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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박사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 한류연구센터이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소설 《파친코》를 영상화한 애플 TV+ 의 드라마 〈파친코〉를 통해, OTT 콘텐츠가 글로벌 수용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고, 그 안에서 어떤 감정적 코드들이 작동하는지를 탁월하게 분석한다. 이 책은 21 세기 대중문화의 장에서 채널-미디어가 아닌 플랫폼-미디어로서 OTT란 무엇이고, 그런 미디어는 어떤 논리로 콘텐츠를 생산하는지, 더 나아가 플랫폼의 문법과 미디어 산업이 어떻게 서로를 구조화하는지를 드라마 <파친코>(2022)를 통해 탐구한다. <파친코>는 한편으로는 역사 드라마의 장르 지평 확장을, 다른 한편으로는 OTT 드라마의 양식성과 그런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OTT의 미디어적 속성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이에 이 책은 OTT 플랫폼의 미디어적 특성과 새로운 예술적 흐름을 탐구하여 OTT 드라마가 구현하는 리얼리티 세계를 ‘정동의 리얼리즘 ’(affective realism)으로 정의한다. 정동의 리얼리즘은 전래의 TV가 수행해 온 정서적 리얼리즘(emotional realism)의 대안적 개념이다. 9명의 연구진이 참여하는 이 책은 총 3부 “<파친코> 와 OTT 수용문화”(3편), “<파친코>와 OTT 콘텐츠 공학”(3편), “<파친코>와 OTT 정치경제”(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는 아홉 개의 장에서 OTT 드라마 <파친코>는 물론 글로벌 OTT 드라마 일반, 심지어 OTT 라는 미디어 자체가 기존의 ‘지배적 감정구조’와 다른 ‘보편적 감정구조’로서 정동의 발산체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발표: 임종수 (세종대학교)
토론: 김수철 (연세대학교), 권두현 (동아대학교)
사회: 서지영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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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8일, 한류연구센터는 <파친코와 정동의 미디어>라는 제목으로 북토크를 진행했다. 국내외 연구자 및 학생 43명이 참가한 가운데 세종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임종수 교수가 발표자로 나섰다. 임종수 교수는 역사문화연구와 뉴미디어 문화연구 분야에 천착해 온 학자로,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2022)>, <한국현대 생할문화사(2016)> 등 다양한 저서를 집필해온 바 있다. 이번 북토크 발표는 올해 발간된 임종수 교수의 저서 <파친코와 정동의 미디어>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임종수 교수는 자신이 <파친코>라는 텍스트에 주목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파친코>는 OTT 드라마이면서도 역사 드라마라는 점에서, 역사 드라마 장르 지평에 대한 이해와 OTT 콘텐츠의 양식성과 미디어성에 대한 이해를 모두 요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 <파친코>와 같은 차별적인 OTT 드라마는 이 시대의 대중예술에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플랫폼-미디어를 관통하는 보편적 감정구조로서의 ‘정동(affect)’의 대두이다. 보다 넓게 이야기하자면, OTT라는 미디어 자체가 기존의 지배적 감정구조와는 다른 보편적 감정구로로서 정동의 발산체라고 할 수 있다.
OTT 드라마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으로 이주한 한국 여성의 일대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여성서사/디아스포라 서사/자국사 서사/프리미엄 서사/글로벌 서사를 다룬다. 이러한 서사 창작에 투입되는 ‘원재료’는 모든 서사물의 문화원형에 가미된 기본요소로서, OTT 글로벌 수용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익숙한 감정의 원천이다. 한편 위 서사를 발현시키는 것은 ‘현실감각’이다. 대형 플랫폼 기업의 이익 추구와 리얼리티가 해당 서사를 완성하는 것이다.
발표의 말미에 임종수 교수는 OTT 플랫폼 자체가 지닌 정동의 감정구조에 대해 이야기했다. 텔레비전이 정서적 리얼리즘을 추구하며 지배적 감정구조를 주조한다면, OTT는 정동의 리얼리즘을 추구하고 보편적 감정구조를 주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파친코>의 사례로 보았을 때, 해당 드라마는 배우/이야기/로케이션/연출가 등에서 한국이라는 현지성을 강조하면서도 플랫폼 자본의 종주국인 미국이 타자를 바라보는 특별한 보편정서의 드라마다. 이는 그간 일제 강점기를 표현해 왔던 대한민국의 지배적 정서, 즉 저항의 정동으로 버무려진 공통문화와는 다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파친코>는 그 자체의 서사/장르적 특징과 OTT드라마라는 양식적 특징이 만나 새로운 대중문화의 감정구조를 보여주는 특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발표에 이어서는 김수철(연세대) 교수와 권두현(동아대) 전임연구원이 토론에 참여해 자리를 빛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