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현대사의 질곡으로 일컬어지는 박정희 집권기를 ‘권위주의적 자본주의’에 의한 지배 과정으로 설정하고, 동일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라틴아메리카의 4개 국가의 사례와 더불어 비교발전론적인 분석을 제시한 학술서 『비교시각에서 본 박정희 발전모델-라틴아메리카의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그리고 아시아의 한국』이 발간되었습니다.
저자인 임현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박정희 시대 대한민국의 지배양식과 발전경험을 역사적 맥락과 국제적 비교를 통해 그 시대가 가지는 보편성과 특수성을 규명하기 위한 이론적 틀로 ‘비교발전론적 분석’을 활용합니다. 그 비교의 대상으로는 비슷한 시대에 군사정권에 의한 ‘권위주의적 자본주의’를 경험한 라틴 아메리카의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를 설정했습니다. 저자는 국가권력이 사회, 경제 및 노동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양상을 기준으로 5개 나라들을 비교하여, 그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혀 내어, 박정희 집권 시대의 지배 양식이 작동하는 기제의 정확한 성격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비교시각에서 본 박정희 발전모델』은 2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는 박정희 지배시대의 우리나라에 대해서 지배이데올로기, 종속적 발전 과정에 따른 국가 역할의 변화 과정, 국가기구 자율성의 강화 과정 등을 살펴 보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권위주의적 지배양식의 완성이라 할 수 있는 ‘유신 체제’가 붕괴되는 결말까지의 과정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2부는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의 사례를 각각 1개의 장을 할애하여, 각 나라들의 군사정권의 특징과 함께 국가기구가 사회, 경제, 노동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 간략하지만 짜임새 있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은 세계 경제에서의 종속적 지위를 벗어나기 위해 ‘수입대체 산업’을 육성하여 경제 개발을 시도하게 되는데, 각 나라별로 국가 권력의 탄생 배경이나 사회적 지배력, 저항세력과의 역학관계에 의해 고유한 양상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비교시각에서 본 박정희 발전모델』은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석학의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간결한 서술을 통해 박정희 시대 대한민국형 ‘권위주의적 자본주의’의 발전과 몰락의 과정을 해외의 사례와는 구분되는 고유의 ‘박정희 모델’로 깔끔하게 정리해 내고 있습니다.
『비교시각에서 본 박정희 발전모델』은 일생 동안 한국 사회과학계에서 헌신한 노학자의 열정과 연륜이 결집된 저작을 접해 보는 흔하지 않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유신체제가 완벽하게 종결된 시점에서 연구자들은 물론 민주주의 발전을 염원하는 시민들에게 권해 드립니다.
이 책은 2017년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의 아시아연구기반구축 사업의 지원을 받아 출판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