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종파 사건’은 북한 정치 체제와 북·중·소 삼각관계의 초기 구조에 변화를 일으킨 첫 사건이다. 협력적인 북·중·소 삼각관계의 구조적 특징의 변화는 북한 국내 정치에서 비롯되었다. 소련공산당 제20차 당 대회 이후, 김일성의 반대 세력들은 김일성의 개인숭배를 비판하고 집단지도체제를 회복할 것을 요구했다. 반김일성 세력의 시도가 실패한 후, 소련과 중국은 조선로동당 내정에 개입했다. 지도자의 정권 공고화가 정책적 목표였던 김일성은 양국의 내정 개입 초기에는 소극적이지만 전략적으로 대응했고, 1956년 동유럽 위기 이후에는 당내 반대파들을 숙청하는 등 적극적 대응 전술을 펼쳤다.
중국공산당과 소련공산당이 조선로동당 내정 개입에 실패하면서 중소 분쟁 이전, 북·중·소 삼각관계의 특징적인 구조로 인해 북한이 중국과 소련으로부터 대내적 차원의 상대적 자율성을 형성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이 형성되었다. 협력적인 중소 관계 하에서, 북한이 대내적 차원의 자율성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소련 일국 중심의 삼각관계에서 세 양자 관계로의 전환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북한의 저항 정책과 중국과 소련의 부주의로 인해 북한은 강대국의 내정 개입을 배제하고 수직적인 소-중-북 구도에서 세 양자 관계로의 전환을 이룰 수 있었다. 김일성의 저항이 가능했던 것은 동유럽 동란으로 인해 사회주의 진영에서 주권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고 중국과 소련이 김일성을 대체할 수 있는 지도자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일성은 외부적 연계를 맺고 있는 반대 세력들을 숙청하였고 이후 중국과 소련이 북한에 대한 정치적 개입은 직접적인 내정 문제에 대한 관여가 아니라 설득과 회유, 보상과 처벌을 통한 간접적인 수단을 통해야만 했다.
발표자 약력
양미화는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이다. 박사 학위 논문 제목은 <북중소 삼각관계와 북한, 1956- 1961: 북한의 상대적 자율성 형성>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일대일로 전략과 중한 협력”, “North Korean Autonomy and the Sino-DPRK-Soviet Triangle: The Process of Withdrawing the Chinese People’s Volunteer Army”(Association for Asian Studies 2023 Annual Conference, 17th- 18th February 2023, 회의 논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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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 아시아연구소 브라운백 세미나에서 량미화 연구원의 <8월 “종파 사건”에 관한 재고찰: 북중소 삼각관계와 북한의 상대적 자율성 형성>을 주제로한 발표가 진행되었다. “신냉전” 담론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중러 관계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이러한 상황에서 “8월 종파사건”이라는 시각으로 북한의 외교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발표자는 “북한이 중국과 소련으로부터의 ‘상대적 자율성’은 어떻게 가능했는가?”라는 연구에 있어서의 핵심 질문을 먼저 제기했다. 그리고는 기존의 연구에서는 중소분쟁 이전의 북한의 상대적 자율성 연구가 부족하고 북한의 대외적 자율성의 연구가 내부적 요인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상대적 자율성이라는 개념과 북중소 삼각관계라는 관계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정의하면서 연구의 기본 개념을 설명했다. 본격적인 연구대상인 “8월 종파사건”에 대해서 발표자는 사전의 전개과정을 통해 “당내 분파 경쟁”, “반대세력의 외부개입 요청”, “소련의 태도”, “8월 전원회의의 결과” 총 4개 부분으로 자세히 서술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을 강대국 내정 개입과 김일성의 대응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았는데 중국과 소련이 북한 내정 개입에 있어서 태도의 차이가 존재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김일성은 이러한 개입에 대해서 소극적 저항이라는 대응방식을 취했고, 외부환경의 변화를 감지하여 반대국주의 정책의 구상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연구결론 부분에서 발표자는 당시의 특수한 국제적 환경과 북한의 국내 정치 환경으로 인해 북중소 삼각관계에 변화가 생겼고 북한은 전략적인 저항을 통해 내정개입에 대응하고 삼각관계 구도에 영향을 주었다고 결론지었다.
오늘날의 동북아 국제정세를 놓고 한미일동맹에 대응하여 북중러가 손을 잡았다는 표현이 참 많으나 사실상 북한은 늘 전략적으로 외교 선택을 하였고 북한과 중국, 북한과 러시아의 외교적 거리는 늘 가깝지만은 않았다고 생각된다. 하기에 현시점에서 북한의 상대적 자율성을 바라보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
북한이 중국과의 경제협력,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동북아 구도에 있어서의 북한의 존재를 북중러라는 진영으로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진영대립을 강화하고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외교적 능동성을 제한하는 셈이 된다. 북한과의 대화가 잘 안될 상황에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접근과 같은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이번 브라운백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점에 있어서 유의미하고 또 이러한 상황이기에 더욱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글 | 한승헌(학술기자단, 연구연수생 18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