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1월 미국은 소련과 중국의 확장을 막기 위한 ‘애치슨 라인’을 발표했다. 그리고 5개월 뒤 애치슨 라인 밖에 위치하게 된 한반도에선 전쟁이 발발했다. 73년이 지난 2023년 한국은 다시 미ㆍ중의 공급망 전쟁으로 그려질 ‘신(新)애치슨 라인’의 최전선에 서 있다.
중앙일보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소장 박수진 교수)와 함께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 한국 외교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아르스프락시아’는 아시아연구소의 의뢰로 2020년 1월~2022년 9월 30일까지 한ㆍ미ㆍ일ㆍ중 4개국 824개 언론사의 기사 550만여건을 빅데이터 분석했고, ‘한국리서치’는 지난달 6~9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심층 웹설문 조사를 진행했다.(95% 신뢰수준ㆍ표집오차 ±3.1%ㆍ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
국민들은 ‘북핵 억제력’을 전제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화를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면서도 핵우산이건 전술핵이건 자체 핵 개발이건 북핵을 사전에 차단할 방안은 갖춰놔야 한다는 취지다.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 방식’을 묻자 39%가 “대화를 통한 위기관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11.7%는 “안보와 별개로 경제협력을 재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화와 협력을 내세운 이 같은 ‘관여정책’의 합은 50.7%로, 대북 ‘압박정책’인 “북한에 대한 압박 강화”(26.5%), “미국의 핵우산 등으로 억제해야 한다”(18%)는 의견의 합 44.5%를 다소 앞섰다. 그러나 대화와 협력의 전제는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확실한 핵우산을 제공받거나, 아니면 자체 핵무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북핵 억제력 확보’로 나타났다. 핵우산, 핵공유, 핵개발 등 어떠한 방식으로든 한국이 북핵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은 관련된 모든 질문에서 과반을 보였다. 먼저 국민의 53.6%는 미국의 전술핵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에 앞서 미국의 확실한 핵우산 제공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술핵 배치가 우선이라는 응답도 31.9%가 나왔다. 민감한 대목은 다음부터다. 만약 핵우산 제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술핵 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자는 의견이 53%에 달했다. 전술핵 배치에 반대한 의견은 30.2%에 그쳤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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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만약 핵우산 제공과 전술핵 배치 모두에 실패할 경우에 대한 국민 과반의 선택은 자체 핵무장이었다. 자체 핵무장에 동의한다는 의견은 58.1%로, 반대 의견(31.6%)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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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부문장은 “남북간 협력과 대화를 내세운 것은 전쟁 등 극단적 상황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의미하는데, 다만 국민들은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북핵 억제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는 ‘하노이 노딜’ 등을 거치며 힘의 불균형 속 대화가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경험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쟁 등 한반도에서의 극단적 상황에 대한 강한 경계심은 ‘전쟁 발발 시 참전 의사가 있는가’에 대한 응답에도 반영돼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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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50.7%는 참전하겠다고 답했고 49.3%는 참전하지 않겠다고 답해 여론이 갈렸다. 세대별로는 20대의 경우 참전과 불참 응답이 43.8%와 56.2%로 참전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가장 높았고, 40대는 양자가 정확히 50%씩 기록했다. 60대 이상에선 58.1%가 참전 의사를, 41.9는 불참 의사를 내비쳤다.
대만 해협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에 대한 질문에선 46%가 한국군 파병을 제외한 간접지원을 택했고, 한국군을 파병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10.9%였다. 완전한 중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34.1%로 나타났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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