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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박사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 한류연구센터저자는 [한국대중가요사], [대중예술본색] 등에서, 특정한 대중예술의 인기 관습, 그와 호응하는 취향이 수용자 대중의 사회심리를 담고 있음을 이야기해왔다. 이러한 사고틀에 근거하여 대중가요의 각 양식(트로트, 포크, 록 등), 신파성(신파적 미감) 등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탐구했다.
이 책은 한국 TV 드라마에서 많이 다루는 내용이 ‘신데렐라 이야기’ 즉 ‘부잣집 남자와 가난하지만 총명하고 착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에 주목한다. 저자는 20세기 ‘장한몽’의 ‘심순애’를 시작으로 21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까지 100년에 달하는 긴 기간 동안 이어진 한국 대중예술사 속에서 신데렐라 이야기의 부침을 다룬다. 특히 저자는 100년 동안 신데렐라 이야기가 인기 있던 시기는 1960년대 중반과 1990년대 말부터 10여년 이렇게 두 번 밖에 불과했고 그나마 신데렐라 이야기 기본형인 여성 신데렐라가 인기 있던 시기는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 책은 1960년대 사회정치적 배경 속에서 등장한 남자 신데렐라 이야기와 1990년대 신자유주의적 체제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TV 드라마에 재현된 여자 신데렐라 캐릭터를 분석함으로써 한국 근현대 대중예술 속 신데렐라 이야기의 흐름과 변화를 둘러싼 흥미로운 질문들을 제기한다.
발표: 이영미 (대중예술연구자, 연극연구자)
토론: 윤석진 (충남대학교), 정영희 (고려대학교)
사회: 서지영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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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 한류연구센터는 <신데렐라는 없었다>라는 제목으로 북토크를 진행했다. 국내외 연구자 및 학생 30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중예술평론가이자 연극연구자인 이영미씨가 발표자로 나섰다. 이영미 평론가는 희곡, 가요, 드라마 등 한국대중예술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번 북토크 발표는 이영미 평론가의 저서 <신데렐라는 없었다-심순애에서 길라임까지, 대중예술 속 신데렐라 이야기 변천사>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이영미 평론가는 어쩌다가 자신이 ‘신데렐라 스토리’에 천착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북토크를 시작했다. 이영미 평론가는 한국대중예술사의 신파성을 읽어내다가 필연적으로 신데렐라 스토리를 접하게 됐다. 신데렐라 이야기가 한국대중예술사에서 오랜 기간동안 계속해 등장해왔다는 통념과 다르게, 이러한 플롯은 그리 흔하지 않았다. 신데렐라 이야기가 주류 흐름에 등장하는 시대는 그나마 수용자 대중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 기대와 희망을 품었던 시대였다.
이영미 평론가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한국대중예술사에서 처음 등장한 20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장한몽>의 심순애, <쌍옥루>의 이경자 등의 캐릭터에 주목하며 1960년대에 이러한 신데렐라 이야기가 인기를 끈 이유를 분석했다. 위 캐릭터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하고 돈을 좇아 부자와 결혼했지만 자신도 사기결혼을 당해 몰락한다. 이와 같은 유사한 내러티브의 반복은 시대적 배경과 연결지어 생각될 수 있는데, 갑작스런 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하며 신데렐라에 대한 공감보다는 보통 사람의 행복한 미래는 오기 힘들다는 냉소가 팽배했다는 것이다.
이후 이영미 평론가는 1970년~80년대를 ‘신파에서 벗어났으나 과도기’, 1990년~2000년대를 ‘신데렐라 드라마의 전성시대’로 규정했다. 그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현 대중예술 영역에서 신데렐라 이야기가 설 자리가 더이상 없고 이는 판타지에서나 가능해졌다. 이러한 신데렐라 이야기의 퇴조는 대중의 관심이 결혼과 가족에서 점차 사회와 정치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희망의 사회심리가 사라진 시대에 진정성 있는 사랑과 행복한 결혼으로 계층상승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허황되게 들리는 것이다.
발표에 이어서는 윤석진(충남대) 교수와 정영미(고려대) 교수가 토론에 참여해 자리를 빛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