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낯선 세계 뛰어든 여성들…생생한 현장연구 분투기
이스라엘 제2의 도시 텔아비브에는 고립된 섬처럼 숨겨진 공간이 있다. 도시 남서쪽에 있는 소규모 주거지역 네베셰아난이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악명 높은 우범 지역이자 빈민가로 알려진 이곳에 2010년 한국 여성이 발을 들였다. 텔아비브대에서 인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임안나 씨(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였다.
네베셰아난에는 필리핀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네팔·인도·스리랑카·태국·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노동자와 난민들이 섞여 있었다. 그중에서도 주로 여성인 필리핀인은 거의 모두 특정 아파트에 입주하고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10~20여 명이 함께 사는 아파트는 외부와 차단된 폐쇄적인 공간인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모든 입주자의 사생활이 공유되는 개방적 공간이었다. 치안이 불안한 데다 수시로 들이닥치는 이민경찰 때문에 외부인을 경계하지만 입주자들은 주말에 파티를 함께 즐기고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 정보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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