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ne 5, 2025

모디의 군사적 성공과 정치적 실패, 뒤집힌 판세: 인도의 씬두르 작전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

4월 22일 빠할감 테러 이후 씬두르 작전이 5월 7일 개시되면서 4일 동안 인도와 파키스탄의 정면충돌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인도령 카쉬미르의 인도 측 실효지배가 시간이 지나면서 공고해질 구도에 접어들자, 파키스탄 내 무장세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촉발된 양국의 충돌은 2019년과 다르게 인도의 모디 정부에게 ‘군사적 성공과 정치적 실패’를 안겼다. 결과적으로는 인도군이 군사 작전에 성공했지만, 인도가 모디의 신격화라는 짐을 떠안은 ‘광고전’에 치중하면서 정보통제가 불러온 역풍으로 군사 작전이 철저한 실패라고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각인되고 말았다. 그 와중에 4월 30일 모디는 건국 이래 금기시해 온 카스트 인구조사를 전격 발표하면서 인도 정치지형의 지각변동을 일으켰는데, 그 여파에 주목할 시점이다.

강성용 (서울대학교)
2025년 5월 7일 인도 외교부 차관이 작전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The Hindu 보도

2025년 4월 22일 카쉬미르 빠할감(Pahalgam) 근처 바이싸란(Baisaran) 계곡에서 26명의 민간인을 살해한 테러가 일어났다. 남성들만 분리한 후에 종교를 확인하고 근접사격으로 사살한 사건은 인도 국민들의 공분을 낳았다. 기존 카쉬미르 분쟁에서의 테러는 군경이나 인도에 협조하는 현지인에 대한 테러들이었기에 힌두와 관광객 혹은 순례객을 대상으로 삼은 학살에 여론은 들끓었다. 여기에는 장기적으로 인도령 카쉬미르에서 영향력이 사라질 구도가 고착화되는 상황에 대한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의 초조함이 숨어 있다.

중국이 티벳의 독립운동을 다룬 처방전 그대로를 복사해서 모디 총리는 카쉬미르 지역으로 힌두를 이주시키고, 관광업을 활성화해 자본의 침투를 가속화시키고, 델리에서 스리나가(Srinagar)까지 준고속열차 노선을 개통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무슬림 인구가 대다수(73.77%, 2011년 인구조사)인 카쉬미르에서 반인도 감정은 물론 파키스탄에 대한 거부감도 강하던 상황에서, 2019년 모디정부가 개헌을 통해 헌법 370조와 35A조를 철폐하며 카쉬미르의 자치권을 몰수하고 외지의 힌두교도들에게 이주가 가능하게 만든 일은 카쉬미르 문제의 장기적 구도를 바꾸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카쉬미르는 인도의 일부로 고착될 것이었고, 관광업을 중심으로 한 자본유입을 차단하는 일이 인도에 저항하는 무슬림 세력에게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군부대 파견으로 2021년 120건이던 테러가 2024년 7건으로 줄어들고, 2024년 방문 관광객이 295만 명이었지만 2025년 3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구도를 흔드는 테러에 대응하고 국민들의 공분을 해소시키기 위해 대응을 해야만 했던 인도는 4월 23일 즉각 1960년부터 유지되어 오던 인더스강 수자원 공유 협약을 유예시켰다. 댐이나 여타 시설이 준비된 것이 아니어서 단기적 실효성은 없는 조치였지만, 파키스탄의 농업과 생활용수 대부분을 공급하는 인더스강 수자원까지도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지표명은 나름 정치적 상징성이 있었다. 그리고 양국이 비자를 취소하고 상대국 민항기에 영공 통과를 금지하고 하는 등등의 상투적인 정치적 다툼이 이어졌다. 인도는 장고에 들어갔다. 강력하되 핵전쟁에 이르지는 않는 군사적 대응 수위를 어떻게 정할지는 무척 어려운 결정이었다. 파키스탄은 정치적 지도부와 군부와 현장의 민병대가 따로 작동하는 3중 구조를 가진 상대라는 사실이 대응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었다. 여기에 보태어 힌두국수주의를 표방하며 반무슬림을 표방하는 모디 정부는 끊임없이 모디를 ‘세계를 이끄는 스승’(viśvaguru)으로 우상화하고 인도를 G3 강대국으로 포장하는 인지부조화의 정치환경에 스스로를 묶어 두고 있던지라 연일 대중매체에서 위대한 인도의 국방력을 광고하는 일에만 몰두한 채, 테러범을 구체적으로 체포하거나 테러조직에 대한 물증을 제시하고 못하고 있었다.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할 때부터 카쉬미르 전쟁 당시에도 무슬림 민병대 조직을 적극 활용했다. 또한 기존 영국의 군대가 부대 단위로 파키스탄 군에 편제된 것이 아니라, 모든 군인들이 개인적으로 파키스탄 군으로 합류하는 방식으로 파키스탄 군이 구성된 역사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요는 더 큰 인도의 군사적 위협을 항상 현실로 느끼는 파키스탄은 한정된 자원으로 인도에 맞서기 위해 항상 극단주의자들을 양성하고 활용했으며, 그 최고의 성공점은 바로 파키스탄에서 양성한 탈레반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후 곧바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파키스탄 탈레반과 연합해서 국경지역의 파쉬툰들을 배후로 삼아 반파키스탄 전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극단주의자를 양성하는 정치세력은 극단주의자들이 항상 통제가능할 것이라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파키스탄 군부의 입장에서 가장 모범적인 무장조직은 라쉬까르-에-타이바(Lashkar-e-Taiba)인데, 이 산하의 파생 무장조직 ‘저항전선’이 4월 22일 테러의 주체로 자임했다가 며칠 지나 취소하고 인도정보부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일이 있었다. 아무도 진실을 알 수 없지만, 또 한 번 파키스탄과 연계된 극단주의자들이 일을 벌인 것인데, 그들이 보기에도 도를 넘어서는 사태가 벌어지고 만 것이라고 보인다.

인도와 여타 관계자들이 빠지기 쉬운 착각은 바로 파키스탄 붕괴론이다. 24번의 IMF 구제금융 사태를 겪고 2022년 대홍수 때에 1,739명이 사망하고 400억 달러의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을 실패한 국가의 대표적 사례로 꼽는 이들은, 파키스탄이 곧 붕괴될 것이라는 희망회로를 가동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1947년 분할 당시 인도의 통치엘리트들도 그러했다. 현재 발로치스탄 독립운동과 파쉬툰의 파키스탄 거부 투쟁까지 겹쳐 있지만, 이제 관련 주체 모두는 파키스탄의 검증된 회복탄력성을 인정하고 위기가 구체적인 구조개혁의 계기가 되는 현실적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인도 정부가 장고를 거듭할 때 “핵 전쟁이 날까요?”라는 질문에 필자는 “미국이 자국민 대피령을 내리는지 보시죠.”라 대답을 했고, “어떻게 사태가 전개될 것이라 보십니까?”라는 질문에는 “훌륭한 무술감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두 배우가 약속대련을 실감 나게 하고 양쪽 모두 이겼다고 주장할 수 있는 각본이 필요합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그 각본을 제공할 무술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인도 측 주연배우라고 할 수 있는 아짇 도발(Ajit Doval) 국가안보보좌관과 파키스탄의 주역배우인 아씸 무니르(Asim Munir) 군사령관의 수읽기가 장고에 들어갔다.

마침내 5월 7일 인도는 파키스탄 영내 9곳을 공대지 폭격하는 씬두르작전(Op. Sindoor)을 개시했다. 카쉬미르 이외의 지역 4곳을 폭격하는 과감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 여성들의 한을 담은 상징물, 씬두르가 전면에 등장하고 국방부 브리핑에 여군 장교들이 (그것도 무슬림 여성 포함!) 등장하는 연출을 통해 인도 정부의 이미지 전쟁은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었고, “파키스탄 군과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았다.”라는 국방장관의 메시지는 파키스탄에게 확전하지 말자는 희망사항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쿠데타 없이 허수아비 민정(임란 칸 전 총리)을 내세워 실권을 유지하려던 파키스탄 군부의 하이브리드 전략이 큰 부작용을 불러와 입지가 좁아진 파키스탄 군부는 이런 제안을 수용할 여유가 없었다. 파키스탄 군부는 브리핑에서 공중전의 실상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120여 대가 넘는 전투기들이 국경을 넘지 않은 상태로 대치하면서 시계외전투(BVR)를 벌인 인류 역사상 최초의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산 조기경보기 ZDK-03과 스웨덴제 조기경보기, 그리고 중국산 대공레이더와 (중국의 위성망이 동원되었다는 추정도 있음) 전투기들의 데이터링크를 적확하게 활용한 파키스탄 공군에 인도 공군은 완벽하게 유린당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파키스탄 공군의 브리핑에는 인도 라팔 전투기 조종사와 사령부가 암호통신으로 교신한, 콜사인 ‘고질라’라고 부르는 교신 내용의 실시간 음성 데이터가 재생되기도 했다. 나아가 10여 대 격추가 가능했지만 인도가 전면전에 나설까 봐서 가장 비싼 최신예 프랑스제 라팔 전투기만 골라서 격추시켰다고 했다. 동원된 무기는 가격이 1/4~1/5이라는 중국산 J-10CE 전투기와 PL-15E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이었다. 프랑스 방산기업 다소 주가가 급락했고, 중국 청두항공 주가가 급상승했으며 전 세계 무기시장이 술렁였다. 방산판 딥시크쇼크를 맞았다. ‘알리 전투기’와 ‘테무 미사일’이 비싼 프랑스산보다 낫다는 보도가 파도치기 시작했다. 2019년 테러 이후 파키스탄을 폭격하면서 군사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총선에서의 판세를 완전히 뒤집어 대승을 거둔 ‘군사적 실패와 정치적 성공’의 기억을 가진 모디 총리에게 2025년의 악몽이 시작된 셈이다. 인도군 조종사들에게 파키스탄 공군기 요격을 금지하는 명령이 있었다는 보도는 이미 관심 밖의 내용이 되고 말았다. 이미지 정치와 이미지 전쟁에서 승리하던 인도의 집권당이 이미지 전쟁에 참패하는 사태에 수습책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실패가 점차 분명해진 인도는 강력한 카드를 꺼냈다. 9일에서 10일 사이에 파키스탄이 냉폭발(cold test) 핵실험을 했고 지금도 핵탄두를 저장하고 있는 끼라나 힐스(Kirana Hills)와 파키스탄군 참모부가 위치한 라왈삔디에 위치한 누르 칸(Nur Khan) 공군기지를 지대지 미사일로 공격했다. 누르 칸 기지는 핵전쟁 시 지휘 통제부가 자리할 지하 벙커가 있는 곳이었다. 이제 인도는 판돈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파키스탄이 다음번 도박판에서는 최소한 손목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핵 블러핑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지켰지만, 다음 한 판에서의 위험을 높인 것에 대한 성패 여부 판단은 전문가들의 토론거리가 되고 있다. 결국 몇 시간 전에 “우리 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던 밴스 미국 부통령의 언급이 무색하게 미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었고, 5월 10일 오후 3시 파키스탄 작전사령관이 전화를 걸어와 오후 5시 30분 휴전에 합의했다는 인도의 설명이 있었다. 인도의 군사작전은 두 가지 목표를 달성했다. 국민의 분노를 일부 잠재웠고, 파키스탄에게는 추가적인 테러는 아주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일이 될 것임을 각인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양국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파키스탄은 승리의 환호와 군부에 대한 애정으로 넘실댔고, 인도는 그저 대중매체의 아나운서들이 승리를 자축할 뿐이었다. 파키스탄의 아씸 무니르는 스스로 ‘원수’ 계급장을 달았고, 모디 총리의 핵심 지지층인 힌두 극단주의자들은 핵전쟁까지 지지했었지만 남은 것은 실망뿐이었다. 군사작전이 실패했다면? 두 나라는 공멸했을 것이고, 핵폭풍 속에 아수라장이 된 파키스탄에서 약 117개로 추정되는 핵탄두 중에서 일부가 극단주의자들의 손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었다. 이것이 바로 “뉴욕에서 핵폭탄이 터지는 것이 필연”이라고 9.11테러 이후 신문기사를 쓰던 미국 지도층이 우려하는 바이고 최대 관심사이다. 그래서 5월 18일 미국 주도의 IMF는 10억 달러의 자금을 파키스탄에 지원했다.

그런데 테러 이후 씬두르 작전 개시 시점 사이인 4월 30일, 인도정부는 독립 이후 한 번도 실행한 적이 없는 카스트 인구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정치적 핵폭탄을 터뜨렸다. 덕분에 이 정치적 핵폭탄은 실제 큰 논란도 없이 현실로 확정되었다. 이 결정은 모디로 상징되는 힌두국수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결합시킨 집권 아젠다가 2024년 총선에서 과반 달성에 실패한 이후, 인도의 정치가 다시 한번 카스트 정치로의 전환점을 맞는 순간으로 기록될 수 있다. 집권당 BJP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방식으로 구상하는 새로운 정치의 구도는, 인도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변화의 변곡점에서 힌두국수주의 세력의 마지막 성취가 카쉬미르를 둘러싼 ‘군사적 성공과 정치적 실패’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자소개

강성용 (citerphil@snu.ac.kr)

현)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부교수,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장, 한-인도산업포럼 상임위원장

전) 오스트리아 빈대학 책임연구원, 국제 울너사본 프로젝트 발기인, 무진불교학술상 집행위원장

<주요 저서와 논문>

『위대한 인도』 (공저), (문학동네, 2024).

『종교문해력 총서 2 불교. 미처 몰랐던 불교, 알고 싶었던 붓다. 인생의 괴로움과 깨달음』 (불광출판사, 2024).

“The Future of RMG Industry of Bangladesh Confronting COVID-19 and Industry 4.0: A Thematic Analysis.” (Kang et al.), Chittagong Independent University Journal. 2023.

“영원무역의 방글라데시 진출 전략: 제도적 공백의 극복방안을 중심으로.” 『KBR (Korea Business Review) 25 신년 특별호』 (공저), 2021.

“쌍쓰끄리땀과 암벧까르(Ambedkar)의 소환 그리고 고대사 재구성과 인도 현대 정치의 규정요소로서의 언어.” 『아시아리뷰』 10(2), 2020.

잠고문헌

  • Jaffrelot, Christophe (2015). The Pakistan Paradox: Instability and Resilience. Oxford University Press.
  • Kapur, S. Paul and Sumit Ganguly (2012). “The Jihad Paradox: Pakistan and Islamist Militancy in South Asia.” International Security 37(1), 111-141.
  • Mohan, Surinder (2022). Complex Rivalry: the Dynamics of India-Pakistan Conflict. University of Michigan Press.
  • Patil, Sameer and Rahul Rawat (2025). “Operation Sindoor: Understanding Context and Consequences.” ORF Online, May 09. (accessed 2025, May 23). https://www.orfonlin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