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가적 변동이 세계 도처를 관통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는 근대를 이끈 국가중심주의 또는 부국강병의 논리가 근대화의 성공과 함께 순화되기 보다 반대로 일본의과거사 문제, 즉 식민지 지배와 전쟁범죄의 책임을 둘러싼 해결되지 않은 분쟁(특히 영토분쟁에 접목되어 긴장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이에,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일본의 전쟁기억과 과거를 극복하기 위한 의사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강연하였다. 강상중 도쿄대 교수가 강연에 이어진 토론의 자리를 진행했다.
일본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집권 보수세력들은 갈등의 이면에서 공생의 정치적 이익을 단기적으로 얻을지 모르나 동아시아 미래에 필수적인 상호신뢰와 협력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한상진 교수는 동아시아의 미래를 위협하는 오늘의 대립은 우연이 아니며 동아시아의 근대화를 특징짓는 국가중심적 패러다임 안에 그 뿌리가 있다는 인식 하에 그 패러다임의 한계를 넘는 의사소통의 방법론을 주장했다. 아울러 한상진 교수는 소모적 감정대립만 야기할 뿐 해결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일본의 과거사 극복 문제를 그 방법론의 눈으로 새롭게 조명하는 길을 탐색했다. 의사소통의 접근은 국가중심 또는 집권 보수 세력의 상호공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상식을 갖춘 시민대중이 정치의 주체로 복원되는 것을 겨냥하였다. 이런 목적을 향하여 최근에 실시된 서울과 베이징 시민의 의식조사 결과를 활용한 발표가 진행되었다.
강연 후 토론과 질의응답의 자리에서는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고 다양한 질문이 제기되었다. 강상중 교수는 시민의 입장에서 일본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양국 국민이 각자의 입장에서 기억하는 국민화된 역사, 즉, 네셔널 메모리(National Memory) 속에 존재하는 폭력성과 그 단편적 한계를 극복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민 대 시민의 국경을 뛰어넘는 전쟁의 기억을 우리가 공유하고자 할 때의 기억해야 할 전쟁의 기억이라는 것은 국가의 기억이라는 점이 전제되어있었는데, 그런 경우 국경이 생기게 된다. 강상중 교수는 그런 국경에서 배제되어있는 사회의 구성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또한, 전쟁 후의 기억 또한 중요함을 강조했다. 전쟁 후 일본의 급속한 경제발전의 30년은 현재 일본인에게 돌아가고 싶은 황금기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에게는 이 기간이 전쟁과 혼동의 연속이었다. 그렇기에 북경-서울-동경이 함께 전쟁 후 30년의 기억에 대해 앞으로 더 고찰해 나가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상식이 있는 시민’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상식이 있는 시민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한상진 교수는 국가의 관점에서 미화되지 않은, 생명을 짓밟는 폭력과 상처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이 시민의 기초적인 상식이며, 서로에 대한 선의의 관심을 확인하며 발전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노력으로는 강상중 교수가 생명과 더불어 안전, 그리고 타자와 함께하는 일상 생활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 최소한의 조건이며 과거의 역사와 전쟁이 우리의 안전과 일상생활을 파괴할 수 있음을 국경을 넘어 공유해야 한다고 답했다.
1. 제목: 일본의 전쟁기억과 과거극복의 정의: 왜 우리는 의사소통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며 이것이 동아시아의 미래에 어떤 가능성을 열어주는가?
2. 발표자: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3. 토론자: 강상중, 도쿄대 교수
4. 일시: 2012년 9월 27일(목) 오후 1:30-4:30
5. 장소: 멀티미디어 강의동 83동 204호
6. 문의: 880-2691 | snuac@snu.ac.kr | http://snuac.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