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일본의 전사자 기념에 대한 인류학적 고찰

특공(가미카제)은 세계 전사(戰史)상 유례를 찾기 힘든 비극성을 내포한다. 그 비극성의 원천은 전과(戰果)가 아닌 죽음 자체가 목적이었다는 점, 그러한 목적이 조직화된 작전의 형태로 전개되었다는 점, 무엇보다 수천 명의 학도병과 소년항공병이 그 무모한 작전에 동원되어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는 점에 있다. 그렇다면 이토록 비극적인 특공의 죽음은 어떻게 기억되고 또 자리매김되어야 하는가. 그들의 죽음은 국가를 위한 순수하고도 성스러운 ‘순국’인가, 그렇지 않다면 침략전쟁에 동원되어 안타깝게 죽어 간 ‘개죽음’에 불과한가.

이 책은 특공의 죽음이 내포하는 이러한 양의성에 주목하면서, 전사자에 대한 기념·현창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는 근대국민국가의 논리를 넘어 ‘산 자는 죽은 자와 어떻게 마주해야 할 것인가’라는 윤리적·실천적 물음을 던진다. 저자는 과거 특공기지였던 가고시마를 수차례 직접 찾아 특공에 대한 기념과 위령이 전개되어 온 양상을 폭넓게 검토함으로써, 그러한 실천이 전후 일본이라는 시공간 내에서 갖는 의미와 한계를 ‘바깥’이 아닌 ‘안’에서 드러내려 하였다.

* 이 책은 2014년 <제1회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학위논문상>을 수상한 저자의 박사학위논문 「전후 일본의 특공위령과 죽음의 정치」를 단행본의 구성에 맞게 대폭 수정·재구성한 것이다.

 

지은이 소개


이영진(李榮眞)

1975년 광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전후 일본의 특공위령과 죽음의 정치」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그린비, 2016, 공저), 『애도의 정치학』(길, 2017, 공저) 외에 「전후 일본과 애도의 정치: 전쟁체험의 의의와 그 한계」, 「파국과 분노: 3・11 이후 일본 사회의 脫원전 집회를 중심으로」, 「부끄러움과 전향: 오월 광주와 한국사회」 등의 논문이 있다. 현재 서강대학교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 인문한국(HK)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