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아세안 경제


박번순(고려대학교)

다양한 과제를 안겨준 코로나19

아세안도 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19를 피하지는 못했다. 통계 전문 웹사이트인 Worldometer에 따르면 2020년 11월 17일 기준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확진자는 40만명 이상이고 인도네시아는 사망자도 15,000명 이상이다. 소득수준이 높은 싱가포르 조차도 이주 노동자의 기숙사를 중심으로 감염이 증가하여 5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1] 코로나19의 전염을 효과적으로 통제했다고 평가되었던 미얀마도 2020년 9월 이후 감염자가 급격히 증가하여 7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코로나19의 감염 정도와 관계없이 아세안 경제는 모두 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아세안을 외부와 단절시켰다. 먼저 아세안의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만연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국경을 봉쇄하면서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싱가포르 등의 관광수입이 끊어졌다. 또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등 이주 노동자의 송금이 주요한 외화획득원이었던 국가들도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국내에서도 이동제한 등으로 민간소비나 투자가 위축되었다.

이와 같은 경제활동에 대한 부정적 영향 외에도 코로나19는 아세안에 여러가지 과제를 던져 주었다. 가장 먼저 코로나19는 정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가 결단력을 갖고 이른 시기에 봉쇄조치를 단행했던 베트남, 태국은 확진자가 적었던 반면 국토가 산재한 섬으로 구성되어 있어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약하고, 경제구조가 전근대적이며 소득분배가 상대적으로 좋지 못했던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에서 코로나19는 더 많이 확산되었다. 의료제도가 더 잘 갖추어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은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이 낮았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재정이 건전한 국가일수록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출 역시 많았다. 정부의 역량이 높을수록 경기침체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코로나19는 정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촉발시킬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둘째는 코로나19는 글로벌화에 대한 아세안 각국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한다. 아세안은 교역, 투자, 인력 이동으로 세계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의 침체는 아세안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화의 위축은 그동안 아세안을 둘러싸고 진행되어 온 흔히 글로벌 밸류체인(Global Value Chain: GVC) 혹은 지역 밸류체인(Regional Value Chain: RVC) 이라고 일컬어지는 국제분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현재 수많은 부품이 국가간 교환되는 체제는 어느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기업들은 서플라이 체인을 다시 한번 점검하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인적 교류가 거의 중단되면서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던 국가들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내수규모가 작은 아세안 국가들이 경제의 역동성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대외 의존도을 축소하는 일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아세안 경제통합을 향한 노력
출처: https://asean.org/8th-issue-asean-economic-integration-brief-covers-aec-2020-achievements-covid-19-recovery/

셋째는 아세안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를 다시 한 번 되살려 놓았다. 확진자의 경우 봉쇄여부와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것 같으나 사망자의 경우는 그 나라의 소득수준뿐만 아니라 의료제도, 소득분배 등 사회발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가 적었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은 빈곤문제가 거의 없었으나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등은 아직 빈곤문제를 모두 해결하지 못한 국가들이었다. 특히 아세안 국가의 대부분의 고용구조에서 비공식고용(informal employment) 비율이 높은데 이들이 더 큰 타격을 받게 되면서 소득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소득격차뿐만 아니라 자산격차가 심한 아세안 국가들에서 코로나19로 자산격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과거에 비해 경제사회적 격차 해소, 포용적 성장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면서 아세안 각국 정부는 불균형 해소에 대한 압력을 더 받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아세안 경제가 지속가능 성장을 할 것인가, 그렇다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가 아세안 경제에 미칠 영향뿐만 아니라 아세안 경제의 구조에 대해서도 이해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가 아세안 경제의 구조변화의 추세를 일시적으로 이탈시킬 요인인지 아니면 추세 자체를 변경시킬 성격을 갖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19는 단기적 충격이며 이러한 충격이 장기의 추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제한다. 따라서 먼저 아세안 경제 구조의 장기추세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아세안 수출경쟁력 하락

아세안의 경제발전 단계나 경제규모는 다르다.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는 소득이 높고 인구가 작은 도시국가이며,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은 많은 인구를 자랑한다. 이들은 오랫동안 글로벌화를 통해 성장해 아세안 선발국가로 불린다.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은 CLMV로 총칭되며 1990년대 중후반에 아세안에 가입한 후발국가들이다. 이 중에서 베트남이 강력한 수출산업을 육성하면서 수출규모에서 다른 아세안 선발국가를 제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을 아세안-5로 부른다. 실제로 이 아세안-5는 2018년 현재 아세안 인구의 88%, GDP의 83%, 그리고 수출입은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아세안 경제의 성격이 매우 이질적이지만 그래도 하나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그것은 아세안 국가들이 모두 대외지향적 공업화를 추진했거나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은 1980년대 중반 이후 급증한 외국인직접투자를 이용하여 수출산업을 육성했고, 베트남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급증한 외국인투자를 이용하여 수출부문을 육성했다. 캄보디아와 미얀마 역시 의류, 신발 등 경공업 분야의 수출이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 라오스도 내륙국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태국과 베트남을 연계하여 공업단지를 개발하는 등 외부와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위:%)
1985 1995 2000 2005 2010 2015 2018 2019
상품수출/GDP(%) 인도네시아 21.8 22.5 39.6 30.4 20.9 17.5 17.3 15.0
말레이시아 49.1 83.3 104.7 98.7 77.9 66.4 69.0 65.3
필리핀 15.0 23.6 45.5 38.4 24.7 19.2 20.0 18.7
태국 18.3 33.3 54.6 58.6 56.7 53.4 49.9 45.3
베트남 5.0 26.3 46.5 56.3 62.3 83.9 99.4 100.9
공산품수출/상품수출(%) 인도네시아 13.0 50.6 57.1 47.2 37.5 44.7 44.7
말레이시아 27.2 74.7 80.4 74.7 67.2 66.9 69.5
필리핀 26.8 41.5 91.7 89.2 56.8 84.8 83.8
태국 38.1 73.1 75.4 76.8 75.3 77.8 77.5
베트남 42.7 50.2 64.7 84.4
표1. 아세안-5의 상품 수출 및 공산품 수출 비율
자료: 세계은행

 

수출이 경제성장을 이끌면서 아세안 각국의 고도성장기에는 GDP에서 차지하는 수출의 비율, 즉 수출의존도가 증가했다. <표 1>은 GDP에서 차지하는 수출의존도와 상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공산품 비율의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외개방도가 높아지면 수출의존도는 상승하고, 공업화가 진행되면 공산품 수출비율도 증가한다. 수출의존도는 2019년 기준으로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이 상대적으로 높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낮다. 공산품 수출 비율은 2018년 기준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4국 모두 상당히 높다. 이 점에서 필리핀은 상대적으로 자원이 빈약한 국가임을 알 수 있고, 인도네시아는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국가임을 알 수 있다.

이 두 비율의 변화에서 베트남을 제외하고는 모두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후반까지 빠르게 공업화를 달성했고, 해외시장을 이용해서 성장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시기를 지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출의존도가 모두 감소했고 공산품 수출비율도 태국을 제외하면 모두 감소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아세안 주요국의 경제에서 수출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공산품 수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 비해 공업화를 늦게 시작한 베트남은 2019년까지 두개의 비율이 모두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 경제가 왜 아세안 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가를 이 두개 비율의 변화가 잘 보여준다.

수출의존도 감소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세안의 수출경쟁력 하락이다. 아세안의 2019년 현재 HS 4단위 기준 최대 수출품목은 1,600억 달러를 수출한 전자 IC칩이고, 2위 품목은 784억 달러를 수출한 무선전화기이다. 3위는 석유 및 역청유(원유제외)로 700억 달러를 수출했고, 4위는 컴퓨터 관련제품으로 349억 달러를 수출했다. 수입에서는 전자 IC칩이 수출과 같이 최대 품목으로 1,497억 달러 수입했고, 2위 수출상품인 무선전화기도 부품을 중심으로 478억 달러를 수입했다. 부품을 수입하여 가공한 후 이를 완제품으로 조립한 후 수출한다. 전자산업이 중심 교역품이지만 수출상품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중간재를 수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외화가득 효과는 낮다. 이에 비해 실제 외화가득을 기준으로 보면 의류, 무선전화기, 신발, 팜오일 등이 더 중요한 부문이었다 (박번순 2019, p. 129). 이처럼 아세안은 국제분업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부문과 노동집약적 생산과정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시장에서 가격결정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미성숙 탈공업화 현상 발생

아세안이 중국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도 수출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중국은 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 빠른 속도로 생산능력을 확충했고 기술수준을 제고했다. 중국 제품은 아세안 상품보다 더 높은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을 갖고 아세안 상품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아세안의 수출경쟁력 하락은 아세안 상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 상품의 경쟁력이 더 빠르게 제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에서만이 아니라 아세안 시장에서도 중국 상품은 아세안 상품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부품에서 최종 조립제품까지 산업 전분야에 걸쳐 생산을 하기 때문에 노동집약적 생산과정에 상대적으로 특화하고 있는 아세안 상품보다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등 전자산업의 소재와 중간재 부문의 기술을 개선하고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아세안은 오랫동안 중국에 전자 IC칩을 공급했는데 2011년에도 220억 달러를 수출했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70억 달러였으나 2019년에는 수출은 280억 달러로 약간 증가한데 비해 중국에서의 수입은 154억 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이처럼 중국과의 교역에서도 아세안의 경쟁우위가 점차 약화되고 있는 중이다. 그 결과 대중국 수입은 2019년 아세안 전체 수입의 21.9%로서 아세안 역내 21.5%를 상회하고 있다. 대중국 수입비중이 2008년 11.8%이었고 아세안 역내수입비중이 23.9%이었다는 점에서 10여년 사이에 전개된 수입구조가 극적으로 변한 것이다. 아세안이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이미 30여년 가까이 아세안자유무역지대를 꾸려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세안 경제가 아세안 공동체가 아닌 아세안-중국 공동체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그림 1> 참조).

그림1. 아세안의 중국, 한국, 아세안 역내 수입 구조 추이
자료: 2018년까지는 ASEAN Statistics Yearbook 각년도, 2019년 통계는 ASEAN Statistics DB에서 추출 필자 작성(2020.11.10)

경제발전과정에서 한 국민경제에서 성장을 이끄는 부문은 농업 중심의 1차산업에서, 제조업 중심의 2차 산업,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서비스 산업인 3차 산업으로 이동해 간다. 공급측면에서 보면 생산요소인 노동과 자본이 생산성이 더 높은 부문으로 이전하면서 경제전체의 효율이 증가하는 것이다. 수요측면에서는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증가하면서 소비의 중심이 농산품에서 소득탄력성이 높은 공산품으로, 그리고 다시 서비스로 수요로 고도화된다. 생산과 고용에서 제조업의 비중 감소를 탈공업화(deindustrialization)라고 하며 이는 경제성장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제조업의 높은 생산성 상승률 때문에 먼저 고용의 제조업 비중이 하락하게 되고, 경제가 성숙된다면 서비스에 대한 소득탄력성이 공산품의 소득탄력성보다 더 크기 때문에 제조업의 생산 비중도 감소하게 된다. 즉 고용에서 제조업 비중이 먼저 감소하고 생산에서의 비중 감소가 뒤 따르게 되는 것이다.

아세안 주요국에서도 고도성장기에는 제조업 비중이 증가했지만 2000년 이후에는 비중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의 제조업 고용비중은 감소했지만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에서는 증가했다. 이에 비해 생산비중은 베트남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최근 분명한 감소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고용비중이 증가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생산비중이 대폭 하락했는데 이는 인도네시아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상승률이 다른 산업에 비해 오히려 더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국의 경우도 2010년 이후 생산비중이 현저하게 감소한 대신 고용비중은 증가하고 있는데 역시 인도네시아 같이 노동생산성 상승률이 다른 산업에 비해 더 낮았다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구조에 더 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경우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에 비해 고용감소폭이 크지 않지만 감소하고 있고 제조업 생산비중은 별로 감소하고 않았다. 이 점은 한국이 상대적으로 건강한 제조업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표 2>참조).

 (단위;%)
생산 고용
2000 2005 2010 2015 2019 2000 2005 2010 2015 2019
인도네시아 27.7 27.4 22.6 21.7 20.5 13.0 12.7 12.8 13.5 15.0
말레이시아 29.9 27.9 23.7 22.6 21.7 23.5 19.8 17.7 16.5 17.8
필리핀 24.5 24.1 21.4 19.9 18.5 10.0 9.5 8.4 8.3 8.5
태국 28.4 29.6 30.9 27.6 27.1 14.9 15.8 14.1 16.8 16.3
베트남 NA NA 14.8 15.2 18.3 NA 11.7 13.5 15.3 20.7
싱가포르 27.7 28.3 22.0 19.2 20.9 19.5 16.7 14.8 11.1 9.6
한국 29.3 28.4 30.2 29.0 27.8 20.3 18.1 17.0 17.6 16.3
표2. 아세안 주요국과 한국의 제조업 비중 추이
자료: ADB(2020), ADB Key Indicators 2020. 각국편 통계에서 필자 계산(2020.11.10)

 

로드릭(2016)은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탈공업화는 기술진보의 결과이지만,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경제가 성숙하기 전에 제조업의 비중이 감소하는 미성숙탈공업화(Premature deindustrialization)는 무역과 글로벌화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즉 경쟁력이 낮은 국가가 개방을 할 때 선진국에서 수입되는 공산품과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성숙탈공업화가 나타나고 이는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2]. 이렇게 본다면 아세안 주요국에서 미성숙탈공업화는 중국으로부터의 급격한 수입 증가가 중요한 원인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미성숙 탈공업화는 중진국 함정이라는 또 다른 경제적 결과를 낳는다. 싱가포르를 제외한 아세안의 주요국가 중 1인당 소득이 가장 높은 말레이시아의 1인당 GNI는 2019년 11,200달러로 고소득국 기준인 1인당 GNI 12,536달러에 미치지 못해 중상위 소득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1인당 GNI는 2001년 3,550달러에서 2010년 8,260달러로 약 2.3배 증가했으나 2019년에는 11,200달러로 1.4배 증가하는데 그쳤다. 중진국 함정은 일반적으로 미국소득대비 20~40%의 소득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되거나 고소득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장기간 유지되는 상태를 말하는데 말레이시아의 경우 1996년에도 미국 소득의 15%이었으나 2019년에는 17%로 증가하는데 그쳤다. 말레이시아를 뒤 따르고 있는 태국, 인도네시아 등도 장기간 중진국 수준에서 머물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로 단기적 영향이 더 커

코로나19로 인한 교역과 투자의 둔화가 기업 및 금융 부문의 부실화로 연결되지 않도록 아세안 각국은 재정지출을 확대했다. 태국은 가장 적극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렸는데 소득지원, 대출 및 보증 등 GDP의 12%를 지원했고, 말레이시아도 6% 이상을 사용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도 GDP의 4% 가까운 재정지원을 했다. 재정 지원의 상당부분은 개인에 대한 지원이었다. 또한 각국 정부는 정책금리를 인하했으며, 지불준비율을 낮추기도 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완화적 통화정책의  일환이었다(World Bank 2020, 12-13).

(단위:%)
실현 성장률 세계은행(10월전망) ADB(9월전망)
2018 2019 2020 2021 2020 2021
인도네시아 5.2 5.0 -1.6 4.4 -1.0 5.3
말레이시아 4.7 4.3 -4.9 6.3 -5.0 6.5
필리핀 6.3 6.0 -6.9 5.3 -7.3 6.5
태국 4.1 2.4 -8.3 4.9 -8.0 4.5
싱가포르 3.4 0.7 -6.2 4.5
베트남 7.1 7.0 2.8 6.8 1.8 6.3
캄보디아 7.5 7.1 -2.0 4.3 -4.0 5.9
라오스 6.3 4.7 -0.6 -2.4 -2.5 4.5
미얀마 6.4 6.8 0.5 5.9 1.8 6.0
표3. 아세안 경제전망
자료: World Bank(2020). ADB(2020)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생산 활동은 축소되고 실업은 증가하면서 경기가 급속히 악화되었다.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의 전망에 의하면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의 2020년 GDP가 2019년 대비 축소될 전망이다. 부(負)의 성장률을 벗어날 국가로는 미얀마와 베트남 정도이다. 태국과 필리핀이 성장률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고, 말레이시아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태국과 필리핀은 관광수입의 감소, 이주노동자의 송금감소, 국내 소비감소 등으로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을 전망이다. 이에 비해 수출의존도가 낮고 관광수입도 적은 인도네시아는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에도 불구하고 성장률 감소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아세안 모든 국가가 2021년에는 정(正)의 성장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2020년에 타격이 컸던 나라들이 상대적으로 기저효과로 인해 성장률이 높아질 전망이지만 태국, 필리핀 등의 경제규모는 2021년에도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코로나19는 경제사회적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의 경우 제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비공식부문(informal sector)의 고용이 많다. 코로나19는 이러한 비공식 부문 종사자를 한계화시키면서 양극화를 낳게 되고, 양극화는 정치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이미 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치개혁 요구와 같이 경제사회적 격차에 대한 해소 요구가 점증하게 되고 이는 다시 경제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그렇다면 중장기적으로 아세안 경제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그 대답은 코로나19가 아세안 경제구조의 근본적 성격을 얼마나 변화시킬 것인가에 달려 있다. 또 이는 코로나19가 얼마나 맹위를 떨칠 것인가와도 관계가 있다. 코로나19가 적어도 2021년 상반기 정도에 종식된다면 아세안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고 단기적 충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즉 코로나19로 빈부격차의 확대, 교육의 질적 저하, 정부의 재정 건전성 약화 등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킬 가능성도 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 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구조를 변화시킬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아세안 경제의 중장기적 전망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아세안 경제의 장기적 구조변화에 아세안이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 있다.

아세안은 1980년대 이래 3번의 중요한 경기침체를 겪었다. 1980년대 초중반의 글로벌 경기침체와 자원가격 하락, 1990년대 후반의 아시아 외환위기, 그리고 2008~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것들이다. 이 3번의 경제위기에서 아세안 주요국들은 부(負)의 성장률을 경험했다. 1980년대 위기는 제 2차 석유위기 이후 세계경기 침체에 영향받은 것이었다. 따라서 서방 선진국의 플라자 합의(Plaza Accord)와 함께 외국인직접투자가 아세안으로 급격히 유입되면서 해결되었다. 아세안 주요국도 기존의 수입대체형 공업화에서 수출주도형 공업화 정책으로 성장전략을 전환했다.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은 다국적기업 기반으로 세계의 주요한 제조업 수출기지로 전환되었다. 아세안 경제는 플라자합의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정도로 구조적 변화를 겪었다.

1990년대 후반의 위기는 10여년간의 고도성장 결과 내부에서 쌓인 문제가 터진 것이었다. 위기의 충격이나 정도는 심했다. 아세안의 통화가치가 폭락했고, 인플레이션과 금리는 대폭 상승했다. 기업의 도산은 급증했고 금융기관도 무너졌다. 경제성장률도 1999년 인도네시아의 경우 -13%,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7% 정도에 이르렀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IMF의 지원을 받았고, 기업과 금융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다행하게도 위기가 아시아 지역에 한정되어 있었고, 세계경제는 호조를 보이고 있었다. 위기를 겪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가 외환 및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면서 수출을 확대할 수 있었고, 중국의 WTO 가입 이후 대중국 수출 역시 급증하여 회복에 도움을 받았다. 물론 아시아 외환위기는 위기에 전염된 아세안의 성장잠재력 약화라는 후유증을 남겼다.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적 차원의 위기였고, 이 때문에 아세안 주요 수출국들은 수출이 감소하면서 위기를 겪었다. 국제적인 수입 수요의 침체로 2009년 아세안 전체의 수출은 17% 이상 감소했는데, 대외의존도가 높았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수출은 20% 이상 감소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2019년 부(負)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도 2010년 29% 이상 수출이 증가하면서 완화되었다. 특히 대중국 수출이 거의 40% 가까이 증가하면서 수출증가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제조업의 회복이 중장기 성장의 관건

이처럼 아세안 경제의 궤적을 돌아보면 충격의 원인이 무엇이었던가와는 관계없이 위기를 극복할 수 원인은 수출의 확대였다. 따라서 아세안의 위기 탈출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수출산업을 창출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아세안 위기는 침체의 규모에서는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지만 성격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의 수출시장의 문제와 유사하다. 즉 외환위기와 유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지만 당시와 같이 기업과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아세안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것인가는 수출 상황에 달려 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아세안의 수출증가율은 지난 20여 년 동안 둔화되었고, 수출의존도는 하락했다는 점이다. 아세안 개별 국가의 시장 규모가 내수 주도의 성장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수출의존도 하락은 성장률 둔화의 원인이 된다. 결국 아세안이 코로나19 이후 경제를 재건하고 장기적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출의 증가, 즉 제조업의 재건이 필요하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성숙 탈공업화의 진행을 막고 아세안 경제를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아세안은 미래의 성장동력 부문을 발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는 4차 산업혁명에 편승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산업이 아세안 경제를 선도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디지털산업은 디지털 인프라의 구축이라는 필요조건이 있다. CLMV 국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의 IT 인프라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여기에 사회적 혁신성, 개방성 등이 필요하다. 정치사회적으로 이러한 조건을 갖춘 국가는 많지 않다. 관광, 금융, 의료 등 서비스 산업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육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 부르나이, 라오스, 캄보디아 등을 제외하면 아세안은 인구가 3천만명 이상이고 인도네시아외에도 필리핀 베트남의 인구도 1억명에 이른다. 이들이 서비스 산업으로 의존한 성장을 지속할 수는 없다. 결국 아세안 경제 회복을 위한 중장기적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수출형 제조업을 재건하여 미성숙탈공업화를 방지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수출형 제조업을 회복시킬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조건은 중국의 제조업과 경쟁에서 비교우위 분야를 발굴해야 한다. 거대한 내수시장 규모를 가진 중국은 제조업 전분야에 진출하고 있으며,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중국의 공산품은 세계시장은 물론 아세안 역내 시장에서도 아세안 상품을 몰아내고 있다. 아세안의 제조업은 중국의 제조업에 비해 다국적기업 주도, 소재부품 산업의 취약, 기술 엔지니어링 인력의 부족, 내수시장의 협소라는 여러 문제를 갖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은 투자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입지를 이동한다. 중국의 생산비용 상승,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한 통상마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다국적기업들이 아세안으로 생산설비를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일본, 한국, 대만 기업들은 생산이나 부품의 조달 등에서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고 중국으로부터의 기업의 이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이란 거대한 시장, 품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중국의 부품 소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의 입지 이전이 얼마나 대규모로 이루어 질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이전 기업의 주요 목적지는 아세안이 될 수 있다. 아세안이 이들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2021년 아세안 투자기회
출처: https://asean.org/asean-launches-investment-opportunities-asean-2021-e-brochure/

장기적으로 혁신적인 아세안 자체의 기업을 만들어 내야 한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전자산업은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 최근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수출산업으로 등장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 역시 다국적기업이 생산자이다. 이 때문에 아세안이 이들 산업에서 문제를 발견한다고 해도 정부의 의지대로 산업구조를 변경하기가 어렵다. 다국적기업의 의사결정에 따라 이들의 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 노동집약적 산업의 경우에도 상황은 유사하다. 캄보디아는 봉제품의 수출이 2019년 107억 달러로 총수출 148억 달러의 70% 이상인데, 대부분 중국이나 동아시아 기업들이 저임 노동력만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당장 아세안이 전자, 자동차 등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산업에서 세계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기는 어렵다. 그러나 아세안 기업 중에서 특히 농가공(agribusiness) 산업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적어도 세계 산업 중에서 선진국 기업이 과점화 하고 있는 분야가 아니라면 아세안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섬유, 식품 분야 등에서 자국인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아세안은 또한 현지에 진출한 다국적 조립기업의 생산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지원산업(supporting industry)으로서 부품 및 중간재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일본의 스가총리가 부임 후 최초로 방문한 지역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였다. 일본에게 아세안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스가총리가 아세안에서 한 약속 중에서는 일본기업들이 아세안에서 서플라이 체인을 다각화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3] 아세안이 가장 필요한 부문을 이해한 것이다.

아세안의 제조업 분야 기술수준 제고가 필요하다. 다국적기업이 주요 조립산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아세안 당국 주도로 기술수준 제고가 쉽지 않다. 소재부품의 경우도 다국적기업은 모국에서 협력업체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아세안의 중소기업 역량도 충분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세안의 중소기업이 다국적기업의 생산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을 개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기술인력 양성도 중요하다. 아세안의 교육수준, 특히 이공계 기술 교육을 강화하여야 한다. 이 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교육기회의 축소나 격차에 대해 아세안 정부는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 경제통합의 강화도 아세안의 제조업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세안의 전체 시장 규모는 상당하다. 그러나 아세안의 지속적인 웅변에도 불구하고 아세안은 하나의 시장으로서 작동하지는 않는다. 이는 아세안 역내의 수입보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더 많아졌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아세안의 제조업체들이 아세안에서 비교우위 원리에 입각하여 보다 전문화를 강화한다면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고 그 자체로 경쟁력이 증가할 수 있다.  아세안의 통합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아세안 내의 발전격차를 해소하면서 통합과정에 아세안 후발국의 자발적인 참여를 장려하고 물적, 제도적 연계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소개

박번순 교수(pbs21@korea.ac.kr)는
고려대학교 경제통계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경영학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삼성경제연구소를 거쳐 현직에 있다. 동남아경제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통합에 대해서도 흥미를 갖고 있다. 동남아 및 동아시아 경제통합에 대해서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출판하였다.

 


[1] https://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 (2020.11.18 검색)

[2] 로드릭(Ridrik)은 그의 연구에서 아시아지역은 미성숙탈공업화를 경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그가 연구에 포함한 아시아는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국가외에 한국, 대만, 홍콩, 일본 등을 포함하고 있고 관찰기간도 길어야 2012년까지이다.

[3] 일본의 스가총리는 2020년 10월 하순 베트남을 방문하여 일본-베트남 대학교에서 연설에서  다양한 협력의 약속을 하는 가운데 일본기업들이 아세안으로 서플라이 체인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바 일본은 서플라이 체인의 복원을 증대시키기 위해 아세안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참고문헌

  • 박번순. 2019. 『아세안의 시간』, 지식의 날개.
  • ADB. 2020. Key Indicators for Asia and the Pacific 2020.
  • ADB. 2020. Asian Development Outlook 2020 Update Wellness in Worrying Times.
  • ASEAN Statistics Yearbook. 다수호
  • Prime Minister of Japan. 2020. “Building together the future of Indo-Pacific: Speech by the Prime Minister at the Vietnam-Japan University October 19, 2020”
  • Rodrik, D. 2016. “Premature Deindustrialization”. Journal of Economic Growth, 21(1), 1–33.
  • World Bank. 2020. East Asia and Pacific Economic Update October 2020: From Containment to Recov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