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두 선거에 볼모 잡힌 이란 전쟁

[경향신문] 두 선거에 볼모 잡힌 이란 전쟁

“우리가 시작한 일을 끝내야 한다.” 이스라엘 총선 전날인 지난 10월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표를 달라는 호소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네타냐후에 대한 첫 지지 선언은 더 노골적이었다. 이란과의 일을 곧 끝내겠다고 위협하면서도, 네타냐후가 지면 미국 혼자 그 일을 떠맡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전쟁을 계속할지가 남의 나라 선거 결과에 달렸다는 말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한 셈이다.

미국 자신의 선거도 다르지 않다. 트럼프는 10월8일 이란과 생산적 대화를 하고 있다며 11월3일 중간선거 전까지는 이란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9월 공화당 행사에서는 이 분쟁이 “선거 직후 곧바로 끝날 것”이라고도 했다. 전쟁 발발 후 미국 휘발유 가격은 1년 전보다 갤런당 1달러 넘게 올랐고, 이란 전쟁은 공화당의 발목을 잡는 악재가 됐다. 트럼프는 이를 핵 없는 이란을 위한 “작은 대가”라 부르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지지 정당과 상관없이 다음 의회가 전쟁을 끝내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더욱 크다. 공습의 시계를 멈춘 것은 협상이 아닌 각국의 선거였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7일 총선에서 네타냐후 진영은 53석에 그쳐 과반을 잃었다. 아랍계 정당이 역대 최다인 19석을 얻자 리쿠드당은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정 협상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네타냐후는 과도정부 총리로서 전쟁 권한을 그대로 쥔다. 협상이 깨져 재선거로 가면 그 기간은 몇달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표를 잃은 지도자에게 위기는 곧 기회라는 아이러니한 현실 속에서 전쟁이 길어질수록 아랍계 정당과 손잡으려는 야권은 설 자리를 잃는다.

두 지도자에게 이란 전쟁은 외교 문제이기 전에 정치적 생존의 문제다. 트럼프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일 협박성 발언을 쏟아내며 다시 전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남은 핵시설 한두 곳은 10분이면 처리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란의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어떤 위협에도 지리적 제한 없이 즉각 대응하라고 지시했고, 이란 군 당국은 다음 전쟁이 지난번보다 길어질 것이라고 맞받았다. 위협의 언어는 상대국보다 각자의 지지층을 향한다.

지난 칼럼에서 나는 미국과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강경한 언사가 국내 정치용인지 실제 작전의 신호인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썼다. 이제는 그 둘이 구분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다. 전쟁의 시점은 선거 일정과 결과가 정하고, 폭격 위협은 유세 연설의 일부가 됐다. 중동의 안보를 담보로 미국 선거 운동을 이어가는 트럼프의 행보가 우려스러운 이유다.

문제는 그 대가를 누가 치르느냐다. 다음 공습을 기다리는 테헤란 시민들, 휴전 중에도 폭격이 이어지는 가자 주민들, 또 다른 전쟁을 피해 집을 옮기는 베이루트 남부의 가족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충격을 떠안는 한국 같은 나라의 사람들이다. 이 전쟁의 대가를 치르는 이들에게는 어느 쪽 선거권도 주어지지 않았다. 한국 정부 역시 선거 이후를 기다리는 두 지도자의 시간표에 우리의 선택을 맞춰서는 안 된다. 투표가 끝나는 순간 전쟁의 문이 다시 열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