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부터 일본 만화, 영화, 잡지 등의 대중문화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향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대중문화가 우리 사회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금지한 시대가 있었다. 여러 모로 복잡한 한일관계에서 간과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대중문화’의 문제다. 이 책에서는 해방 이후인 1945년부터 제4차 개방이 시작된 2004년까지의 시기까지 이어지고 해체되어간 ‘일본 대중문화 금지’ 현상을 다룬다. ‘일본 대중문화 금지’라는 용어는 일본 대중문화가 유입되지 못하도록 경계를 구축하고 금지한 것을 뜻한다. 이러한 금지는 단순히 우리가 일본 문화를 향유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를 넘어 일본이라는 타자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억압과 욕망, 그리고 해방 후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관계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문제다. 이 책은 이러한 맥락에서 일본 대중문화 금지 현상을 고찰하고 그 과정을 살피면서, 결국 어떻게 이 금지가 해체되어 오늘날에까지 이르게 되었고, 이로 인해 한일의 문화적 관계는 어떻게 발전해나갔는지를 구조적ㆍ비판적으로 살펴나간다.
발표: 김성민 (홋카이도대학교 교수)
토론: 박진경 (한국외대) /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사회: 박소정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
Review
한류연구센터는 6월 28일 일본 홋카이도대학교 김성민 교수와 <일본을 禁하다: 금제와 욕망의 한국 대중문화사 1945-2004>라는 제목의 토크를 진행했다. 본 토크는 영어 번역서인 Postwar South Korea and Japanese Popular Culture 출간에 맞추어 이루어졌다. 먼저 김성민 교수는 한국 내 일본 대중문화 금지에 관해 한일 양국 모두 진지하게 마주 보지 않는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박사논문을 집필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주제를 발전시켜 <일본을 禁하다>를 출간했다고 밝혔다. 김성민 교수에 따르면 특정 대중문화의 금지는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경험이므로, ‘금지’에 관해 이론적으로 조명할 필요가 있다. 또한 김성민 교수는 일본대중문화개방 이전의 역사적 맥락을 짚고, 왜색을 이유로 대중문화를 금지하지만 왜색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설명할 수 없는 아이러니를 설명했다. 나아가 80년대 후반 이후 한류의 탄생 과정은 이러한 금지의 경험 및 일본 문화 해금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일본을 禁하다>는 최근의 한일 관계, 한류의 컬쳐럴 내셔널리즘, 해외에서 한류를 금지되고 있는 상황 등을 논의할 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토론에는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이규탁 교수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박진경 교수가 참여하였으며, 현재 일본 대중문화의 한국 내 위치, 케이팝과 제이팝의 관계, 미국 문화와 일본 문화의 경합 등에 관한 흥미로운 토론을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