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 세계화, 그리고 정보화 시대로 일컬어지는 21세기에 들어와 세계의 미래는 아시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성장에 기초한 아시아의 부상은 1960년대 일본에서 시작하여 1990년대 이후에는 중국과 인도의 성장이 급격하게 부각되었다. 현재 중국과 인도의 지속적인 고도성장은 여전히 아시아의 전략적 부상을 대변하고 있다.
냉전체제 붕괴 이후 지난 20년간 국제체제에서 진행된 권위ㆍ권력의 분산 추세는 새로운 세계적 강대국의 출현, 국제기구의 재정적자 악화, 지역 블록의 잠재적 확대, 비국가 행위자 및 네트워크의 힘 증가 등으로 인해 앞으로 가속화될 것이다. 나머지의 부상(the rise of the rest)이라고 부를 수 있는 힘의 대이동 결과 나타난 중국과 인도의 부상은 오늘날의 국제정치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글의 목적은 그 중 21세기 아시아 세기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인도의 부상에 주목하여 그 외교정책 변화를 확인하고, 인도의 국제적 위상 변화를 견지할 수 있는 소프트 파워 과제를 살펴보며, 궁극적으로 한국과 인도의 미래협력방안을 도출해내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먼저, 제2장에서 1990년 이후부터 2010년에 이르기까지 국제정치 지형의 변화를 국제체제의 구조적 특성과 연관시켜 살펴본다. 세기의 전환기인 20세기 후반과 21세기 벽두에 발생한 국제체제의 변화에 대하여 많은 학자들이 냉전(Cold War) 이후 국제체제의 성격변화에 주목하였다. 그 중 몇몇은 미국 중심의 일극 구조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하였다. 본 논문은 무극체제의 질서에 대한 하스(Haas)의 지적을 받아들여 21세기 국제체제는 다극체제, 나아가 무극체제로의 변환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국제질서의 변화에 발맞추어 인도 외교 역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냉전기 인도의 외교안보정책은 비동맹정책을 추구하였으며, 경제정책은 내부지향적이며 사회주의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인도는 대외정책의 대대적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소위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의 채택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인도가 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강력한 토대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인도의 지리적 환경과 자원, 성장일로의 경제력, 그리고 군사력의 현대화 추진이라는 세 가지 측면은 인도 부상의 국내적 원천과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음으로 제3장에서는 인도 외교안보정책의 역사적 흐름을 고찰한다. 인도 대외정책사는 그 특징에 따라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할 수 있으며, 각각의 시기는 그대로 인도 대외정책의 형태를 결정지었다. 모든 시기를 관통하여 나타난 인도 외교의 주요 원칙은 다음과 같다. 우선 인도는 국내 안정을 위해 분리주의 운동을 저지하고, 주변국들의 개입시도를 회피하고자 했다. 다음으로 인도는 주변국들, 특히 파키스탄으로부터 안보를 확립하고자 시도했다. 셋째, 국경 주변지역의 안정 역시 인도의 정책결정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마지막으로 국제사회와 국제기구에서의 영향력을 확대 역시 인도의 중요한 정책 목표였다.
역사적으로 인도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과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냉전기 인도와 미국 관계는 소원했고, 인도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매달리기보다는 자국 중심의 비동맹노선을 추구했다. 그러나 냉전이 종식되면서 인도는 소련의 붕괴로 인한 권력의 공백을 메우는 데 미국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전략적 인식을 보였다. 반면 인도와 중국은 국가 수립부터 국경분쟁에 이르는 시기까지 전략적 경쟁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냉전 말기 경제개혁 및 경제개혁에 필요한 외교관계의 안정이 강조되기 시작하고, 중국과의 관계 역시 개선되었다. 그러나 양국 관계의 안정화는 구조적인 긴장관계와 병행하여, 인도는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려는 중국의 전략을 여전히 경계하고 있다.
앞선 연구 대상이 국제체제의 변화와 그에 따른 인도 외교안보정책의 전개라는 국제정치적 측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이후 제4장에서는 국제적 위상변화에 따른 인도 연성권력(Soft Power)의 과제를 국가와 시민사회 관계를 중심으로 살핀다. 지난 시기 인도는 세계화의 역동적 측면과 일정 정도 거리를 두며 세계화의 주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세계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인도는 급격한 변화를 경험했다.
이러한 세계화의 물결과 그 부정적 영향은 인도에 매우 위협적이었다. 제4장에서는 인도 정부가 국제적 위상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을 ‘수완국가(Cunning State)’라는 개념을 동원하여 설명한다. 인도 정부의 대응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방, 중앙, 지역 그리고 국제사회에 걸친 다층적 수준의 국가ㆍ시민사회의 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국제수준에서 합의된 논의가 인도의 경우 중앙과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어떻게 왜곡ㆍ변형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개입되는 다양한 요인들을 확인하는 것이 바로 인도 사회의 딜레마에 대한 이해이며, 그 핵심은 국가와 시민사회의 다차원적 관계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5장에서는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하여 한국과 인도의 외교협력 방안을 살펴본다. 우선 제1절에서는 수교 35년이 지난 한국과 인도의 협력관계를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본다. 한국과 인도의 협력으로 1990년대 이후 한ㆍ인도 외교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였고, 2010년 1월부로 한국과 인도의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s, CEPA)이 발효하였다.
본 논문은 한국과 인도 관계 강화를 위해 신아시아 협력외교의 주요 내용과 상호 보완적인 한국ㆍ인도 경제협력 강화, 그리고 한국ㆍ인도 안보협력의 주요 내용들을 고찰하였다. 그중 특히 에너지ㆍ자원외교 차원에서 인도와의 적극적인 안보협력은 한국 외교정책에 필요함을 강조한다. 더불어 양국간 민간외교 활성화 방안으로 본 연구는 한국 내 인도인 공동체의 역할에 주목한다. 영국 및 기타 선진국들의 사례로 볼 때 인도인 공동체의 현황에 대한 기초 조사는 차후 한국과 인도의 민간교류를 촉진하는 기초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