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시리즈 제목: “여기에 우리를 위한 공간은 없다!”: 아시아의 성소수자
1주차(10월 5일): 중동의 성소수자들을 위한 무지개는 언제 뜰 수 있을까? (구기연, 아시아연구소)
2주차(10월 12일): 전통과 근대화 사이에 감춰진 이들의 이야기: 중앙아시아 역사와 문화 속 성소수자 (신보람, 전북대학교)
3주차(10월 19일): 근현대 일본 트랜스젠더의 여러 얼굴 (조수미, 명지대학교)
4주차(10월 26일):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 남아시아의 성 소수자 히즈라(Hijra) (김경학, 전남대학교)
5주차(11월 2일): “여기에 우리를 위한 공간은 없다”: 편견과 혐오의 물결에 직면한 인도네시아 성소수자 (이연, 한국외국어대학교)
Review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 남아시아의 성 소수자 히즈라(Hijra)>
참석자: 김경학(전남대학교)
10월 26일 진행된 <아시아의 성소수자> 특별강연 시리즈의 네번째 강연에서 김경학 전남대학교 교수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 3의 성: 남아시아의 성 소수자 히즈라(Hijra)”에 대해 발표하였다.
히즈라는 남아시아 사회에서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간 지대에서 자신의 성/젠더 정체성을 찾는 사람들이다. 히즈라는 인도 모신의 변형인 바후차라 마따(Bahuchara Mata)를 섬기면서 바후차라의 이름으로 신생아와 신혼부부의 다산과 번영을 축복하는 일(바다이)을 한다. 일반적으로 히즈라는 트랜스젠더로 분류되지만 모든 히즈라가 트랜스젠더인 것은 아니다. 많은 히즈라들이 자신을 여성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성확정 수술을 받지 않아 남성의 신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다수이다. 여성적 옷차림을 하고 여성적인 방식으로 행동하지만 인도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젠더 규범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함으로써 일반적인 여성이 아님을 드러내기도 한다.
히즈라는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가지고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모든 히즈라가 거세를 한 것은 아니지만 거세 수술은 히즈라 집단에 입문하는 과정으로 인식된다. 거세를 통해서 성적 욕망을 포기하고 금욕적인 삶을 사는 대신 모신의 권을 소유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히즈라는 청소년기부터 주변의 남성들과는 다른 자신의 성향을 깨닫곤 한다. 주변인들로부터 배척받고, 어린시절 남성 어른으로부터 성폭행을 경험하기도 하면서 히즈라 공동체에 점진적으로 입문하게 된다. 히즈라 공동체는 혈족 집단과 같은 집안을 단위로 구성된다. 대모의 역할을 하는 구루를 중심으로 여러명의 제자(첼라)가 모여 집안을 이룬다. 첼라들은 구루에게 가사 노동을 제공하고 외부 폭력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한편, 오늘날의 사회 변화로 인해 히즈라에게 바다이를 부탁하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구결이나 매춘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히즈라는 무굴제국 때까지 궁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으나 영국 지배 이후에는 범죄 집단으로 분류되었다. 이러한 배척은 독립 이후에도 지속되어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지위를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 영국 식민지 시절 시작된 히즈라를 범죄시하는 법은 2018년에야 폐기되었다. 2014년 인도 대법원이 히즈라를 제3의 성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고 2015년에는 인도 최초로 히즈라 출신의 시장이 당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히즈라는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히즈라의 경제 활동에 대한 지원, 부정적인 인식 개선, 히즈라의 생활 기반이 마련은 인도 사회가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