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동아시아 역사 속의 류큐병합
19세기말 동아시아 국제관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진행된 일본의 류큐국 병합 과정에 대한 연구서 『근대 동아시아 역사 속의 류큐병합 -중화세계질서에서 식민지 제국 일본으로–』가 번역/발간되었습니다.
19세기말 동아시아 국제관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진행된 일본의 류큐국 병합 과정에 대한 연구서 『근대 동아시아 역사 속의 류큐병합 -중화세계질서에서 식민지 제국 일본으로–』가 번역/발간되었습니다. 오키나와 출신의 정치학자 나미히라 쓰네오 (波平恒男) 류큐대학 교수의 2014년 저작 『近代東アジア史のなかの琉球併合――中華世界秩序から植民地帝国日本へ』을 윤경원 통일문화연구원 연구교수와 박해순 번역가의 공동작업으로 마침내 방대한 부피의 번역서가 완성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가 기획하여 발간하고 있는 아시아 근현대사 총서 시리즈 7권입니다.
『근대 동아시아 역사 속의 류큐병합 -중화세계질서에서 식민지 제국 일본으로–』는 1872년에서 1879년에 걸쳐서 진행된, 일본의 주류역사학에서는 ‘류큐처분’이라고 칭하는 류큐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독립국으로서 지속해 온 류큐왕국이 일본의 제국주의에 편입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기존의 일본 주류역사학의 관점과 대치되는 두 가지 문제의식에 근거해서 고찰을 진행한다. 하나는 ‘류큐처분’의 역사를 아래로부터 즉 처분당한 측, 병합당한 측에서도 파악하려는 분석의 시각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류큐병합의 역사를 일본사의 한 부분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역사라는 커다 란 맥락 안에서 자리매김하여 파악하고 있는 점입니다. 특히 이러한 시각을 ‘한국병합’에 이르는 조선의 역사와 대비시키면서 고찰했습니다. 이렇게 미시적・거시적 두 방향으로 고찰의 시각을 확대 함으로써 지금까지 간과해왔던 사실(史実)을 밝히고 또한 종래의 사실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정정되어야 하는 견해를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근대 동아시아 역사 속의 류큐병합 -중화세계질서에서 식민지 제국 일본으로–』는 원본 분량 450여쪽, 번역본 5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부피의 연구서로서 서장, 5장으로 구성된 본론, 보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장은 이 책의 문제의식과 구성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있고, 본론의 1장은 류큐 왕국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기술합니다. 2장은 류큐번왕책봉 조치 과정과 그 역사적 의미를 일본 본토와의 관계, 일본 중앙정권의 중앙집권화 정책의 의미 등을 중심으로 검토합니다. 3장은 정한론 정변과 대만출병 강행 까지의 과정을 기술하고, 4장은 폐번치현의 맥락에서 이루어진 ‘류큐번 처분’의 본격적인 완결과정을 다루었습니다. 5장은 류큐 병합이 근대 동아시아 역사내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두 개의 병합이라는 시선으로 해석하고 평가하였습니다. 보론에서는 저자에게 류큐병합 연구의 계기가 되었던 기샤바 조켄이라는 인물과 그의 저작 『류큐견문록』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31일 류큐왕국의 왕성이자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오키나와의 슈리성이 전소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오키나와와 우리나라는 각각 독립된 국가에서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국권을 침탈당한 뼈아픈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새로운 냉전질서가 동아시아에서 구축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분단의 아픔을 겪었고, 오키나와는 일본의 1개 현의 위치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류큐병합’의 과정을 종주국의 제국주의적 역사관을 정면으로 비판하려는 피지배자의 관점으로 그 당시 동아시아 지역질서가 일본 제국주의에 편입되는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있는 『근대 동아시아 역사 속의 류큐병합 -중화세계질서에서 식민지 제국 일본으로–』가 새로운 동아시아 평화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타산지석의 증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