문 중 ‘중국 텔레비전 시청자의 드라마 소비 취향지도’는 강명구(언론정보학)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올해 초 베이징에 거주하는 20∼50대 393명을 대상으로 그들이 시청한 중국, 홍콩, 대만, 한국, 미국, 일본 드라마 20편을 선정해 반응을 조사한 결과다.

연구팀은 4개의 드라마 취향 프로파일을 찾아냈다. ▲A 현실적이고 논리적 감성 ▲B 이성적이고 경쾌한 감성 ▲C 비논리적이고 감정 과잉분출 감성 ▲D 로맨틱 트렌디 감성이 그것이다. 조사 결과 비논리적이고 감정의 과잉분출이 두드러지는 C프로파일에 대만 드라마와 함께 ‘천번의 입맞춤’ ‘조강지처클럽’ ‘청담동 앨리스’ 등의 한국 드라마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흔히 한류가 중국에서 세련된 문화적 취향에 대한 선망 때문에 받아들여진다는 기존 연구나 평론들의 추측은 사실과 다름을 보여줄 수 있는 결과”라고 밝혔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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