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의 사자들] ⑥이란의 미래, 시위하는 10대
이란 10대들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채 이란 반정부 시위대의 노래인 셰르빈 하지푸르의 ‘위하여’를 부르고 있다. 출처: https://twitter.com/AlinejadMasih/status/1576911788964081664
9월16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게 붙잡힌 22살 마흐사 아미니가 사망했다. 아미니의 진료기록을 본 의사들이 구타를 당해 숨졌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이란 여성들은 분노했다. 다음날부터 “여성, 생명, 자유”를 외치는 이란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시위는 한 달째로 접어들었다. 그 사이 사망자는 2백명을 넘어섰고, 중고등학생부터 1979년 이슬람 혁명을 경험한 세대까지 거리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왜 용맹한 사자처럼 시위를 지속하고 있는가. 이란 청년 세대를 연구해온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가 시위 참여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거리에 나선 ‘테헤란 사자들’이 답한다. 편집자
이번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가장 놀라운 광경은 시위에 참여한 교복을 입은 10대의 중학생, 고등학생일 것이다. 앳된 목소리로 ‘여성, 삶, 자유’를 외치는 이란의 소녀들은 어떠한 생각으로 용감하게 시위에 동참할 수 있었을까? BTS 멤버의 초상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18살 여고생 사라(가명)에게 이란 10대 소녀들이 시위에 참여하는 이유, 10대들이 생각하는 이번 시위의 의미에 관해서 물었다. 이란 정부가 인터넷 통제를 강화한 탓에 수도 테헤란에 사는 사라를 왓츠앱으로 서면 인터뷰했다.
“지금 이란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우리의 권리를 되찾는 과정이에요. 우리 모두 자유롭고 안전하고 행복할 권리가 있지 않나요? 하지만 우리나라 대통령은 자유로워질 권리를 이란의 소녀들과 소년들에게 주지 않아요. 행복하려면 누군가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나? 무엇을 입을지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하나요? 우리의 머리카락이 그렇게도 치명적인가요?” 10월 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22살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을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란의 10대는 여느 사회의 10대와 다르지 않은 미디어 환경에서 자라왔다. 어쩌면 다른 어떤 세대보다 더 많은 해외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위성 채널과 인터넷을 통해 글로벌적 시각을 지닌 이 아이들이 만족할 수 있는 이란 국내 미디어 콘텐츠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유럽 축구 경기를 즐기고, 한국과 터키, 미국, 영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자란 아이들에게 이슬람 규범과 규율을 강조하고 이란-이라크 전쟁 순교자의 이야기들로 가득한 학교 교과서을 가르친다고 한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우리는 자유를 원하고, 이란 사람들 모두가 평화를 누리길 바라요. 강요된 종교를 원하지 않아요. 특히 히잡 (착용)은 스스로 결정할 권리라고 생각해요. 마흐사 아미니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우리의 권리를 주장할 용기를 얻지 못했을 거예요. 왜 누군가가 종교적 규제를 위해 죽어야 하나요?”
사라는 안전 문제로 시위에 직접 참여할 수 없을 때는, 밤마다 집안에서 구호를 외친다고 했다. 이란의 중고등학생들은 자신들의 교실 벽마다 걸려있는 최고지도자들의 사진을 찢었다. 교과서 앞표지를 장식한 ‘혁명의 아버지’ 이맘 호메이니의 사진도 마찬가지다. 이번 시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이란 10대들은 도발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란 10대들이 정부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SNS이미지. 트위터 갈무리
항의의 표시로 히잡 속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보이며 친구들과 교실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인터넷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세대’라는 별칭이 있는 세대답게 사라는 시간 날 때마다 해시태그를 통한 온라인 시위 활동을 열심히 한다고 했다.
2022년 10월26일 국제 앰네스티는 이란 시위로 인한 10대 사망자는 적어도 23명 이상이라고 보고했다. 이란 아르다빌에 사는 15살 아스라 파나히는 학교에서 보안군의 곤봉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BTS 팬이었던 17살 니카, 일상을 유튜브에 담았던 16살 사리나, 총상을 입고 숨진 17살 아볼파즐까지. 그러나 아이들의 죽음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 그들을 해시태그로만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끝>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이란 도시 젊은이, 그들만의 세상 만들기> 저자
기사원문 바로가기 “머리카락이 그렇게 치명적인가요?”…이란의 BTS 팬이 물었다 (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