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다양성 교육의 시작점 ‘운동장’

[경향신문]다양성 교육의 시작점 ‘운동장’

미국 온라인 매체 ‘슬레이트’는 2026년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선수 가운데 26%가 이주배경 선수이며 48개 참가국 중 자국 출신 선수로만 구성된 팀은 8개 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말 그대로 ‘디아스포라 월드컵’이라 불릴 만하다. 인종적 다양성이 큰 팀일수록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함께 소개된다.

월드컵의 이런 변화는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학교 현장에서 이주배경 청소년은 더 이상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익숙해졌다는 말이 어려움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또래 관계와 학교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기에는 작은 차이도 쉽게 거리감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다문화 정책은 한국어 교육과 학교 적응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다만 초점이 “얼마나 빨리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가”에 지나치게 맞춰질 때, 아이들이 가진 문화적 배경과 강점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스포츠는 다문화 청소년의 관계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삼성 청소년 스포츠 클래스 ‘몸 튼튼 마음 튼튼’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문화 청소년들의 성장 스토리를 보면 스포츠가 교육적 매개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아이들은 스포츠를 단순한 신체 활동으로만 기억하지 않았다. 팀 활동이 어색했던 학생은 함께 뛰는 과정에서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경기 중 실수했을 때 친구들이 기다려준 경험을 오래 기억하는 학생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운동 실력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자기 감정을 인식하고, 친구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며, 실패 뒤에도 다시 시도하는 경험을 했다는 점이다.

스포츠 활동에는 심리 교육과 성찰 과정이 함께 필요하다. 활동 중 느낀 감정, 친구와 부딪친 일, 패배 뒤의 마음을 말로 정리할 때 스포츠는 관계를 배우는 시간이 된다. 심리 교육과 결합할 때 스포츠의 교육적 효과도 더 분명해진다.

스포츠 활동의 장점은 아이들이 서로의 강점을 비교적 빨리 발견한다는 데 있다. 다문화 청소년도 도움을 받는 대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어떤 아이는 친구에게 낯선 표현을 알려주고, 어떤 아이는 경기 규칙을 먼저 이해해 다른 친구에게 설명한다. 함께 움직이는 과정에서 역할이 생기고, 그 역할을 통해 관계가 만들어진다.

독일은 오래전부터 스포츠를 사회통합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독일올림픽체육회의 ‘스포츠를 통한 통합’ 프로그램은 이주배경 주민과 지역 스포츠클럽을 연결해 참여 기회를 넓히는 데 초점을 둔다.

학교 운동장은 거창한 정책 담론이 펼쳐지는 공간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곳에서 아이들은 서로를 평가하기 전에 함께 움직이는 법을 배운다. 말이 서툰 아이도 팀의 한 사람이 되고, 낯선 배경을 가진 친구도 필요한 동료가 된다.

다문화 사회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적응 훈련만이 아니다. 함께 활동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다시 관계를 맺는 경험이다. 운동장은 그 경험을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