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학자 소식] 김두영 전 KOTRA 혁신성장본부장 인터뷰

[방문학자 소식] 김두영 전 KOTRA 혁신성장본부장 인터뷰

김두영 전 KOTRA 혁싱성장본부장은 1987년 KOTRA에 입사하여 2019년까지 32년 간 근무하였고, 우리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애로사항을 해결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미국, 브라질과 독일 등에서는 현지에 주재하면서 우리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현장에서 경험하였다. 국내에서 전략사업본부장 등 핵심사업을 주관하면서 방콕, 호치민, 싱가포르 등의 주요 전시회와 한류 박람회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을 통해 시장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고, 현재 코스닥협회 자문위원, 지평 고문으로도 활동중이다. 아시아연구소 국제교류부의 방문학자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통해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두영 선생님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1987년에 KOTRA에 입사해 20196월까지 32년이라는 오랜 기간 재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KOTRA에 입사하시게 된 계기와 근무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험을 몇 가지 말씀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수출주도 경제성장의 배경 하에 당시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무역 관련 일을 하는 종합 상사맨이었습니다. 이 중, 다양한 기업 활동을 지원하여 공익성 측면이 있는 KOTRA에서 일하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하여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90년대 초만 해도 해외에서 한국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미국 LA에 나가봐도 한국이 아프리카에 있는지 아시아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정도였죠. 경공업 위주인 우리나라 상품을 수출하고 소개하는 것 뿐 아니라, ‘한국’에 대해서도 널리 알려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외환위기 때, 시장상황의 변화를 이유로 본인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계약조건 변경을 시도하는 해외 바이어들과의 분쟁을 해결하여 우리 기업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도왔던 일입니다. 그리고 브라질 근무 시절, 우리나라 기업들이 많이 수출하는 분야에 대해 현지 경쟁업체들이 정부에 반덤핑 규제 청원을 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무역 분쟁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도왔던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올댓브라질’, ‘미국시장 이렇게하면 열린다’, ‘WTO시대 미국시장 진출전략등의 저서를 집필하셨습니다. 다양한 국가와 시장에 대한 진출전략을 저술하셨는데요. 아시아의 시대에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이 기본적으로 준비하고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님이 어떤 일을 제안했을 때 어렵다고 대답하는 직원들에게 “이봐, 해봤어?”라고 반문하셨다고 하죠. 시도하면서 뭔가를 찾아내는 것은 굉장히 의미있고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해외 바이어에게 한국 기업은 공격적인 경영을 한다고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지나치다 보면 일명 ‘무대뽀’ 정신으로 보여질 수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나라마다 해당 문화권의 특성이 있고 시장의 산업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연구 분석을 통해 어떤 바이어를 타겟팅해서 어떤 상품부터 진출해야 할지 체계적인 전략, 정밀한 마케팅 플랜을 세워야 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 아쉬움이 있습니다.

지역과 관계없이 거의 매년 해외에서 활동하는 지상사의 15%가 망해서 사라지고, 또 다른 15%가 생기는 우여곡절이 있습니다. 이를 보며 느낀 것은 시장 특성을 분석해서 기업에 잘 전달해야겠다는 점이었습니다. 15%가 나가고 나면 또 다시 15%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 후에는 시스템적으로 이해하고 보완하여 사라지는 기업을 10%, 5%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죠. 그 작은 실천으로써, 우리 현지 기업들이 상품을 판매했을 때 바이어의 반응, 각 나라 산업의 차이점, 어느 분야에 기회가 있을지 등 개인적 경험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기업에 홍보하면 새롭게 진출하려는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제 개인의 경험만으로 아주 많은 부분을 커버할 수는 없었지만, 다른 동료들도 책을 쓰며 함께 자료를 축적하고 공유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있었습니다. 선진국 시장에 관한 정보는 이미 잘 체계화 되어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동남아시아나 브라질과 같이 언어적 특성이 강하고 정부 정책 등이 쉽게 바뀌는 나라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기관에서 체계적으로 잘 정리하지 않으면 노력에 비해 성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특히 동남아시아센터의 데이터베이스 축적과 역할이 기업 입장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시아연구소가 아시아지역정보의 세계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우리는 정보산업혁명,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너무나 많은 정보 속에서 정작 내게 꼭 필요한 정보는 찾기 어렵습니다. 이같이 넘쳐나는 일반 정보와 실제 필요한 특수 정보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니즈(needs)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선진국의 사례로부터 여러 신생 산업 고객군들의 니즈를 분석해낼 수 있겠죠.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모든 고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고객이 없다는 것과 같습니다. 대학이건, 정부건, 기업이건 자신들을 꼭 필요로 하는 충성 고객이 반드시 있어야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고객 분석을 통한 영역 도출이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연구 주제나 리서치 방향을 조사하다 보면 중요하지만 타 연구기관들에서 미처 다루지 못하고 빠져있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틈새에서 아시아연구소만의 컬러를 낼 수 있는 특색 있는 연구 영역을 찾아내 전문화하고 자료를 축적해나가다 보면, 특수 정보와 일반 정보 사이의 중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산업적인 카테고리와 아시아 지역 카테고리의 매트릭스를 잘 찾아, 몇 년간의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정보를 축적해 나간다면 특색 있는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이 갖춰야할 역량과 덕목은 무엇이 있을까요? 인생선배로서 조언해주신다면?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님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매일 언론에 등장하는 BTS나 손흥민 뿐만이 아니라, 해외에 나가보면 언론에 다뤄지지는 않지만 국제기구, 다국적기업에서 실력을 발휘하며 활약하고 있는 한국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할 일이 많은 세계로 나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바로 마인드의 세계화인 것 같습니다. 단순히 언어를 조금 구사하거나, 몇 번의 해외여행을 통해 그 나라가 어떻다고 이야기하기보다는 해당 문명, 문화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합니다.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무역인 전쟁에서 시작하여, 상품만 돌고 수출되던 것에서 한 단계 나아가 자본, 사람과 같은 생산요소가 움직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이 되었고, 세계 전체 흐름은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고부가가치의 일을 찾으려면 눈을 밖으로 돌려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이를 위한 관건은 세계문화, 다문화에 대해 이해하는 마인드의 세계화입니다. 서로 공감, 이해, 포용하여 협력을 통해 함께 무언가 창조해내는 마인드셋(mindset)이 잘 정립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갖춘 사람이 어떤 영역에서도 실력을 발휘해내는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너무 국내 기업만 생각하기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좋은 기회를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웬만한 재벌 기업들의 연간 매출 80%가 해외에서 발생됩니다. 한국기업이라고 해서 한국사람만, 한국에서 채용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보니 채용문제가 더 심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KOTRA, 외무부의 리크루트를 통해 국제기구에 진출할 수도 있을 것이고요. 시각을 좀 더 넓혀보면 또 다른 측면을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해외에서 직장을 구하는 모습을 보면 생활여건이 편해 보이는 나라에 과도하게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장기적으로 배우고 익힌다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는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를 선택했을 때 더 좋은 기회를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현재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좋은 기업들이 많이 나올텐데, 전문인력을 배출해내는 속도가 산업의 발전속도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 자국의 인력으로만 충당하기 어려워 다른 국가의 전문인력을 채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구요. 우리나라의 우수 인력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싱가포르입니다. 싱가포르 사람만 써서는 싱가포르의 금융, 물류, 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기 때문에, 전 세계의 능력있고 똑똑한 사람들을 채용하고 이것이 세계적으로도 일반적인 추세입니다. 동남아시아의 아세안 국가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은 이미 산업기반이 강하고 가능성이 많은 국가들입니다.

 

노력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셨는지요?

아무래도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좋기 때문에 실무적인 상거래 분야에서 시작했지만, KOTRA가 공공성이 있는 기업이다 보니 상거래를 규율하는 법제도, 질서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통상법을 공부했습니다. 또한, 정부 정책 자료를 만드는 등의 과정을 거치다 보니 한 단계 더 나아가 무역의 역사, 발전과 흐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구요.

은퇴 후에는 세계 무역사에 대한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지만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측면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큰 나라, 많은 인구에 주눅 드는 경우가 많이 있죠.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보면 숫자보다 생각의 크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의 여러 사례들을 통해 한국인의 글로벌 DNA 또한 확인할 수 있죠. 이것이 제가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계속 연구해 나가야겠다고 확신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역사도 다시 보고 사람들의 가치 있는 마인드를 열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은퇴 후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지금 정확히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신가요?

공기업의 특성 상 공익성도 있고 많은 기업들을 두루 도와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이야기해보자면 접점은 굉장히 넓으면서 깊이가 얕다고도 볼 수 있죠. 여러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접점을 좁혀 중요한 것을 골라 깊이 있게 활동하고 도와주는 것도 의미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브라질이 경제도 좋고, 기회가 많고 뜨는 지역이라고 하니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상황에서, 제도적인 맹점, 위험 요소와 기회 요소를 큰 흐름에서 정리해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올댓브라질>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면, 지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은 가령 기업이 브라질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구체적인 법, 제도, 절차 등을 디테일하게 가르쳐주고 함께 뛰어주는 일입니다. 그동안 특별히 관심 있었던 해외 현지법인 진출, 기술교류, 합작투자 등의 영역에 대해 법적인 프로세스를 변호사들과 함께 디테일하게 검토하고 법인등록 등 비즈니스 과정 자체의 실무를 함께 해주는 것입니다. 표면적으로 넓게 알던 것을 깊이 있게 재정리해서 적용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인터뷰 진행 | 허정원, 백현지, 장두원(학술기자단), 조규린(연구연수생)
인터뷰 정리 | 장두원, 백현지
사진 | 백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