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akers
김호 교수
아시아연구소 HK교수 / 지역인문학센터 교장Start
2026-08-03 - 3:00 pm
End
2026-08-03 - 5:00 pm
Address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303호
21세기 과학사는 유럽 중심의 단선적 서술을 넘어, 지식·사물·사람의 이동과 교섭 속에서 과학의 역사를 다시 쓰려는 ‘지구사적 전환’을 거쳐 왔다. 본 강연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국의 『본초강목』과 약재 지식이 영국·조선·일본에서 각각 어떻게 수용·번역·재구성되었는지를 살피며, ‘지식 그 자체’보다 지식을 만들어 내고 다시 쓰는 ‘실천’에 주목한다. 런던의 약재학자 대니얼 핸버리가 구축한 표본·서신 네트워크와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 나타난 조선적 선별과 재배치 등을 통해, 지역을 넘어 이동한 것은 추상적 지식이 아니라 텍스트·실물·사람이었음을 보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이동 중에 일어난 각자의 ‘실천’을 비교의 관점으로 조명함으로써, ‘자연과학’이 아닌 ‘자연지식’의 역사를 다중심적·탈서구적 지구사로 다시 상상해 보고자 한다. 강연 후반부에서는 ‘한국’이라는 자리에서 중국과 서구를 함께 시야에 넣으며, 과학사를 균형 잡히면서도 효과적으로 탈서구화·탈근대화하는 서술의 가능성과 가치를 논의한다.
안수영(安洙英)은 푸단대학교 문사연구원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상하이사범대학교 세계사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과학사, 사학사, 문화교류사로, 근대 과학지식의 문화 간 전파와 상호작용, 그리고 20세기 동아시아 인문·사회과학의 발전과 교류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Review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HK⁺메가아시아연구사업단 AsIA지역인문학센터와 아시아의 지적가치 프로그램은 특별강연 <중심 없는 세계에서 자연지식의 역사 쓰기 –18·19세기 약재 지식의 문화 간 전파: 중국에서 출발하는 자연지식의 역사>를 8월 3일(화)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개최하였다. 강연자인 안수영 교수는 상해사범대학 세계사학과에 재직 중으로, 중국 푸단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근대 과학 지식이 어떻게 전파되고 상호작용했는지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본 강연은 김호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AsIA지역인문학센터 교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먼저 1시간 가량 안수영 교수의 강연 후 토론으로 이어졌다. 이번 강연은 중국의 본초지식이 영국, 조선, 일본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통해 자연지식이 각 문화권마다 어떻게 수용되었는지를 살펴보고, 과학지식의 생산과 유통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하였다.
강연자는 과학사에서 널리 활용되는 ‘중심과 주변(center and periphery)’ 및 ‘유통(circulation)’ 개념을 소개하며, 실제로 이동하는 것은 완성된 ‘지식’이 아니라 텍스트와 사람, 물품, 표본과 같은 ‘지식의 원료’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어 현대과학의 형성에 있어 국가 간 우열을 비교하기보다 각 사회가 지식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실천(practice)의 방식을 비교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약재와 본초지식을 그 사례로 들며, “약재 지식에 관한 한, 지구상에 중심은 사실상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먼저 영국 사례에서는 다니엘 핸버리(Daniel Hanbury)의 연구를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되었다. 핸버리는 런던을 거의 떠나지 않았음에도 서신과 약재 표본을 교환하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로마자로 음역된 약재 명칭을 적극 활용하여 중국 약재를 연구하였다. 또 『본초강목』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목적에 맞게 선택적으로 수용하였다고 설명하였다. 조선의 경우에는 약재 지식이 ‘본토화(localization)’되었다고 설명하였다. 조선 지식인들은 기존 문헌을 인용한 뒤 자신의 견해와 고증을 덧붙이는 ‘안설(按說)’을 통해 중국의 지식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의 현실에 맞게 재해석하였다. 일본에서는 약재 지식이 관찰과 실물, 이미지에 기반한 ‘실체화(materialization)’의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강연 말미에는 위 사례들을 종합하며 세 지역의 정보를 조직하는 방식을 비교하였고, 영화 <자산어보> 속 정약전의 사례도 함께 소개하였다. 이처럼 본 강연에서는 지식의 전파와 연결성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본토화(localization)이라는 용어로 조선의 사례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조선에서 문자 기록이 중시된 이유를 단순히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지식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이해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또 의학사적 관점에서 조선과 일본의 의학적 사고방식을 비교하며 조선과 일본의 정보 접근 방식의 차이를 다시금 되새겨보기도 하였다.
이번 북토크 특별강연은 자연지식의 역사를 중심과 주변의 일방적인 확산으로 이해하기보다, 각 지역이 지식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뜻깊은 자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