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 한·중관계 갈등 사례의 분석 및 함의 | 정재호

  • 연구책임자: 정재호
  • 지원기관: 외교부
  • 문의: cjhir@snu.ac.kr
  • 보고서: 직접문의

요약문

지난 25년간의 한-중 관계를 돌이켜보면, 양적 성장(成長)에 비해 그에 걸맞은 질적 발전(發展)의 부재에 대해 아쉬운 면이 적지 않다.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무역, 투자, 관광 부문의 양적인 확대에 지나치게 집중해온 나머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과도하게 심화되는 경향이 생겨났고, 또 이러한 양적 성장이 한국의 전략적, 외교적 입지에 미칠 수도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평가와 고려가 대체로 부족했다는 점이다.

본 보고서에서는 수교 이후 있었던 한-중 간 네 가지의 갈등 사례(마늘분쟁, 고구려사 문제,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의 갈등, 그리고 사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함께 비슷한 현안들로부터 기인한 갈등 사례에서 다른 나라들에 대해 중국이 어떤 행태를 보였는지 보기 위해 OECD 선진국 지위를 가진 프랑스, 노르웨이, 그리고 일본의 사례를 비교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이와 같은 사례연구 및 비교의 관점을 통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발동했던 조기경보(early warning)에 대해 과연 우리는 적절한 주의를 기울였는지, 중국이 취할지도 모르는 제재조치에 대한 충분한 대비는 있었는지, 그리고 불가피하게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면 중국에게 최소한의 ‘체면 살리기’는 해줬는지 등에 있어 반추가 절실하다.

둘째, 노르웨이와의 갈등에서 자신의 목적 달성까지 중국은 근 6년이나 제재를 지속한 전례가 있기에 그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다만 2012년 일본과의 분규가 ‘경성 안보’의 현안이었기에 경제 제재의 시한이 비교적 짧았다는 평가가 맞는다면 사드 문제도 어느 시점에서 ‘봉합’이 이뤄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셋째, 이번 제재는 중국이 ‘전통적 세력권’으로 여기는 동아시아 국가에 대한 ‘길들이기’의 측면일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지금까지의 한-중 관계에 있어서 한국이 “밀면 밀리는 나라”로 인식되어온 것에도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사드 국면에서의 향후 대 중국 교섭은 이러한 인식에 일정한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겠다.

넷째, 여러 사례들을 통해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한 대화 시도의 노력이 중요함을 보았다. 한국 역시 2017년 5월 이후에만 3~4차례 고위급 인사들의 파견을 통해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기는 했지만 별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앞으로도 중국은 우리 측이 사드 문제의 해법과 ‘사과’의 뜻을 밝히는 대표단을 중국에 파견하기를 희망할 터인데, 구체적으로 어느 선까지 중국의 선호를 받아들일 지가 단지 이번 분쟁의 타결뿐 아니라 향후 유사한 문제에 있어서도 또 하나의 중요한 전례(precedent)로 작동할 것인 바, 이에 대한 치밀하고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중 갈등의 이전 사례들에서 보면 – 특히, 마늘 분쟁과 고구려사 문제에서 드러났듯이 – 우리의 조급함이 큰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대한 치밀한 반추, 현재 상황에 대한 상세한 파악과 이해, 그리고 미래 상황(contingencies)에 대한 상정과 대비를 포괄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