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특권과 차별은 동전의 양면이다
[김석호 교수(한국사회과학자료원 공동연구원)]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해진 용어는 ‘사회적 거리 두기’일 것이다. 나는 이 용어를 처음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사회과학에서 사회적 거리란 “개인 간, 개인과 집단 간, 집단 간 심리적으로 먼 정도” “한 사회 내에서 특정 인종집단이 거부되는 수준”을 나타내는 의미로 지난 100여 년 동안 사용돼 왔기 때문이다.
코로나 확산을 막고자 물리적으로 멀찍이 떨어지고 사회적 관계를 잠시 보류하라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장한 것이겠지만, 주류의 소수에 대한 편견을 나타내는 이 용어가 혹시 다른 사회 구성원을 잠재적 확진자로 경계하게 만들거나 ‘확진’이라는 재난을 당한 사람을 ‘우리’와 다른 ‘그들’로 취급하게 할 수 있다는 염려가 있었다. 자칫하면 아프지 않은 ‘우리’는 정상적이고 ‘그들’은 정상에서 이탈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누구나 확진이라는 사고를 당할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으며 일찍 감염된 사람들일 뿐이고,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운 좋게 아직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부여된 정상이라는 특권을 무분별하게 휘두르는 폭력의 언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