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임현진 칼럼 –  탄소중립, 갈 길이 멀다

[내일신문] 임현진 칼럼 – 탄소중립, 갈 길이 멀다

[창립소장 임현진 교수(시민사회 프로그램 디렉터)]

 

대한민국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2030년 탄소 감축목표를 2018년 배출량 대비 35%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최소 50%를 주장하는 환경단체와 30%도 버겁다는 기업계 사이에서 절충했다. 이보다 감축목표를 높여야 하겠지만 우리의 지금 준비상태로는 10년 안에 40% 목표를 따라잡기도 쉽지 않다.

기후변화가 재앙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에 국민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정부의 에너지원에 따른 발전량 시나리오를 보면 국가전력 공급계획이 부실하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쉽지 않은 가운데 무엇보다 탈원전과 탈석탄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과 흡수량을 합쳐 0을 만든 넷제로(net-zero)를 의미한다. 문재인정부는 2050년을 넷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넷제로를 목표로 설정한 132개 국가들 중 한국은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나라다.

탄소중립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감축방안이 허술해 앞으로 전력공급에서 적지 않은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견된다.

에너지 지속성이 가능할까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생산은 2020년 기준으로 원자력 29.0%, 석탄 35.6%, 가스 26.4%, 재생 6.6% 등이다. 2017년 대비 지난 4년간 석탄이 7.5% 줄고, 원자력이 2.2% 늘어나고, 가스가 6.4% 증가했다. 탈원전이라 하지만 원자력 비중이 높아졌고, 석탄 대신 가스 사용이 늘어난 것에서 탈석탄의 이면을 볼 수 있다.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의하면 전력의 주요 원천은 재생에너지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60%를 차지한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확대는 지난 4년간 G20 국가들 중 빠른 편이다. 그러나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G20 평균 28%의 1/4 수준이다. 한국은 계절에 따라 풍향이 바뀌어 풍력 발전의 조건이 좋지 않다. 산악지형이 많아 태양광도 효율이 낮고 자연파괴가 심하다.

탈석탄에 비교적 성공을 거둔 노르웨이 독일 영국 스웨덴 덴마크 등은 꾸준한 민간과 공공투자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시도해 왔다. 영국은 이미 2008년 기후변화 관련 법률을 제정해 2050년까지 매 5년간 탄소감축 예산을 책정해뒀다. 정부 선도 아래 시민과 기업, 노동이 동참하면서 2019년 이미 1990년 대비 탄소배출을 44% 감축했다. 2035년 78% 감축을 통해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려 한다.

독일은 2019년 기존의 기후변화법을 개정해 2030년에 1990년 대비 65% 감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2020년 41% 감축에 성공했고, 2045년 넷제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중앙정부 지자체 기업계 노동계 주민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참여 아래 탄소중립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이익을 공유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협치를 중시한다.

한국도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헌법에 기후변화에 관한 국민의 기본권을 명시해야 한다. 탄소감축이 뒤틀리면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장하기도 어렵지만 국제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제재에 따라 고립될 수 있다. 정권의 변화와 무관하게 지금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보강하고 정부가 기업과 노동과 더불어 에너지 전환의 비용과 고통을 분담하는 협치의 틀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제조업으로 먹고 사는 나라다. GDP 비중이 27.8%다. 제조업 강국 독일보다도 높고, 미국 일본에 비해 두배 이상이다. 반도체 스마트폰 석유화학 자동차 선박 등이 해외수출을 주도하는 가운데 넷제로를 향한 전력공급 과정에서 차질이 오면 산업계 전반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도 힘들다. 도전을 기회로 반전시켜야 한다. 지금의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에 IE&D(Inclusion Equity and Diversity, 포용성·공정성·다양성)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ESG는 기업의 관점에서 경영과 투자를 위한 것이다. 지속가능성이란 이름 아래 환경워싱 책임각색 인권위장 등 홍보수단으로 편용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녹색혁명을 위한 빌 게이츠 재단의 투자는 유전공학 기술을 활용한 생합성 식량을 생산함으로써 오히려 그 지역의 농민과 농업을 해치고 있다. 엑슨모빌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더디게 하기 위해 허위정보를 유포해 과학의 신뢰성을 손상시킨 적이 있다. 기후변화를 노골적으로 부정함으로써 탄소중립을 향한 세계 각국 정부의 노력을 훼방한 것이다.

ESG에 IE&D를 보완해야

IE&D는 형평의 가치에 입각한 일자리 창출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동참 아래 직원과 고객에게 공평한 대우와 기회접근을 강조한다. 인간과 사회와 환경을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연결한다. 산업구조 전환을 서두르면서 기업과 노동은 과감한 혁신을 통해 미래창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탄소중립은 멀고도 어려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