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미니처럼 죽을 수 있었어요.” 최근의 시위 상황을 묻는 나에게 20대 이란 여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왜 2022년 이란의 민중들은 거리에서 히잡을 태우고, 총성 앞에서도 분노의 목소리를 거두지 않는가? 히잡을 적절하게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체포된 후 의문사한 이란 내 쿠르드 소수민족인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으로 촉발된 이번 시위는 이란 전역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래 남녀노소, 쿠르드 민족, 버저르 시장 상인들과 대도시의 상류층에 이르기까지 모든 민족과 계층을 아우르는 가장 큰 시위라 할 수 있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이란에서 여성들에 대한 이슬람식 복장과 히잡에 대한 단속은 일상적이다. 매번 거리를 나갈 때마다 여성들은 자신의 옷매무새를 점검하고, 도덕 경찰에 적발되어 훈계를 듣는 것은 성인 여성들이 한번쯤은 겪은 일이다. 40여년간 계속되어왔던, 정치 이데올로기의 표상이 되어야 했던 이란의 여성들은 누구나 ‘아미니’처럼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이란과 해외에 거주하는 이란인들의 분노는 단순히 한 여성의 죽음에 대한 것이 아니다. 핵 협상 실패로 인해 수년간 국제 경제 시장 속에서 고립되었고, 코로나19로 인해 높은 실업률, 살인적인 물가 상승으로 민생고를 겪어와야 했다. 이란 민중들은 2009년 녹색 운동에서, 2020년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건 그리고 2019년 연료값 인상에 관련된 일련의 시위들을 통해서, 2000여명 가까운 조국의 형제들과 자매들의 죽음을 목도해왔다. 수년간 이란의 민주주의와 자유 그리고 인권을 외치는 수많은 언론인들과 시민운동을 이끌어간 사람들의 구속과 죽음을 안타깝게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시위에서 이란 국민들은 모두 용감하게 거리로 나서고 있다. 여성들은 억압의 상징으로만 남아버린 히잡을 벗고 보안군 앞에 나섰으며, 남성들은 인권과 자유를 위해 시위에 참여했다. 해시태그 ‘#마흐사 아미니’는 1억번 넘게 트위터에 공유되고 있으며, 전설의 축구 선수 알리 카리미는 당국의 경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트윗을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의 불이익을 감당할 각오로 유명한 영화감독, 배우들, 운동선수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강경한 진압 속에서 16세 소년을 포함한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몇년 뒤 이 시위로 모든 것이 바뀔 것 같다며, 염색한 금발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시위대 속으로 들어간 23세의 ‘하디스 나자피’ 역시 더 이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제 더 이상 소중한 생명들이 해시태그로만 남을 수는 없다.
지난 9월25일에 있었던 서울 테헤란로에는 100여명의 이란인들이 모였고, “여성, 인권, 자유!” “이란의 자유를 위하여!”라는 구호는 3시간 동안 강남역 일대에서 계속되었다. 이란의 유명한 시위대 구호 중 하나인 “두려워하지 마, 두려워하지 마, 우리는 함께 있어”라는 구호는 어느새 “두려워하라, 두려워하라! 우리는 모두 함께다”로 바뀌어 있었다. 이란 시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한 자들이 두려워할 수 있도록 경계 없는, 전 지구적인 연대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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