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위대한 승리’ 뒤에 남은 것

[경향신문] ‘위대한 승리’ 뒤에 남은 것

106일간 이어진 전쟁이 멈췄다.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여든 번째 생일에 “이란과의 합의가 완료됐다”고 선언했고, 이란 외교부도 곧이어 이를 확인했다. 파키스탄과 카타르의 중재 끝에 19일 스위스에서 양해각서 서명식이 열린다. 닫혀 있던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열리고, 미국의 해상 봉쇄는 풀린다. 동결됐던 240억달러가 단계적으로 이란에 돌아가고, 60일간의 핵 협상이 뒤를 잇는다. 미국도, 이란도 이를 “위대한 승리”라 부른다.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숨졌고, 이란은 이스라엘과 역내 미군 기지를 향해 대대적인 보복에 나섰다. 4월 임시 휴전이 선언되기까지 이란에서만 3600명 넘게 목숨을 잃었고, 그중 1700여명이 민간인이었다. 호르무즈가 막히자 세계는 유가와 물류를 걱정했고, 우리 국적 선박 스무 척 남짓도 발이 묶였다. 이제 바닷길이 열리며 세계는 한숨을 돌리지만, 정작 그 전쟁의 한복판을 살아낸 이란인들에게 ‘승리’와 ‘평화’는 같은 단어가 아니다.

며칠 전 통화한 이란의 한 지인은 휴전 이후 극심한 경제난을 이야기했다.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살아남은 이들은 투잡, 스리잡을 뛰며 하루하루를 버틴다고 했다. 이번 전쟁으로 파괴된 이란 전역의 인프라를 복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한참이 걸릴 것이다. 무엇보다, 전쟁과 연이은 정치적 소요 속에서 터전을 잃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은 이들의 마음에 평화가 돌아오기까지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양해각서가 멈춘 것은 포성이지, 사람들의 삶이 아니다. 그들의 삶은 계속된다.(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