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akers
홍석경 교수
한류연구센터장 /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황동혁 감독은 한남동에서 경찰이 그은 선 양옆으로 벌어진 윤석열 체포 찬반 시위를 <오징어 게임 2>의 ‘OX 투표’에 빗대며 이를 통해 민주적 다수결 제도에 대한 질문을 던지려 했다고 한다. 드라마는 게임 참가자들 전체의 운명이 투표로 좌우되는 와중에 좌우파의 정치적 진영이 구축되고, 그들간의 대립이 이를 활용하는 게임 체제 자체의 전복으로 전환되다 좌절되는 과정을 담는다. 1편이 공정한 규칙 아래 숨은 변칙적 예외 상태를 통해 각자도생의 신자유주의와 초법적 생명정치 및 비체들간의 선물 윤리를 조명했다면, 이 모두에 내재한 탈정치성을 극복하듯 2편은 뜻밖의 탄핵 정국에 개봉한 정치적 ‘시즌’이 되어 시리즈의 방향을 튼다. 1편 말미에서 시사된 이 전환은 실패한 혁명 후의 또다른 응전을 그려갈 3편에서 결국 게임 체제의 붕괴를 노정할 텐데, 현실 모순의 이런 허구적 해소는 정치의 미학적 환원이 갖는 한계와 더불어 정치적 해답보다 과정에 도사린 문제들에 대한 주의 환기도 동반한다. 여기서 2편은 다채로운 설정과 스타일, 사회적 이슈와 논란을 때로 과장되게 버무려 넣는 종합 예능 프로그램 같은 전략적 비일관성을 통해 관객 반응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동시에, 자본주의 비판으로 문화산업의 잭팟을 터뜨린 1편의 수행적 자기모순을 확대 재생산한다. 본 강연은 이처럼 중층화된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안팎을 계엄 후의 정치적 문제의식과 교차해 논의한다.
행사후기
지난 4월 18일, 한류연구센터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롱비치(California State University, Long Beach)의 Cinematic Arts 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인 정승훈 교수를 초청해 특별 강연을 개최했다. 정승훈 교수는 글로벌 시네마, 생명정치, 그리고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화에 주목해 온 연구자로, 최근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을 중심으로 자본주의, 인간의 윤리, 정치성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이번 강연의 제목은 “게임과 계엄 사이-<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정치적 전환”으로, 드라마 속 게임 구조와 서사를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와 글로벌 자본주의의 현실을 되짚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정승훈 교수는 먼저 <오징어 게임>의 배경이 되는 섬을 미셸 푸코의 개념인 ‘헤테로토피아’를 통해 설명했다. 현실과 떨어진 듯하지만 오히려 현실의 불평등, 폭력성, 규칙과 예외의 구조를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는 공간으로서 이 섬은, 공정한 경쟁이라는 허상을 내세우며 참가자들을 생존 경쟁으로 내모는 ‘비정상적인 현실의 축소판’이라고 분석했다.
강연에서는 시즌 1과 2를 중심으로 각 게임이 어떻게 공정함과 불공정함 사이를 오가며 참가자들을 윤리적 딜레마 속에 몰아넣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이 ‘비체(abject)’—존엄성을 박탈당한 존재—로 전락하게 되는지를 짚었다. 특히 줄다리기, 구슬치기 등 주요 게임들이 개인의 노력보다 구조적 불평등과 무작위성, 변칙적 규칙에 더 많이 좌우되는 방식을 통해 현실의 경쟁 논리를 비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승훈 교수는 시즌 2에서 게임 참가자들이 민주적 투표와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체제에 저항하기 시작하는 점에 주목했다. 시즌 1이 생존의 윤리와 개인의 선택을 중심으로 했다면, 시즌 2는 보다 정치적인 집단적 움직임과 체제 전복의 가능성을 그린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 역시 쉽게 완성되지 않으며, 드라마는 ‘정치’의 어려움과 복잡성을 함께 보여준다.
한편 강연 이후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관중들은 드라마 속 폭력의 시각화, 참가자들의 윤리적 선택, VIP 캐릭터를 통한 글로벌 자본의 상징성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정 교수는 드라마가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의 윤리와 정치 구조를 되돌아보게 하는 텍스트임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