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자: 라연재/ 방문학자 펠로우/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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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2일(화), 아시아연구소는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인 라연재 박사를 초청해 “아시아·오리엔탈 요리책에 담긴 내셔널 퀴진의 형성”이라는 주제로 브라운백 세미나를 진행했다.
라연재 박사는 올해 2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음식에 국가성이 부여되는 양상에 관하여 한국음식의 사례를 바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음식 내셔널리즘 이론, 지역 음식문화 및 음식사, 미디어와 음식이다. 오늘의 연구 소재인 ‘요리책’은 라 박사의 석사학위 논문 소재였다.
세미나를 시작하며 라 박사는 선행연구를 검토했다. 우선 사료로서 요리책이 어떤 기능을 했는지에 주목했는데, 로버트 단턴의 신문화사적 관점을 통해 지식이 책을 통해 퍼져나가는 과정과 그리고 헨리 노태커의 구술로 전승되던 요리 지식이 텍스트화되는 과정이 그 내용이었다. 요리책은 레시피로 이루어진 책이지만, 이외에도 매너나 식재료, 관련된 설화, 민속 등의 다종다양한 음식 관련 지식을 포괄하므로 민속문화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젠더 관점에서도 요리책을 분석할 수 있다. 요리책은 독자가 가정주부일 것이라고 전제하므로, 주부 교육의 차원에서 요리도구, 요리재료, 분량 등을 어떻게 잘 설명할 수 있을지를 고려했다. 실용성과 더불어 주부의 안목을 끌기 위해 삽화 등에서 미학적 요소를 고려한 점 또한 흥미롭다. 요리책의 내용은 전문성있는 셰프를 대상으로 한 글과 달리 가정요리 중심인 점도 독자를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요리책은 민족, 인종, 국가를 반영하는 매개체이다. 아파두라이는 요리책에 적힌 레시피가 선별되고 표준화되는 과정에서 범지역성과 교차성이 발견되며, 특히 여성 집필진에 의해 작성되는 요리책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의 발전 연장선상에서 관광이나 여행된다고 말한 바가 있다. 퍼거슨은 요리책이 가지는 정치적 정체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근현대 시기 출판된 중국-대만 요리책과 중국요리의 형성에서 잘 드러난다. 가정식 중국요리가 미국 전역에 전파되고 수용될 때 요리책은 “문화적 외교관”의 역할을 담당했다. 중국과 중화권을 아우르는 지역적인 맥락이 중국음식이라는 단일범주로 수렴되면서 아시아의 혼종성과 다원성이 미국에 수용되었다.
그 다음으로 라 박사는 1930~1970년대 미국에서 영문으로 발행된 아시아·오리엔탈 요리책 13권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Oriental Culinary Art(1933), Hawaiian and Pacific Foods(1940), Oriental Cookbook(1950), Recipes From the East(1955), Simple Oriental Cookery(1960), Nippon These(1961), American Oriental Cookery(1962), Hawaiian Cuisine(1963), The Art of Oriental Cooking(1964), The Complete book of Oriental Cooking(1965), Recipes from the Far East and Near East(1969), Pearl S. Buck’s Oriental Cookbook(1972), Oriental Barbecues(1974)이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의 대부분은 재료를 구매할 수 있는 곳과 구매 방법을 명시했으며, 저자는 요리학교 혹은 가정학부 출신이었고, 음식비평이나 다른 요리책 저자로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요리책이 포괄하는 국가에는 한국, 중국, 일본, 필리핀, 하와이까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와이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대한 관심은 폴리네시안과 태평양에 대한 관심으로 해석할 수 있다.
라 박사가 다음으로 주의를 기울인 부분은 가정주부와 오리엔탈 퀴진의 연관성이었다. 전후 복구사회에서 남성 생계부양자의 쌍으로서 가정주부의 모델을 따라야 했던 미국 여성들은 요리실력을 함양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중산층 여성은 연회나 접대용으로 특별한 음식을 만들 수 있어야 했으므로 오리엔탈 요리책을 통해 공부하곤 했다. 미국 외식업에서 에스닉 레스토랑이 본격화된 시기는 1980-90년대였는데, 중산층 가정주부 독자들에게 미친 요리책이나 잡지의 영향이 그 기반이 되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도시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미식이 발달하면서 프렌치 주류 문화와 대비되는 에스닉 요리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열정적인 발표와 질의응답으로 브라운백 세미나가 마무리된 후, 라연재 박사에게 아시아연구소 소속으로서 향후 어떤 연구를 진행할 예정인지와 협력 계획이 있는지를 물었다. 라 박사는 올해는 로컬푸드 중심으로 연구를 해왔으며 상품으로서의 음식에 많이 골몰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상품화된 음식이 가지는 영향력에 관한 사례연구를 계속 할 계획이며, 특히 경상도와 전라도 및 강원도에서의 현장연구를 통해 전통의 상품화를 이야기할 것이라 답했다. 아시아연구소와도 K-푸드와 한류 등을 푸드 내셔널리즘과 연결한 연구를 진행하며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마무리지었다.
글, 사진 | 유하영(학술기자단, 연구연수생 20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