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최창모(건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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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20일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브라운백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금일 세미나는 방문학자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통해 아시아연구소와 연구교류를 진행하고 있는 최창모 건국대학교 명예교수의 발표로 진행되었다. 발표 주제는 <고전 랍비 문헌(Classical Rabbinic Literature): 미쉬나(Mishnah) 연구>로서, 미쉬나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미쉬나 연구의 가치와 함의가 무엇인지를 개괄하였다.
미쉬나는 히브리어 3대 고전인 ‘히브리 성서(구약 성서), 미쉬나, 탈무드’ 중 하나로, 바리새파 랍비들을 중심으로 유대문화에 구전되는 토라(율법)을 기록으로 옮긴 문헌을 일컫는다. 미쉬나는 성문 토라(모세법)의 계율을 이해하기 위한 보충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유대인의 계율을 구성하는 전체 텍스트와 맥락을 완성하도록 해 준다. 특히 미쉬나는 한국에서 대중화된 랍비문학인 탈무드의 모체가 되는 텍스트다. 유대문학은 성문 토라인 히브리 성서를 구체화·명료화한 해석으로서 ‘미쉬나’와, 이런 ‘해석에 대한 해석’으로서 ‘탈무드’로 전개되어 왔다. 따라서 미쉬나는 유대문학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함축하고 있어, 미쉬나 연구를 통해 유대 전통과 유대문학의 발전과 변화 양상을 심도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미쉬나는 ‘제라임, 모에드, 나쉼, 네지킨, 코다쉼, 토호롯’의 총 6권sedarim)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장은 농업, 안식일, 가족법, 민형사법, 제사, 정결법 등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유대사회가 결코 ‘보수적’이라고만 규정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며 역동적인 해석의 여지가 있는 공간임을 감지하게 된다. 또한 미쉬나가 ‘대화체’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은 본 문헌이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토론 교재로서 사용되었으리라는 점을 암시한다. 이 점에서 미쉬나는 하브루타 교육법으로 종종 설명되는 유대인의 토론문화가 어떻게 가능했는가를 암시하는 텍스트로서도 기능한다.
한편 미쉬나를 통해 고전을 연구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음미하고 재고해볼 수 있었다. 고전은 그 자체로 항구적 의미의 가능성을 담지함과 동시에, 확정적이고 일률적인 해석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지닌다. 이는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고전의 성격과, 그렇기 때문에 텍스트와 해석자 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는 고전 이해의 방식을 보여준다. 한편 고전의 힘은 유대인으로서의 정신과 신앙, 자기정체성을 재생산하는 기제가 되어, 외부의 끊임없는 생존 위협 속에서도 유대민족이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였다. 따라서 항존성과 동시에 유연성과 생존력을 지닌 고전을 연구하고 해석하는 일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금일의 브라운백 세미나는 활발한 질문과 토론을 통해 마무리되었다. 토론에서는 현 유대 세속국가 이스라엘에서 성서의 영향력, 탈무드 해석 전통과 미쉬나의 비교, 이슬람 하디스와 비교한 미쉬나의 특징, 동서양의 교차점으로서 유대사회의 독특한 위치성, 불교적 가치관과 유대교적 가치관 사이의 비교와 같은 폭넓은 질문들이 다루어졌다.
글, 사진 | 김재성(학술기자단, 연구연수생 14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