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은 그 역사는 일천하지만 정보화 시대를 맞아 가장 각광받는 정책분야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정책으로, 서구 선진국들을 필두로 점점 더 많은 나라에서 담당 행정기구를 확대하고 예산을 증대하고 있는 분야다. 문화정책의 중요성이 커지게 된 주요한 원인으로는 생활수준 즉 소득의 증대와 교육수준의 상승에 따른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수요 확대, 정부의 기능 특히 복지 기능의 확대, 문화예술의 경쟁력 강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른 예술문화의 발달, 그리고 세계화에 따른 문화경쟁의 심화와 시장의 확대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요인들은 다시 거시적 또는 문화사적인 차원의 요인들과 각국의 국내적 요인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거시적, 문화사적인 요인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세계화, 그리고 문화화라고 할 수 있다. 이들 3요인들은 20세기 후반, 소위 정보사회의 출발시점에서부터 등장하여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그 한 결과로 여기서 연구하고자 하는 문화정책의 중요성을 전례없이 부각시키게 된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은 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정보를 순간적으로 전세계 어디로나 전달할 수 있고, 그 결과로 장소에 관계없이 전세계 사람들이 동일 정보에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전례없이 세계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반대로, 세계화는 세계 각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개인과 집단 사이에 인적, 물적 상호의존성을 증대시키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통신기술 수요로 인하여 정보통신 기술의 개발을 촉진시키고 있다. 정보화와 세계화는 또 문화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사용하는 정보는 바로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정보기술이 발달할수록 생산, 유통, 소비되는 정보의 양은 이에 비례해서 늘게 된다. 예컨대 정보유통의 양은 인터넷 보급에 비례하고 정보생산의 양은 컴퓨터의 보급과 비례해서 증가하게 된다. 역으로 문화의 양이 많을수록 이를 소화하는데 필요한 효율적인 정보통신기술이 수요되어 결과적으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을 촉진하게 된다. 한편 국내적인 요인에는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른 시민들의 문화적 활동의 증대, 이에 따라서 발생되는 문화행정 수요의 증가를 들 수 있다. 노동생산성의 증대에 따른 주오일 근무제의 보편화와 같은 여가시간의 증가도 문화정책의 비중이 커진 원인이다. 또한 이러한 추세에 따라 필연적으로 제기되는 문화복지 분야에 대한 정부 역할의 증대도 중요한 요인이다. 더불어 빼어 놓을 수 없는 요인은 문화산업의 발달이다. 정보화 시대를 주도하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문화산업은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그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으며, 각국에서 이를 경쟁적으로 육성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창조산업, 문화산업, 정보산업 등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리는 문화산업은 여러 나라에서 문화정책의 핵심적 과제가 되고 있다.
이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한국, 중국, 일본 3국가 중에서 일본은 기존의 선진국으로, 그리고 한국은 이미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국가로, 중국은 지속적인 고도 성장을 통하여 세계 경제의 핵심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이러한 상이한 국가성장 과정에도 불구하고 문화정책은 이 세 나라 모두에서 중요한 정책으로 부각되고 있다. 일본은 전통문화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이를 보존하고 전파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을 경주하는 한편, 에니메이션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높은 기술력으로 문화산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초일류 급인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자국 문화의 발전에 매진하면서, 문화산업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 제2의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전략산업으로 문화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조선왕조가 문화국가를 국체의 기본으로 추구해 온 오래 된 전통을 가지고 있는 나라로, 건국 후 문화재 정책, 문화예술 개발 정책, 문화향수 기회 촉진 정책으로 문화정책의 기조가 변화하고 확대되어 오다가 1990년대 이후에는 문화산업 육성에 역점을 두고 세계수준의 문화산업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일본, 중국, 한국의 동북아 지역은 인구, 경제, 정치, 문화 모든 면에서 북미, 유럽과 함께 세계의 3대 축으로 부상하여 21세기 세계역사를 선도할 위치에 있다. 이들은 또 문화적으로 오랜 역사적 전통을 공유하고 있는가 하면, 근대사, 현대사를 통하여 각기 고유한 경로를 따라 발전하여 왔다. 바로 이러한 점들 즉,
-문화정책은 21세기의 새롭게 각광받는 정책분야이다
-한, 중, 일 삼국은 21세기를 주도할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화정책의 일본, 중국, 한국에서 공통적으로 그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중국, 일본, 한국 삼국은 문화를 비롯하여 여러 측면에서 공통성과 상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 삼국의 문화정책에 대한 기존의 비교 연구가 없다
는 점에서 이 세 나라의 문화정책을 비교 분석하는 것은 학술적으로 또 정책적으로 매우 가치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