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후속세대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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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학술대회 파견 및 참관

 

제 10회 대학원생 중국연구 세미나 참관
2014년 1월 8~11일
홍콩중문대학교

김지은, 김진희, 류기은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1. 들어가며

 지난 2014년 1월 8일부터 11일까지 홍콩중문대학교에서 제 10회 대학원생 중국연구 세미나(The Tenth Graduate Seminar on China; 第十屆國際硏究生 “當代中國” 硏討班)가 열렸다. 홍콩중문대학의 중국연구서비스센터(USC: Universities Service Center for China Studies; 中國硏究服務中心)와 아시아태평양중국연구센터(APC: Asia-Pacific Centre for Chinese Studies; 亞太漢學中心)가 매년 공동으로 이 세미나를 주최한다. 이 중 세미나 기획에 주로 관여하는 USC는 1960년대 초부터 수많은 중국 연구자들이 연구를 위해 다녀간 ‘중국 연구의 메카’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방대한 양의 중국 관련 자료들을 한 데 모은 최고의 도서관이자 학자들 간 활발한 교류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대학원생 중국연구 세미나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특히 젊은 학자들을 지원하고 격려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중국을 연구하는 전 세계의 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이 각자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질의응답 및 토론 시간을 통해 연구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세션마다 각 분야의 선두적인 연구자들이 의장으로 참석하여 발표자 한 명 한 명에게 자세하게 코멘트를 해 주는 시간도 갖는다. 이번 제 10회 세미나에는 52명의 발표자들, 18명의 의장 겸 토론자들, 그리고 여러 참관인들이 참석하였다.

우리는 미중관계 및 중국연구에 뜻을 두고 있는 서울대학교 석사과정 대학원생으로 세미나에 참여했다. 서울대학교 미중관계 연구센터 후속세대 양성의 일환으로 마련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닷새 간 홍콩에 머물렀다. 전 세계의 젊은 중국학 연구자들은 어떤 주제로 연구를 하고 있고, 또 어떻게 연구를 하고 있는지 생생히 배울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본 보고서의 이어지는 내용은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 부분에서는 특히 흥미로웠던 발표 내용들에 대한 구체적인 감상과 나름의 평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주로 국제관계(international relations) 세션의 발표들을 다룬다. 둘째 부분에서는 발표자들이 사용한 연구방법에 관한 느낌을 담는다. 셋째 부분에서는 자료 활용에 초점을 맞추어 향후 미중관계 연구에 USC의 자료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는 세미나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을 정리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2. 연구 주제, 질문 및 내용에 관하여

이번 세미나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세션은 국제관계 세션이었다. 원래 등록된 네 명의 발표자 중 세 명이 참석했고, 홍콩대학교의 손인주 교수가 의장을 맡았다. 먼저 연구 주제를 살펴보면, 모든 페이퍼가 군사 안보 이슈와 관련된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첫째로 Kimberly Wilson은 국가들의 영유권 주장이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대만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사례를 통해 분석하였다. 둘째로 Franziska Plummer는 지역통합이 국경 안보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에 대하여 중국의 국경 통제 방식을 대상으로 연구하였다. 셋째로 Wenjia Wang은 중국의 대 동남아시아 에너지 정책에 관하여 발표하였다. 참석하지 않은 네 번째 발표자의 페이퍼는 “공세적 중국” 담론에 관하여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행태를 주제로 삼았다. 중국 국내정치 관련 세션의 연구들은 환경, 여성, 거버넌스 등 비교적 새로운 이슈들을 다루고 있는 것과 대비되었다. Plummer의 발표는 ‘국경 레짐(border regime)’ 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그나마 덜 했지만, 국제관계 세션의 연구들이 대체로 전통적인 안보 이슈들에 집중하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심지어 무역, 금융 등에 대한 연구조차 없어서 조금은 놀라웠다.

둘째, 연구 질문이 향후 연구 성과를 크게 좌우한다는 점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셋 중 가장 돋보였던 발표자는 Wilson이었다. 왜냐하면 Wilson은 다른 두 명과 달리 발표의 첫머리에 명확히 연구의 핵심질문을 던지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Wilson이 가진 질문은 “How do claims develop?”이었다. 영유권 분쟁에 관한 연구들은 그 경과나 결과에 주목하는 경향이 많은데, Wilson은 어떻게 영유권 분쟁이 생겨나고 진행되는지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따라 연구는 구체적으로 어떤 변수들에 의해 국가들이 더 쉽게 분쟁에 휘말리게 되고 갈등이 악화될 수 있는지, 언제 그러한 국면에 변화가 생기는지를 다루고 있었다. 질문이 명확하다 보니 Wilson의 발표는 단순히 남중국해에서의 대만 사례를 기술만 하는 데에 그치지 않았다. 사례에 대한 설명은 간략하게만 제시하고, 사례 분석을 통해 찾아낸 독립변수들을 – 자원, 국제법, 경쟁자의 전략적 행동, 역사, 국내정치 등 –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가설을 세워가는 단계를 보여주어서 재미있었다. 물론 이러한 독립변수들은 아직은 포괄적이고 초보적이었으며, 지표설정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적어도 연구자가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연구를 발전시키고자 하는지가 분명했다. 안타깝게도 다른 두 발표자는 연구의 주제는 있되 질문은 없었다. 연구 주제와 관련한 통념이 무엇이고, 퍼즐은 무엇인지가 뚜렷해야 한다는 손인주 교수의 지적에 공감했다.

셋째, 연구 내용에 관해서 기억에 남는 점은 세 발표자 모두 중국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행위자인 미국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 사람의 발표에 대한 질문과 토론에서 이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세 발표자의 연구주제는 모두 미중관계보다는 중국과 그 인접 국가들과의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런데 Wang의 연구의 경우 중국의 대 동남아시아 정책을 다루긴 하지만, 미국의 요인에 대한 고려가 매우 필요했던 주제였다. Wang이 다루고 있는 중국의 에너지 안보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은 중국의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Wang의 발표에서 미국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Wang의 발표가 단순히 중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를 기술하는 수준에서만 끝난 점이 매우 아쉬웠다. 그러한 변화의 국제정치적인 함의를 좀 더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편 국제관계 세션 외에 중국 국내정치에 관한 세션들도 흥미롭게 들었다. 여태까지 접해보지 못한 개념이나 시각을 배울 수 있었다. 그 중 ‘신체적 관점(body thinking; 身體觀視角)’ 또는 ‘신체화(somatization; 身體化)’이라는 개념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역사 세션에서 Jiawen Sun은 문화대혁명 시기 교육받은 젊은이들이 겪은 고난의 역사를 신체적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이때 처음 신체적 관점에 대해 듣고 신선하다고 생각하고는 이내 넘겼다. 그런데 이어지는 세미나에서 또 다른 두 학생이 비슷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었다. 정치운동 세션의 Zhi-ming He는 토지개혁 당시의 자살 현상에 대해 ‘신체의 정치화’라는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또한 사회적 권리와 사회 안정 세션의 Yi-ran Liu 역시 베이징 하층민들의 항쟁에서 신체가 갖는 의미에 주목하였다. 세 명의 발표를 듣고 나서야 이 개념에 주목하고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았고, 중국에서는 꽤 널리 알려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외에도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여태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들을 접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중국 관련 연구주제들 중에서도 한국인으로서 관심이 갈 만한 주제에 익숙했던 것 같다. 이번에 중국, 미국, 유럽 각지의 대학원생들이 연구 중인 다양한 주제를 한 데 모아 보면서, 중국연구 세부 분야의 무궁무진함을 맛볼 수 있었다.

3. 연구 방법에 관하여

연구 방법에 관해서는 크게 두 가지로 감상을 정리할 수 있겠다. 하나는 중국연구에 대한 미국 학계와 중국 학계의 연구 방법 사이의 차이점에 대한 관찰이다. 이번 세미나는 영어와 중국어가 모두 통용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발표자로 참여한 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은 거의 대부분이 중국인이거나 중국계 재외교포들이었다. 공부하는 지역에 따라 중국 학계의 영향을 많이 받은 연구자와 미국 학계의 영향을 많이 받은 연구자로 나뉘었다. 대체로 미국 학계의 영향을 받은 연구자들은 방법론적으로는 좀 더 정교하지만 주제 자체나 연구 결과가 그리 직관을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특히 UCSD에서 연구하고 있는 환경정치 세션의 Deborah Seligsohn, 거버넌스 세션의 Jiakun Zhang, UCLA에서 연구하고 있는 마이너리티 세션의 Chao-yo Cheng 등의 발표에서 방법론적인 고민을 잘 볼 수 있었다. 핵심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가설을 제시하며,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를 제시해가며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세 명의 연구결과는 공통적으로 조금은 당연하지 않은가 하는 물음을 불러일으켰다. 방법론적 정교함에 신경을 쓰다 보니 상대적으로 창의성이 덜 발휘된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반면, 중국에서 공부 중인 학생들의 경우 방법론적인 고민은 별로 없어 보여서 안타까웠지만 비교적 신선하고 특이한 주제나 접근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일부 질문 없이 주제만 가지고 시작한 페이퍼들은 주제에 대한 기술적인 묘사만 있어서 사회과학적인 연구 같지 않다는 인상도 주었다. 하지만 꼭 가설을 세우고 변수를 조작하는 틀에 따르지는 않더라도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나름의 방식으로 해답을 찾아가는 페이퍼들도 있었다. 상해교통대학에서 공부하는 정치운동 세션의 Shi-gu Liu는 1959년부터 1961년의 대기근 동안 우웨이(無爲)현에서 “기근이 왜 어떤 지역에서는 더 심각하고 어떤 지역에서는 덜 심각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독립변수, 종속변수와 같은 개념을 빌리지는 않았지만 해당 지역의 교통상황을 중심으로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물론 모든 연구자들이 위 관찰에 딱 들어맞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인 경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국과 중국 양쪽 학계의 연구자들이 지속적인 교류를 한다면 서로에게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양쪽 학계에 동시에 적용되는 문제로서 연구 설계에서의 사례 선정의 논리에 대한 느낌이다. 거의 모든 세션에서 발표자들이 맞이한 질문은 왜 그 사례를 선택했느냐에 대한 물음이었다. 국제정치학연구방법론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이 많이 떠올랐다. 이번 세미나에서 발표된 페이퍼들 중에는 단일사례 연구가 가장 많았고, 일부 중국 내 사례들 간 비교 연구가 있었으며, 한 페이퍼는 중국과 미국을 대상으로 국가 간 비교 연구를 시도하고 있었다. 사례를 어떻게 선택하든지 간에, 왜 애초에 그 특정 사례 또는 사례들을 선정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제시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특히 추론의 대상범주를 밝히고 자신이 선택한 특정 사례가 대상범주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설명한 페이퍼는 매우 드물었다. 우리는 방법론 수업에서 사례의 선택이 연구결과를 좌우할 뿐 아니라 결과를 어디까지 일반화하여 적용할 수 있을지의 폭까지도 좌우한다고 배웠다. 이러한 사례 선정의 논리는 가설 설정 단계부터 고민해야 하고 그 가설은 핵심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꼭 명심하고 연구 설계에 임해야겠다.

4. 자료 활용에 관하여

중국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어려움 중의 하나로 필요한 자료를 구하고 활용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우리들 또한 석사과정 대학원생으로서 연구를 직접 설계해보고 효과적인 주장과 설득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찾아 동분서주하는 경험을 해 보았다. 자료를 찾고 활용하는 일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실감하고 있던 터였다. 물론 창의적인 주장과 참신한 방법을 통해 내 연구의 의의를 부각시킬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동안 묻혀있던 자료를 발굴하고 분석하여 학계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 또한 큰 의미와 기쁨을 주는 것 같다. 이에 따라 자료에 대한 갈증은 점점 깊어지게 마련이었다.

USC는 중국은 물론 세계 어디에서도 접하기 힘든 자료들을 한 데 모아두고 있었다. USC는 대학 도서관 바로 옆 틴카핑(Tin Ka Ping)건물의 8-9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겨우 두 층밖에 차지하지 않는 자료들인데 그리 대단한 양을 담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겠지만, 직접 들여다 본 USC의 컬렉션은 중국 연구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세미나 둘째 날인 1월 9일, 정재호 교수님께서는 우리에게 USC 자료실을 구경시켜 주셨다. 교수님께서 직접 박사논문을 쓰실 때 하드카피로 한 장 한 장 읽어보셨다던 바로 그 흑룡강일보가 있는 곳이었다. 우리가 점심시간을 이용해 USC에 들어갔을 때에 이미 여러 발표자들이 자료를 열람하고 있었다.

USC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는 실로 방대했다. 250 여 종의 전국 단위, 성급 단위 신문들, 1500종에 이르는 정기간행물들이 1950년대 자료부터 하드카피로 보관되어 있다. 또한 지금까지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는 통계연감도 1300여 권에 달한다. 그 외에도 중국과 관련된 중문, 영문 단행본들 및 저널 등이 있다. 정재호 교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건물의 두 개 층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자료들을 보여주시면서, “중국 연구를 할 때 자료가 없어서 연구를 못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동안 나름대로 연구 설계를 하고 자료조사를 할 때 인터넷만 조금 찾아보고 자료가 없다고 포기한 일들이 떠올라 부끄러웠다.

먼저 둘러본 8층에는 각종 통계연감이 있었다. 1981년부터 현재까지의 『중국통계연감(中國統計年鑑)』은 물론이고 1993년부터의 『중국발전보고(中國發展報告)』, 1950년부터의 『중국고정자산투자통계연감(中國固定資産投資統計年鑑)』, 2000년부터의 『중국경제무역연감(中國經濟貿易年鑑)』 등 중국국가통계국에서 발간하는 대표적인 통계연감을 모두 소장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성급, 지급, 심지어 현급 지방에서 발간하는 통계연감과 각종 지방지를 구비해 두고 있었다. 이 자료들은 중국 국내정치에 관한 연구 뿐 아니라 국제관계연구의 다양한 이슈에서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특히 관심을 가지고 본 자료들은 중국의 외교에 관한 자료들이었다. 상해국제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국제형세연감(國際形勢年鑑)』이 1982년부터 2011년 판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중국국제법연간(中國國際法法年刊)』 과 같은 연감도 흥미로웠다. 우리가 아직 본격적인 연구주제나 질문이 없는 상태라 이러한 엄청난 통계자료들을 두고도 무엇을 어디서부터 볼지 우왕좌왕했다. 나중에 연구를 위해 다시 오게 될 날을 꿈꾸며 이번에는 훑어보기라도 하며 자료들과 친해지는 데에 의의를 두었다.

<정재호 소장님과 함께 USC 신문서고에서>

 9층으로 올라가니 신문 서고가 있었다. 『인민일보』를 비롯한 여러 중국 신문들은 대개 2000년 이후의 기사들만 인터넷으로 제공하고 있어 늘 기사분석에 어려움이 많았다. USC에는 대표적인 일간지들 뿐 아니라 한국에서는 접근조차 어려운 해방군보까지 하드카피로 모두 소장하고 있어 너무나 반갑고 놀라웠다. 또 지방지들까지도 50년대부터 수집하여 모아놓은 모습이 연구자들에겐 실로 별천지라 할 만 했다. 돌아보던 중 지방단위에서 펴낸 외사지에 눈길이 갔다. 각 지역의 지방지편찬위원회에서 편찬한 것들로 『哈爾濱市志:外事對外經濟貿易旅遊』, 『河北省志·外事志』, 『黑龍江省志·外事志』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성급 단위 아래에 심지어 뤄양(洛陽), 칭다오(?島) 등의 시정부의 외사지도 있었다. 이런 외사지들은 지방정부 단위에서 직접 외국과 외교적 교류를 한 소식들을 보도하고 있다. 이번 학술회의의 국제관계 세션에서 세 발표 모두 안보에 관련한 이슈였던 만큼, 국방에 관련한 신문들에도 관심이 갔다. 『국방시보(國防時報)』, 『해방군보(解放軍報)』, 『중국국방보(中國國防報)』를 통해 중국의 영토 전략, 안보중점, 군 내부 사정 등을 분석해보면 흥미로운 질문 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학술지 섹션으로 넘어와서는 제법 익숙한 이름의 중국학술지들이 눈에 띠었다. 『국제관찰(國際觀察)』, 『국제논단(國際論壇)』, 『국제문제(國際問題)』, 『국제문제연구(國際問題?究)』, 『국제정치(國際政治)』, 『국제정치연구(國際政治?究)』과 같은 중국 유수의 학술지들을 발행 첫 판부터 최근판까지 두루 소장하고 있었다. 국제관계 세션의 Wenjia Wang의 발표에서 에너지 정책과 관련한 연구를 보여줬는데『중국국토자원문적(中國國土資源文摘)』이나 『중국능원(中國能源)』 같은 학술지들은 에너지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듯하다.

 USC는 중국학술지뿐 아니라 영문저널 또한 방대한 수준으로 구비하고 있었다. The China Journal, The China Quarterly, The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를 비롯하여 중국의 정치, 경제, 법, 교육, 여성, 종교 등의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228종의 영문 저널들을 소장하고 있었다. 남는 시간을 이용해 USC에서 The China Quarterly의 제일 처음 발행된 1960년, 문화대혁명이 시작된, 그리고 제일 두꺼웠던 1966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1972년, 개혁개방이 이루어진 1978년, 그리고 최근 ‘공세적 중국’이 논란이 되었던 2010년의 발행본들을 꺼내놓고 훑어보았다. 꺼내놓고는 중요한 사건이 발생하여 이에 대한 글을 쓰고 나면 2-3년 뒤에야 저널에 실린다는 점이 생각나 아차 싶었다. 그래도 고른 대로 쭉 살펴보면서 미국 학계에서의 중국 연구의 동향, 미국 학자들이 바라보는 중국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미중관계와 관련하여 아래 두 개의 전문 저널이 있어서 흥미롭게 살펴보았다. 하나는 United States China Relations이고 다른 하나는 US-China Review이었다. 미중관계는 오늘날 국제정치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양자관계로 여겨진다. 두 나라 관계가 지금과 같이 중요해질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1990년대 중반의 미중관계 관련 글들을 읽으니 신선했다. 일찍이 둘 사이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앞선 학자들의 통찰력이 느껴졌다.

5. 나오며

이번 세미나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앞으로 우리가 발표자가 되어 무대에 선다면 어떻게 청중을 휘어잡는 발표를 해낼 수 있을까에 관한 것이다. 연구 내용이 탄탄하고 독창적이어야 한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연구 내용 자체는 미루어 두고, 그 내용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잘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았다. 이번 세미나에서 40여 명의 발표를 들었다.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정확히 15분씩이었다. 그 15분에 딱 맞게 발표를 마친 사람들도 있었고, 시간에 쫓긴 사람들도 있었다. 첫째 날 국제관계 세션이 끝나고 정재호 교수님께서는 시간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에게 다시 일러주셨다. 대체로 발표할 때 시간관리를 잘 하는 사람일수록 페이퍼 내용도 더 훌륭한 경우가 많았다는 그동안의 교수님의 관찰도 들려주셨다. 철저한 시간관리는 여러 번의 리허설을 거쳐야만 가능하며 그것은 본인이 얼마나 준비되었는가를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셨다. 이번 세미나에서도 그러한 경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앞으로 우리가 직접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게 되면, 충분한 준비와 연습을 통해 주어진 시간 안에 연구의 핵심만 뽑아서 잘 전달하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도 본인의 연구주제에 익숙하지 않은 청중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발표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연구자들 간의 학술 교류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점이다. 영어와 중국어를 섞어서 써가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에 감탄했다. 특히 발표자들이 코멘트를 듣고 “아하!”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웃음 짓던 모습들이 기억에 남는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대다수의 페이퍼가 아직 진행단계에 있는 연구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토론은 완성된 결과물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이 오가는 형식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서로가 어떻게 하면 더 연구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지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형식에 가까웠다. 발표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질문이나 코멘트를 들으면서 영감을 얻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학술 교류의 장이 얼마나 가슴 뛰는 곳인지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뛰어난 업적을 이루려면 혼자서 오랜 시간동안 고민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는 이러한 세미나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연구 내용을 공유해보고, 그것이 ‘공유된 의견’으로 남에게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며, 다른 이들의 의견을 구해서 스스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가는 과정 역시 꼭 필요할 것 같다. 또한 코멘트들 가운데서도 유난히 “OO의 연구를 보면 도움 될 것이다”라든지, “내 동료 중에 △△의 연구가 당신과 비슷한데 서로 이야기 나누어 보면 좋겠다”와 같은 말들이 인상 깊었다. 중국연구자들 간의 학문적 커뮤니티가 생각보다 훨씬 긴밀하고 끈끈하다고 느꼈다.

이번 세미나는 우리가 참석한 첫 국제학술세미나였다. 지금은 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발표자로서, 세월이 좀 더 흐른 뒤에는 의장이나 토론자로서 참여하게 될 모습을 그려보라고 하신 정재호 교수님의 말씀이 와 닿았다. 홍콩에서의 경험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며 앞으로의 공부에 매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