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자치] 피크 코리아 [6] 반反통일 시대의 남북관계: 독일, 아일랜드, 키프로스의 교훈

[주간자치] 피크 코리아 [6] 반反통일 시대의 남북관계: 독일, 아일랜드, 키프로스의 교훈

임현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해방 이후 한반도는 분단과 전쟁을 겪으면서 하나의 민족에서 ‘두 개의 민족’과 ‘두 개의 국가’가 분립하는 형태가 되었다. 비록 남북한은 여러 차례에 걸쳐 통일을 위한 대화를 시도해 왔지만,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의 차이로 인해 공존 속의 대결을 거듭해 왔다. 그런데 최근 남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로 인해 남북관계는 교류와 협력이 부재한 가운데 유사 이래 최악의 대치 상태에 놓여 있다.

김정은 정권은 헌법에 핵무력의 법제화를 명문화하고 남북관계에서 민족과 통일을 제거하고 한국을 적대적 교전국 상대로 바꾸었다. 윤석열 정부는 북·러시아 사이의 군사동맹에 대해 한·미·일 사이의 긴밀한 공조 아래 북한을 압박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아래 무력사용도 불사하는 흡수통일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남북한의 변화는 1991년의 ‘기본합의서’나 1972년 남북 공동성명의 ‘남북의 합의된 가치’를 거의 모두 부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지금의 시점에서 ‘통일 한국’을 상상하는 것은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일이 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남북한의 교류와 협력은 여전히 단절된 상태이다. 불행하게도 통일은커녕 오히려 ‘전쟁’의 위험 아래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섣부르게 통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에도 맞지 않고,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남북 간 기존의 합의는 부정되었고 이제 한반도는 현실적으로 두 개의 민족과 국가의 존재를 인정하고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 통일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이나 북한 모두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인구구성의 변화에 따라 분단과 통일에 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분단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통일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는 세대가 남북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러나 독일 통일에서 보았듯이 통일은 언제 올지 모른다. 물론 통일이 어떠한 방식으로,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 것인지는 지금으로서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한반도의 핵을 포함한 중무장화된 군사력 배치로 인해 무력에 의한 통일 시도는 남북의 절멸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준비되지 않은 급격한 흡수통일은 정치경제적 통일을 넘어 사회문화적 통합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과거 독일이나 최근 아일랜드와 키프로스의 경험을 살려 비록 북한이 남북한을 적대적 관계로 접근하고 있더라도 우리는 다가올 통일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