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akers
서지영 박사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 한류연구센터
한국의 20세기를 이끌었던 의식은 무엇이었을까? 그때 우리가 살면서 제일 중요하고 치열하게 좇았던 가치와 욕망은 무엇이었을까? 한국사회의 집합 심리를 예각적으로 탐구해 온 사회학자 김홍중은 전쟁, 독재와 민주화, 그리고 급격한 경제성장을 통과하면서 우리가 ‘마침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생존주의(survivalism)’를 제시한다.
한국 근대의 간판 사상은 ‘존재’도 ‘실존’도 아닌 ‘생존’이다. 생존은 근대 한국인의 삶을 규정한 가장 근본적 문제이자 강박관념이자 이념이다. 한국 사회의 성취와 모순, 빛과 그림자, 가능성과 절망을 모두 끌어안은 근원적 사상이자 서글프면서도 야비하고 잔인한 질문이다. 즉, 우리의 근대는 “살아남는다는 것이 무엇이냐?”라는 물음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이 질문에 정면으로 대결을 시도한 이 책은 한국 근대에 대한 치열한 자기성찰이자, 한국사회학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면서, 동시에 21세기의 새로운 한국사회의 가치와 욕망에 대한 실험적 탐색의 기록이다. 생존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우리가 살아냈고 앞으로 살아낼 시간을 이해하는 것은 21세기 한국 사회가 쫓고 있는 가치와 욕망이 어떻게 비롯되었는지 이해하는 한편으로, 지금 우리가 향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디로 향할 것인지 성찰하고 가늠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발표: 김홍중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토론: 천정환 (성균관대학교 국문학과), 허윤 (이화여자대학교 국문학과)
사회: 서지영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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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2025년 4월 28일,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김홍중 교수는 <서바이벌리스트 모더니티>라는 주제로 100분 토크를 진행하였다. 이 세미나에는 국내외 연구자 및 학생들 약 43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한국 근대성의 특징인 ‘생존주의’를 설명하며, 이를 근대 한국 사회의 중심 이념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한국 근대화와 생존주의를 연결하여, 근대 한국 사회의 발전과 생존을 위한 투쟁의 역사를 분석했다.
김홍중 교수는 생존주의가 근대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이념으로 자리잡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존주의가 19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까지 한국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이끈 핵심적인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생존주의는 “살아남는 것”을 넘어, “살아나가는 것”과 “지속”을 포함한 더 깊은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생존이 단순히 생명 연장의 차원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삶과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중요한 이념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생존주의가 20세기 한국 사회에서 욕망의 흐름, 통치성, 그리고 심리적 레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밝혔다.
김홍중 교수는 한국 근대성의 특성으로 군사화된 근대성, 유교적 근대성, 압축적 근대성, 환원근대 등을 소개하며, 각 이론들이 한국 사회의 문화적, 역사적 변동을 어떻게 반영하는지를 분석했다. 한국 근대성은 빠른 근대화와 서구 근대의 변형이 특징으로, 군사화된 근대성은 1960년대 이후 한국 사회가 반공주의와 군사주의를 중심으로 국가와 사회를 통제하며 발전해왔음을 설명했다. 또한, 유교적 근대성은 한국의 전통적 가치가 근대화와 충돌하면서도 여전히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압축적 근대성은 한국이 서구 근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며 사회적 변화와 문화적 충돌을 겪었음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환원근대는 한국이 근대화 과정에서 정치와 경제의 집중화, 사회적 분화의 결여를 겪었다고 다뤘다.
김홍중 교수는 한국 사회가 겪은 여러 생존 위기—제국주의, 냉전, 신자유주의—를 언급하며, 이 위기들이 한국 근대성에 미친 영향을 설명했다. 제국주의 시절에는 국가의 독립과 민족의 생존을 위한 투쟁이 일상적이었고, 냉전 시기에는 남북한 대립과 반공주의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신자유주의는 1990년대 후반 IMF 위기를 계기로 한국 사회를 시장 중심의 경제 모델로 전환시키며 경제적 불평등과 개인의 경쟁적 삶을 강조하게 만들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위기들이 한국 사회의 생존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하며, 한국이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설명했다.
김홍중 교수는 가이아 개념을 소개하며, 생태학적 파국 시대에서 인간의 존재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새롭게 고찰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이아는 지구의 생명체들이 얽힌 생명적 시스템으로,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들이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네트워크로 볼 수 있다. 그는 21세기 생존주의가 공적 생존을 요구한다고 주장하며, 이는 인간 중심의 사고를 넘어서 지구와 모든 생명체를 위한 공동체적 생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새로운 생존 방식은 개인적 생존을 넘어서, 환경적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 후, 천정환 교수(성균관대)와 허윤 부교수(이화여대)가 토론에 참여하여 발표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