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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는 더 이상 현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인적 자본과 동아시아 거버넌스에 대한 성찰
글: 22기 연구연수생 김가연(동북아시아센터)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동북아시아센터는 도사사학회, 조선대 재난인문학연구사업단과 공동으로 2025년 11월 14일 “동아시아 기후 위기와 재난 거버넌스”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본 행사는 크게 세 섹션에 걸쳐 전 세계의 공통적인 문제인 기후 위기가 인류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축 방안을 동아시아 지역의 맥락에서 다각도로 모색했다. 참여한 섹션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Climate Change and Human Capital: The Hidden Costs of a Warming World”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던 발표였다. 해당 발표는 통상적으로 기후 위기가 환경이나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막연한 통념을 넘어, 인적 자본에 초점을 맞추어 노동생산성, 인지능력 저하 등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영향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우리는 흔히 기후 위기를 산불·태풍 같은 재난 이미지로 기억하지만, 발표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위험이 오히려 인간의 일상과 수행 능력을 더 깊게 잠식시킨다고 지적했다. 연구들은 높은 기온이 시험 성적과 인지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인과관계를 보여주었고, 이는 국가 간·국가 내부 모두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즉 기후 위기는 인간의 능력을 약화시키는 과정이었다. 특히 열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힘이라는 분석이 주목할 만했다. 온도 조절이 불가한 작업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은 열에 불균형적으로 노출되며, 부상 위험 역시 증가한다. 발표자는 이러한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적응(adaptation) 정책을 통해 기후 회복력을 구축해야 함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발표는 바로 이 적응과 관련하여 나에게 몇 가지 큰 질문을 남겼다. 첫째, ‘적응은 어디까지가 개인의 몫이고 어디서부터 구조적 개입이 필요한가?’ 이는 개인의 적응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정책적 개입이 필수적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행위자가 지속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두 번째 질문은 ‘적응의 기준은 누구를 중심에 둘 것인가?’이다. 기후 회복력을 강화하는 정책이 실제로 취약계층에게 작동하는 구조인지, 아니면 결국 적응 비용을 다시 개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인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사회 안전망과 노동시장 구조는 크게 다르기 때문에 각국의 적응 전략도 상이한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 질문은 ‘동아시아라는 지역에서 가능한 협력의 단위는 무엇인가?’이다. 국경을 넘는 위험이 반복되는 현실에서 단일 국가의 대응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번 학술회의는 기후 위기가 환경적 현상에 머무는 것이 아님을 다시금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기후 변화는 인간의 능력에 직접적이고 구조적인 위험을 가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가시화되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현상을 설명하는 데서 나아가, 위험을 어떻게 공유하고 어떤 적응·협력이 가능한지 논의하는 일이다. 기후 변화가 드러내는 취약성을 이해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이야말로 향후 거버넌스를 모색하는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