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소장: 채수홍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아시아-아프리카센터(센터장: 김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023 서울국제작가축제의 협업 행사로 책 <참지 않는 여자들>의 저자 자일리 아마두 아말 작가를 초청하여 북토크 강연 행사를 진행하였다. 소설 <참지 않는 여자들>은 자일리 아마두 아말 작가의 네 번째 장편 소설로 2020 고등학생 공쿠르상 수상작이며, 전 세계 20여개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자일리 아마두 아말은 카메룬 북부 출생 작가로 작품 속에서 사헬 지역 여성들의 삶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으며, 작품 활동 외에도 북부 카메룬 여성의 교육과 발전을 위한 단체 ‘사헬의 여성’ 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별 강연은 채수홍 아시아연구소 소장의 축사와 <참지 않는 여자들>의 국문번역을 맡은 장한라 작가의 발제로 시작되었다. 장한라 작가는 세상의 무대에 잘 오르지 못하는 변두리, 제3세계의 이야기를 알리고자 했다며 번역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더불어 소설 속 사헬 지역 여성들의 삶과 한국 여성의 삶에서 닮은 부분을 찾기도 하며 이 책이 국내 독자들에게 지닐 의미에 대해 강조했다. 특별 강연 주제는 “참지 않는 여자들: 사헬 지역 여성의 삶”으로, 자일리 아마두 아말 작가가 강연을 맡아 자신의 소설 <참지 않는 여자들>을 중심으로 사헬 지역 여성들의 어려움과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특별 강연에서, 자일리 아마두 작가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이를 점차 카메룬과 사헬 지역 여성들의 더 큰 이슈로 확대했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과 남성 간의 불평등을 경험하며,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독서와 글쓰기를 활용한 경험을 공유했다.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개인적인 고통을 해소하면서, 글이 사회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힘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일리 아마두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가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라 사헬 지역의 여성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사실임을 역설했다. 사헬 지역은 기후 변화와 테러 위협으로 인해 여성들이 특별히 어려움을 겪는 곳으로, 종교나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강제 결혼, 조혼, 교육 저조 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특별 강연은 사헬 지역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의 어려움을 알리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이어 토론을 맡은 왕은철 교수(전북대)는 리얼리즘이 주류인 제3세계 문학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메시지 중심적인 문학이 되다 보니 실험적 변환이 어려운 아프리카 문학의 보편적 한계를 지적하였다. 반면, <참지 않는 여자들>의 경우 남성과 여성을 대립시키는 구도에서 때로는 여성이 폭력의 주체가 되는 서사적 전환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현실고발적 작품들이 지니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 성향에서 벗어나 사회를 종합적이고 다층적으로 묘사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패널 토론 이후에는 토론에서 제기된 문제 의식에 관한 작가의 답변을 듣는 시간을 가졌으며, 이어서 청중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뒤 북토크 특별 강연을 종료하였다.
아시아연구소 지역인문학센터와 <다양성+Asia>가 공동으로 주최한 2부의 학술대회에서는 다양성+Asia 에 기고한 저자들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류현정 교수(서울대학교)는 “작은 것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인도 사회 – 아룬다티 로이의 시선”을 주제로 강연하였다. 아룬다티 로이는 1961년생 작가로, 1997년 데뷔작 ‘작은 것들의 신’으로 부커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으며 이후 작품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그의 저작 ‘작은 것들의 신’은 1969년 남인도 케랄라 주 한 시리아 기독교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인도 사회의 젠더, 계급, 종교 갈등의 단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작은 것들’이란 억압받고 소외된 존재들로, 어린아이, 여성, 불가촉민 등 ‘작은 것’과 대비되는 ‘큰 것’의 힘에 눌리는 이들로 읽어낼 수 있다. 아룬다티 로이의 또다른 저작인 ‘지복의 성자’는 남인도 사회의 히즈라 공동체의 단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2002년 구자라트에서 벌어진 유혈사태를 조명하며 현대 인도 사회에서 배타적인 힌두트바(Hindutva) 사상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태를 고발한다. 류현정 교수는 인도 사회에서 하나의 힌두 정체성에 가려진 다양한 작은 것들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하였다.
이어서 백혜원 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는 “대나무가 자라는 땅: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쿠웨이트의 경계인”을 제목으로 수우드 앗사누시의 “대나무가 자라는 땅”에 대해 발표하였다. 해당 저작은 쿠웨이트-필리핀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의 시점으로 쿠웨이트 사회가 가진 여러 문제점을 비판하며, 이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본 소설은 국제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걸프 tv에서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소설의 주인공 ‘이싸’는 필리핀 어머니와 쿠웨이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실제로 필리핀에서 쿠웨이트로, 쿠웨이트에서 필리핀으로 이동함으로써 서로 다른 두 정체성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물을 보여준다. 특히 해당 소설은 공간, 공간의 이동이라는 장치를 효과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자아 정체성의 혼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주변인이라는 주제를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김병학 월곡고려인문화관 관장은 “중앙아시아 초원에 피어난 고려인 한글문학”이라는 제목으로 중앙아시아 고려인 한글문학에 대해 소개하였다. 중앙아시아에서의 고려인 한글문학은 1937년 연해주 일대 거주하던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되면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1938년 카자흐스탄에서 창간된 한글신문 <레닌기치>는 그 발판이 되었다. 그러나 당시 절정에 달해 있던 스탈린 정권의 탄압정책은 고려인공동체를 정치적으로 압박하였으며, 필화사건 이후 고려인 한글문학은 더욱 부자유스럽게 전개되었다. 그러나 이 와중 <레닌기치>는 문예페이지를 통해 1980년까지 한글문학의 명맥을 잇고 고려인들의 한글문학을 위한 장을 열며 번성할 수 있었다. 한글문학의 부흥을 이끈 것은 기존 작가에 더불어 북한 파견에서 귀환한 고려인 1세대 작가, 북한 유학생 출신 2세대 작가, 그리고 사할린 출신 3세대 작가들이었으며, 이들은 15권의 한글문학 단행본도 발간하였다. 정치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꽃을 피워낸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한글문학은 고려인사회의 안정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모국어의 보존을 이끄는 힘이 되어주었다.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최아영 선임연구원(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은 소련의 해체 이후 중앙아시아 고려인들과 한국의 교류가 확대된 상황이 중앙아시아 한글 문학의 부활의 계기가 될 것인지와 중앙아시아 한글문학과 러시아문학이라는 두 흐름의 디아스포라 문학의 관계에 대해 질문하였다. 이후 청중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고 강연이 성공적으로 종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