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아시아연구소, “The 13th International Convention of Asian Scholars(ICAS 13)” 참가
지난 7월 28일-8월 1일(일-목)에 “The 13th International Convention of Asian Scholars(ICAS 13)”가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의 에이랑가 대학교(Universitas Airlangga)에서 개최되었다. 아시아연구소의 핵심 협력기관인 네덜란드의 라이덴 대학교 아시아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Asian Studies)에서 3년마다 개최하는 ICAS 학술대회는 아시아에 대한 학제간·융복합 연구의 소통과 공유가 이루어지는 장으로서, 아시아 지역학 분야의 주요 국제 학술대회 중 하나이다. 아시아연구소에서는 세션 기획, 포럼 참석, 홍보 부스 운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번 학술대회에 참여하였다.
<HK+메가아시아연구사업단>
HK+메가아시아연구사업단에서는 ICAS13에 “Mega-Asia: Establishing Asia Itself as the Unit of Analysis”라는 제목의 세션을 통해 연구 아젠다의 국제적 발신을 도모하였다. HK+사업단의 단장 채수홍 교수(인류학과)가 세션의 좌장을 맡았으며, HK+사업단의 참여 연구진 신범식 교수(정치외교학부), 고일홍 HK교수(아시아연구소), 허정원 HK연구교수(아시아연구소)가 아젠다 연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임경훈 교수(정치외교학부)와 김종철 선임연구원(아시아연구소)이 발표에 대한 토론을 하였다.
“Emerging Mega-Asia: A New Paradigm for Asian Studies” 발표를 통해 신범식 교수는 ‘메가아시아’ 개념의 필요성과 유용성을 소개하여, 새로운 아시아 지역 연구의 페러다임을 제시하였다. 고일홍 HK교수는 조민재 HK연구교수 등과 공동으로 준비한 “Asia’s World Heritage-scape: Components, Perspectives and Data” 발표를 통해 왜 ‘세계유산’이야 말로 아시아를 하나의 분석 단위로 삼는 ‘메가아시아적 시각’을 적용하기에 적절한 연구주제인지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허정원 HK연구교수는 “Mapping Value Proximity in Mega-Asia: Family Roles and Gender Expectations among Urban Citizens” 발표를 통해 본 연구소에서 2022년에 진행한 ‘아시아 대도시 가치조사’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메가아시아와 아시아 지역의 가족과 젠더를 바라보는 아시아 시민들의 가치를 유형화하였다. 토론 및 질의응답에서 참여자들은 아시아의 세계유산 인식에 대한 지역별 유형화의 필요성, 대도시 이외의 주민을 대상으로 한 가치조사의 필요성 등을 논의하였다. 세션의 발표와 토론에서 논의된 내용은 HK+사업단의 아젠다 연구 심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HK+메가아시아연구사업단의 목표 중 하나는 하나의 단위로 설정된 아시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역동적인 변화와 연결성을 ‘아시아의 눈’으로 포착함으로써 서구중심적 아시아론을 극복하는 것이다. 또한 ‘메가아시아’는 이전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지역 협력의 틀로서, 장래 아시아가 경험할 다양한 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평화와 번영을 향한 이념적 기초를 제공하고자 한다. 국내외 아시아 연구자들과 ‘메가아시아’의 개념과 방법론으로서의 메가아시아의 유용성을 논의한 내용은 향후 메가아시아 사업단의 2단계 아젠다를 심화하고 추진하는 바탕이 될 것이다.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아시아 시민들의 연대와 협력에 이론적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동북아시아센터>
동북아시아센터(센터장 김백영)는 “China’s Belt and Road Initiative and Its Multifaceted Impact on Asia: Through the Eyes of Asia” 주제의 패널을 7월 30일 11:15-13:00 개최하였다. 이는 동북아시아센터가 작년 11월에 서울시립대 시대중국연구센터와 공동개최한 Asia-China Dialogue 2022의 해외/국내 참여학자들이 최종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공석기 선임연구원의 사회로 진행된 본 패널에서 총 네 편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우선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중 하나인 중국의 고속철 건설 프로젝트에 대하여 아세안의 눈으로 비판적으로 검토한 “Geopolitical Implications of China’s High-speed Railway Projects in ASEAN Countries”가 Evi Fitriani (Universitas Indonesia) 교수에 의해 발표되었다. 또한 일대일로가 “빚의 함정(Debt Trap)”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주목하여 Umesh Moramudali (University of Colombo) 박사는 함반토타 항구의 빚 이슈를 스리랑카 국내정치 및 중국의 금융개입이라는 두 가지 요인을 가지고 20세기와 21세기를 비교적 관점에서 분석한 “China’s Financing and Domestic Politics in Sri Lanka – Parallel Evolution across mid-20th vs 21st century episodes of bilateral interactions”를 발표하였다. 이 외에도 시진핑 정부가 일대일로를 “인류운명공동체” 담론 구축과 연동한다는 점에 주목한 서정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China’s BRI in Moral Politics: Transforming Diplomacy towards Weaker Countries and Beyond”를 발표하여 유교의 영향을 받은 중국의 ‘도덕정치’ 개념을 제시하고, 이를 중국의 약소국 대상 외교의 장기적 변화에 적용함으로써 시진핑 시기 탄생한 일대일로를 바라보는 비판적 관점을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복합적이라는데 주목한 윤종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Bring the ASIA back in the Asian Century”를 발표하여 동아시아 대중들의 반중감정 분석을 통해 부상한 이후의 중국이 아시아의 세기에 맞게 어떻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를 살펴보았다.
본 패널에는 회의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학자들이 참석하여 본 주제에 관한 깊은 관심을 보였다. 네 명의 발표 이후 플로어에서 학자들이 동아시아 고속철도의 다차원적 영향, 한국 젊은 세대의 반중정서 여론조사, 개도국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원조 방식의 차이 등을 포함한 다양한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한 답변과 커멘트를 주고 받으며 열띤 토론이 풍성하게 이어졌다. 본 패널에서 발표된 연구성과 중 일부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의 영문 학술지인 Asi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올해 12월호 특집판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 열린 ICAS 13 행사는 코로나 19로 인해 한동안 열리지 않아 연구자들간의 교류와 협력에 대한 열망이 누적되어 온 상황에서, 학문적 갈증을 한꺼번에 해소시켜 준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비대면의 세계에서도 연구자들은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고 가며 세상의 다양한 상황들을 분석하고, 이를 보다 현명하게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얼굴을 맞대고 토론하며, 청중과 발표자들 간의 교감하는 것은 비대면의 세계에 쉽게 복제되지 않는 정동이기에, ICAS 13 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 연구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귀중한 학술적 기회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비행 시간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 했지만, 참여자들을 환영하는 오프닝 행사가 성대하게 치러졌다는 사실과 그 속에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함께 하였다는 점이 매우 뜻깊게 다가왔다. 또한, 국내 학술행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세션 주제들과 학문적 배경이 다른 참여자들과의 만남들도 큰 기대를 가지게 하였다. 7월 28일 행사 첫날부터 8월 2일 마지막 날까지, 학술행사뿐만 아니라 영화 상영과 다채로운 문화행사들이 세션 사이사이 배치되어 있어 지루할 틈 없이 행사를 즐길 수 있었다. 첫날의 등록과정에서부터 세션 참여와 컨퍼런스가 열린 아이를랑가 대학교 주변 지역 탐방 기회, 처음 만난 연구자들과 함께 웃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점심식사에 이르기까지 단 한 순간도 즐겁지 않은 시간이 없었다.
특히, 인도네시아가 첫 방문이었던 나에게는 모든 환경이 낯설고 어색했는데, 주변 곳곳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안내자들이 귀찮은 내색 없이 어려운 일들을 챙겨주었다. 가장 크게 기억 나는 일은 세션 참가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예정된 시간이 당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가 돌아오지 않아 당황해하던 차에, 주변에 있던 안내 도우미 한 명이 교통 사정으로 인해 20분 정도 늦게 출발할 것이라 알려주었고, 내가 혹시라도 차를 놓칠까봐 셔틀버스가 도착했을 때 나에게 다시 차량으로 안내해주었다. 무더운 날씨와 수많은 사람들이 빈번하게 무엇인가를 요청하는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ICAS 13 관계자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아시아도시사회센터에서는 대안적 도시의 미래를 그려보는 enabling city의 개념화와 관련한 논의를 중심으로, 한국의 스마트시티 사업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생겨난 도시 이슈들, 경의선 공유지와 관련된 도시의 남유와 커먼즈의 부상, 역량 강화 인프라로서 사회주택, 금융, 노동 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것의 함의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연구주제들이 심오하고, 시간 제약으로 인해 모든 발표가 빠르게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이야기를 들은 청중들이 진지한 질문들을 던져주었고, 발표자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금 되새겨보며 더 나은 도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기회를 가졌다. 이를 통해, ‘연구’라는 행위는 다같이 문제를 공유하고 같이 고민하는 과정에서 더욱 더 가치있게 변화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5박 6일의 학술행사는 연구에 대한 열정과 함께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이곳에서의 경험은 좋은 추억이자 새로운 연구의 시작점이 되었다. 끝으로, 어느 지역의 인상은 날씨와 만났던 사람들로부터 기인한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무더운 날씨였지만, 인도네시아의 첫인상은 더위에도 지치지 않는 학자들의 열정과 어디에서나 흔쾌히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었던 이들의 온화한 미소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