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시리즈 제목: “여기에 우리를 위한 공간은 없다!”: 아시아의 성소수자
1주차(10월 5일): 중동의 성소수자들을 위한 무지개는 언제 뜰 수 있을까? (구기연, 아시아연구소)
2주차(10월 12일): 전통과 근대화 사이에 감춰진 이들의 이야기: 중앙아시아 역사와 문화 속 성소수자 (신보람, 전북대학교)
3주차(10월 19일): 근현대 일본 트랜스젠더의 여러 얼굴 (조수미, 명지대학교)
4주차(10월 26일):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 남아시아의 성 소수자 히즈라(Hijra) (김경학, 전남대학교)
5주차(11월 2일): “여기에 우리를 위한 공간은 없다”: 편견과 혐오의 물결에 직면한 인도네시아 성소수자 (이연, 한국외국어대학교)
Review
<“여기에 우리를 위한 공간은 없다!”: 아시아의 성소수자 – 편견과 혐오의 물결에 직면한 인도네시아 성소수자>
참석자: 이연(한국외국어대학교)
11월 2일 진행된 <아시아의 성소수자> 특별강연 시리즈의 세번째 강연에서 이연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여기에 우리를 위한 공간은 없다” 편견과 혐오의 물결에 직면한 인도네시아 성소수자”을 주제로 인도네시아의 성소수자에 대한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영화 “밤의 부재” 속에서 그려진 성소수자에 대한 설명으로 강의의 포문을 열었다. 영화 속 인물들을 대화를 통해 인도네시아에서는 국가가 강조하는 다원성과 포용의 가치가 성적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사회 구성원의 자유로운 성적 실천 발현에는 제한된다고 설명하였다.
2014년 포괄적 성향의 이슬람 단체 MUI의 “LGBT는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서구에서 들어온 퇴폐적인 성애이며 치료해야할 장애”라는 내용의 파트와 이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이 증가했다. 그러나 근대 이전의 인도네시아 전통사회에서도 성적 다양성의 흔적은 발견된다. 성을 2개 이상으로 구분하여 양성성을 인정하기도 했으며, 성적 정체성이 일생동안 바뀌기도 한다고 믿었다. 이에 대해 이연 교수는 근대화와 이슬람의 영향으로 성적 다양성을 금기시하고 배척하기 시작하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인도네시아의 성소수자 혐오와 처벌 현황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의 영향력이 가장 강한 아체에서는 법적으로 동성애를 금지하여 동성 성관계시 태형으로 처벌한다. 이에 대해 최근 들어서 수마트라섬의 다른 지역에서도 아체의 동성애 처벌을 그대로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슬람 연대가 주도하여 입법화를 요구한 포르노법이 LGBT를 처벌하는 법적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이 거세지며 LGBT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동성간 음란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법률 개정안이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인도네시아에서 LGBT의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며 LGBT를 전염병에 비유한 표현들이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연 교수는 인도네시아 퀴어담론이 확산된 계기로 1998년 수하르또 정권의 퇴진을 꼽았다. 수하르또 정권은 국가의 개념을 가족과 동일시하면서 이성애를 기반으로 하는 핵가족의 개념을 강조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동성애 소재는 정권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하고 위축되었다. 수하르또의 퇴진 이후에는 대중매체에서 성소수자 캐릭터의 등장, 퀴어 영화제 등 이전보다 표현의 자유가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16년부터 성소수자 관련 혐오발언의 강도가 거세지며 수하르또 정권 시절의 성소수자 관련 제재가 되살아나기 시작하였다.
이연교수는 팟캐스트 출연이후 성소수자 혐오에 부딪힌 Ragil의 “존재하기에, 이미 함께 한다는 사실은 가려질 수 없다”는 말로 강연을 끝맺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