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혁명은 시작되었어요. 이 시위는 단순한 시위가 아니라고요. 저는 이미 꿈을 꾸고 있어요. 이란에서 자유롭게 히잡을 벗고, 춤을 추고 다른 사랑하는 이들과 즐겁게 살아가는 꿈을요.”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지난달 25일을 시작으로 한 달 가까이 서울 테헤란로와 이태원 일대에서 매주 이란 반정부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25세의 이란 유학생 아이사는 힘주어 이야기했다. 2022년 이란 시위를 둘러싼 목소리들은 왜 4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게 이란 사회를,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를 뜨겁게 하고 있는가?
마흐사 아미니가 죽은 지 40일째 되는 날인 지난 22일, 독일 베를린에서는 10만명으로 추산되는 사람들이 모였다. 유럽 각지와 독일의 다른 도시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란인 디아스포라들뿐 아니라, 이란의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연대하는 독일인을 비롯한 유럽인들이 베를린 광장을 가득 채웠다. 특히 이 시위는 2020년 이란 상공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항공 격추 사건으로 딸과 아내를 잃은 하메드 이스마일리온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어느새 2022 이란 시위의 대표곡으로 여겨지는 ‘Baray(위하여)’의 가사 중 ‘자유, 자유, 자유를 위하여’를 따라 부르며, 20대의 젊은 여성도 50대의 중년 남성도 함께 우는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시위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높은 공감을 샀다.
한동안 이란뿐 아니라, 해외에 망명하거나 이주한 이란 교민 사회는 그야말로 무기력한 상태였다. 이란 신정 정치 체제는 공고히 유지되고, 사람들의 입을 닫게 하고 신체 자율권까지 억압하는 상황 속에서 이란 안팎의 사람들은 그야말로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렀다. 그것이 바로 지난해 대통령 대선 때 기록한 역대 가장 낮았던 48.8%의 투표율을 말해준다.
하지만 베를린의 광장에서, 그리고 서울의 테헤란로에서 이란인들은 이제 때가 왔다고 한다. 사람들의 입을 닫게 했지만, 마음속 분노마저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이란 내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 않기에, 이란 교민들은 이란어 위성 방송과 소셜미디어 채널 등을 통해 끊임없이 이란 내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어준다. 이 유혈 사태 속에서도 이란 민중들은 희망과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 수많은 소셜미디어 속 게시물과 댓글, 거리에서, 누구인지 모르지만 이란의 밤을 수놓는 구호들 속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무엇인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란 시민들과 해외 교포들은 위성 미디어와 소셜미디어, 그리고 거리의 벽화와 낙서를 통해 국내, 그리고 국외의 연대하는 힘을 인식하게 되었다.
지난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이란 안팎의 다양한 세대들과 남녀들, 그리고 이란의 인권 상황에 연대하는 지구촌 사람들은 때로는 같이 울고, 때로는 함께 위로하며 마음을 함께 나누었다. 이란에 살고 있는 현지의 사람들은 당신들의 절규가, 당신들의 목소리가 잊혀질까봐 가장 두렵다고 한다. 그러면서 애타게 밖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우리의 목소리가 되어달라고, 우리는 멈추지 못한다고. 이란의 여성, 삶, 그리고 자유를 외치는 그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그들의 인권 상황에 관심을 갖고, 연대와 지지의 응원을 보내는 것이다. 자유, 자유, 자유를 위하여.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