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연구의 정체성과 소명에 충실한 아시아연구소로 거듭나길 소망합니다.

지역연구는 제국주의와 냉전 시대 세계질서의 산물입니다. 근대국가가 각자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를 실현하기 위해서 다른 사회와 문화를 연구할 필요성이 급속하게 커진 것이 이 시기입니다. 하지만 근대 정치체제와 학문이 정립되기 훨씬 이전부터 인간은 끊임없이 다른 사회와의 교류를 통해 부족한 물질을 보충하고 새로운 문화를 수용해왔습니다. 오늘날 세계가 다양성과 함께 동질성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도 각 지역, 국가, 사회가 오랫동안 연결되어 살아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1980년대 이후 가속화 하기 시작한 전지구화(globalization)는 인간사회에 전례 없는 초연결성(hyper connectivity)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통신과 교통 기술의 발전에 따른 ‘시간과 공간의 압축(time-space compression)’은 인간, 물질, 문화의 이동을 촉진하면서 상호의존성을 높이고 다양한 문제와 갈등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조응하여 지역연구의 중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자연과의 공존, 타자에 대한 관용, 불균등한 발전과 불평등의 완화를 위해서 지구촌 주민의 상호이해와 협력적 실천을 증진하는 지역연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긴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아시아연구소는 2009년 설립 이후 지역연구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다각적인 실천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23년 현재 7개 지역연구센터, 9개 주제 중심 프로그램, 그리고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는 HK+메가아시아 연구사업을 중심으로 활발한 교육연구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130여 명의 연구-행정 인력이 서울대학교의 관련 학과와 국제적 연구기관 및 연구자와 협력하며 아시아연구의 중심 기관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다학제, 다지역, 국제협력 연구를 심화하기 위해 매년 300여 회가 넘는 흥미로운 세미나와 학술대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소는 향후 아시아 지역연구의 정체성 확립, 국제화, 사회/산업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지식의 대중화를 지향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 연구소 구성원의 학술적 노력은 물론이고, 아시아지역에 관심 있는 국내외 기관 및 전문가와의 긴밀한 협력이 절실합니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와 함께 하는 모든 분의 시간이 인간의 상호이해와 상생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9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