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표 : 나가사와 유코(와세다대)
Review
나가사와 유코는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펠로우로, 고려대학교에서 한미일 외교사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나가사와 박사가 본 연구에 앞서 가졌던 문제의식은 일본과 한국전쟁의 관계에서, 외무성의 인식 변화와 외교적 대응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관련한 선행연구로는 전쟁 특수(特需)와 경제 성장, 한일국교정상화, 미일 안보 체제 등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진 바 있다. 남기정 교수의 ‘기지국가론’, Tessa Morris-Suzuki의 ‘일본의 참전’ 등이 대표적이다. 나가사와 박사는 본 연구에서 1950년-1953년에 걸친 외무성의 문서를 세밀히 분석하여, 일본의 정전 외교에 대한 인식(참여 가능성, 국제사회 복귀 시도 등)과 외교관의 활동을 연구하였다. 아래는 연구의 상세 내용이다.
일본 외무성은 한국전쟁 정전으로 국제사회 복귀를 모색하였으며, UN을 통해 정전에 대한 정치 회담 참여를 기대하고 평화국가로서 외교적 역할 확대를 추구하였다. 정전외교는 일본의 냉전기 외교 전환기의 핵심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일강화조약 체결 이전 일본은 형식상 점령 상태였기 때문에, 한국전쟁을 통해 독립 국가로서의 발언권을 모색한 것이다. 대표적인 근거로는 합법적 자위권이 인정되면 의용군을 검토하자는 토론 문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헌법 제9조에 전쟁 포기를 명시하였으며 의용군 파견은 법적으로 불명확하다는 불확실성이 존재했다. 또한 외무성은 비공식 정보 수집 및 한국, 미국과 소통 모색하는 노력을 기울인 것과 동시에 소련의 반대로(대일 견제 목적) 인해 UN 가입에 실패한 바 있다.
휴전 협정 전후로 일본 내에는 경제적 정치적 불안감이 존재했다. 외무성은 일본의 미래에 대한 강한 불안감을 가졌으며, 특히 전쟁 특수(特需) 감소에 따른 경제적 타격 완화에 집중하고자 했다. 외무성은 국제 여론 관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으며, 특히 휴전 협정에 주체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일본의 재평가 형성에 힘썼다(외무성은 정치평론가 월터 리프먼에 주목하여 휴전 협상에 대한 일본과 소련의 참여 필요성 강조한 바 있다.). 일본은 휴전 이후에도 국제 정치에 관여하려는 노력을 지속하였으나, 무장 해제 및 UN 미 가입 상태 등으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일본에게 긍정적인 사건들도 존재했다. 자민당은 휴전 후 이틀만에 중국과 무역 촉진을 결정하였고, 1953년 8월 25일 UN 총회에서 일본의 정치회의 참여 논의가 주제로 설정되었다. 일본은 이를 ‘성공’이라 평가하며, 휴전 이후 동아시아 질서 구축 참여 가능성을 낙관하였다. 이후 일본은 주일 미국대사와의 교섭, UNKRA 총재와 협의, 한국 재건 참여를 통해 경제적 이익 확보 모색하는 등 對美, 對UN 외교 전략에 힘썼다.
나가사와 박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며 발표를 마무리 지었다. 첫째, 일본 외교는 주권 회복 전후 미일관계, UN, 중국대사관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둘째, 본 연구는 정전협정 체결 과정에서 일본의 역할과 인식을 분석하였다. 그러나 추가로 한국, 미국의 외교사료 분석이 필요하다. 셋째, 본 연구는 한반도 휴전체제 관련 후속 연구의 기초 자료로서 기대된다.
발표가 끝난 후 공석기 박사를 비롯한 약 5인의 청중들의 질문이 있었다. 발표의 제목에 ‘관여(Involvement)’라는 중의적 표현보다는 Engagement와 같은 더 강하고 주체적 표현이 사용되는 것이 저자의 주장을 잘 드러낼 것 같다는 의견, 본 연구가 기존 연구에 비해 새롭게 기여하는 부분이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 ‘외교적’ 관여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요청 등이 있었다. 나가사와 박사는 청중들의 뜨거운 반응에 감사를 표하며 질의응답을 진행하였고,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세미나를 마무리 지었다.
글, 사진 | 박준영 (21기 연구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