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임현진 칼럼 – ‘기후마겟돈’ 이미 현실이다
[창립소장 임현진 교수(시민사회 프로그램 디렉터)]
UN이 정한 기념의 날이 수십개에 달한다. ‘세계평화의 날’ ‘국제행복의 날’ ‘세계여성의 날’ ‘물의 날’ 등. 지구적 문제를 강조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기념일을 제정했지만 그 어느 하나 실효성 있게 지켜지지 않는다. 1970년 4월 22일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사고를 계기로 만든 ‘지구의 날’이 지난달 50주년을 맞이했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의 세계적 유행이 기후변화와 깊이 관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미래의 지구에 대한 고민없이 지나쳐 버렸다.
올해 들어 지구종말시계는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최후 시간인 자정까지 100초가 남았음을 가리킨다. 핵전쟁 못지않은 기후변화의 위협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 월드(G. Wald) 미 하버드대 교수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인류문명이 30년 안에 끝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코로나 비상사태 앞에 자국 중심의 국가주의가 기승을 부리며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잊혀지고 UN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가뭄과 홍수, 혹서와 혹한, 폭우와 폭설이 교차한다. 시드니의 멈추지 않는 산불, 바그다드의 때 아닌 함박눈, 물이 말라버린 빅토리아 폭포 등 종잡기 어렵다. 남북극의 얼음이 녹아 펭귄과 흰곰이 갈 데가 없다. 기후변화로 인해 생물다양성이 훼손되고 있다. 해마다 세계적으로 동식물의 10%가 사라진다.
우리나라는 전세계 4대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하면 초미세먼지가 심각한 세계 100개 도시 중 61개가 한국에 있다. 중국 영향과 화석연료에 따른 대기오염으로 연 4만명이 조기사망한다. 그렇다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쉽지 않다.
기후변화에 대해 젊은세대는 분노한다. 스웨덴 출생 청소년 툰베리(G. Thunberg)는 영국 플리머스에서 태양광 요트를 타고 두주에 걸쳐 대서양을 횡단, 미국 뉴욕의 UN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발달장애를 겪은 그녀가 2019년에 주도한 ‘기후를 위한 학교파업 시위’에 125개국 젊은이들이 2000여개 도시에 모였다. 개발과 성장의 과욕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류 정치인 기업인 지식인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기후변화 못 다스리면 인류문명 종언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파괴 이상기온 국경분쟁 인종분규 자원갈등 재정파탄 식량위기 도시침수 난민발생 질병확산 등이 나타난다. 인류의 생존과 안녕이 걸린 전지구적인 문제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은 기후변화에 따른 동식물 서식지 파괴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지구 평균기온이 1℃ 오를 때마다 전염병이 4.7%씩 증가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온도와 습도의 상승이 생태계 질서를 무너뜨리면서 동물과 인간의 거주지 경계를 허물어 열대우림에 서식하던 세균이 인간에게 옮겨진다. 최근 20년간 30종이 넘는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2년 이후 사스 돼지열병 에볼라 메르스가 거의 3년마다 일어난다.
지구 생태환경의 붕괴를 막으려면 2100 년까지 지구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줄여야 한다. 그러나 5년 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제기한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로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다.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공조에 앞서 국가 기업 가구 개인의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바이러스 비상사태로 공장이 멈추고 이동이 줄면서 대기오염이 사라지는 ‘코로나의 역설’에서 배워야 한다.
코로나 비상사태가 시사하듯이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자신의 결단과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생산과잉과 소비의 낭비를 고칠 수 있도록 발전 패러다임을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
단기간에 탄소중립을 실현하기는 어렵다. 우리 현실에 맞게 저탄소부터 시작하는 에너지믹스가 불가피하다. 점차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믹스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기술적 해결과 생태적 접근을 동시에 시도해야 한다.
순환과 절약을 통해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러나 나부터 고치기가 쉽지 않다. 가능한 걸을 수 있는 만큼 도보를 활용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에스컬레이터가 있으면 계단 올라가는 것을 잊는다.
발전 패러다임 과감히 바꿔야
인류는 현세의 편의를 위해 자원과 토지를 남용함으로써 지구의 명운을 단축해왔다. 개발이 자연의 활용을 넘어 파괴로 이어졌다. 미(未)발전도 문제이지만 과(過)발전은 더 문제다. 우리는 필요한 것보다 더 생산하고 더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머지않아 지구 자체가 인간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될지 모른다. ‘기후마겟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역사는 현재 시점에서의 과거와의 대화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넘어 미래로의 호출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적어도 한 세기를 내다보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시야가 필요하다.
문명적 대전환을 위한 탈(脫)탄소 그린뉴딜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인류를 포함한 지구의 모든 생물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일으키는 이른바 ‘인류세’(Anthropocenene)의 도래를 눈여겨봐야 한다. 후대가 살아갈 수 있도록 지구를 살리기 위해 행동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