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적 관점에서 아시아를 파악하다

 

아시아에 대한 지역연구는 아시아 대륙의 대규모성 그리고 대륙 내 지역 간의 이질성 등으로 아시아 전체를 한꺼번에 아우르는 연구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연구들이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남부아시아 등 하위지역 단위별로 지역연구가 수행되거나 영역적으로 더 작은 개별 국가 단위로 연구가 이루어져왔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아시아 내 각각의 하위지역이나 국가들의 인종, 민족, 언어, 종교, 관습, 정치, 문화, 사회 등 여러 가지 특성을 함께 묶어 일반화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지역으로서 아시아를 분석하는 것은 이를 위한 지역연구의 관점과 방법론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매우 어려운 도전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네트워크적 접근을 그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바람직한 방향의 지역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이고도 비교적 포괄적인 대안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네트워크적 접근은 지역 혹은 지역 내 여러 가지 대상들에 대한 정적인 속성보다는 이들 대상들 간의 혹은 대상과 지역, 그리고 지역과 지역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의 성격을 이해하고자 한다. 네트워크에서 형성되는 흐름의 속성상 이 접근은 동적이며 관계 중심적 시각을 반영한다. 관계를 중심으로 대상의 특성을 파악한다는 의미는 특정 대상의 속성을 그 자체의 속성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대상과 관계를 맺고 있는 대상이나 지역 혹은 지역들과의 관계 속에서 속성을 파악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특정대상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이지만 동시에 이와 관계를 맺고 있는 네트워크상의 다른 부분들도 같이 고려하게 됨으로써 그 자체만을 바라볼 때에 비해서는 좀 더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을 견지할 수 있게 해 준다. 네트워크적 접근의 이러한 특성은 특히 지역연구와 같이 그 대상의 속성이 너무나 방대해서 모든 것을 다 고려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이에 관계되는 부분들을 선별적으로 고려에 포함시켜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에 매우 유용한 방법론적 틀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이 책은 인구, 도시, 국가라는 주제어를 통해 네트워크적 관점에서 아시아를 파악한다.

인구 네트워크의 관점에서는 열린 그리고 연결된 네트워크적 관점에서 동북아 및 아세안 지역의 인구현상과 그 사회적 영향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대응과제를 새롭게 정립할 것을 제안한다.

도시 네트워크 관점에서는 아시아의 도시 네트워크를 일반적인 도시 간 경제적 연계의 정도를 통해서 파악한 네트워크와 전략적 연계의 특성이 반영되어 있는 네트워크라는 두 관점에서 고찰한다.

국가 네트워크 관점에서는 동아시아 국가들에서의 협력과 갈등 양상을 고찰하고 동아시아 네트워크의 미래를 조망하며, 그 속에서 한국의 전략과 과제를 확인하고 한국의 위상을 진단한다.

협력과 갈등이 공존하는 지역, 성장과 쇠퇴가 동시적으로 진행되는 지역, 불균등성의 약화와 강화가 교차하여 나타나는 지역 아시아의 지역성을 규명하는데 있어 아시아가 가지는 다차원적이고 다층적인 네트워크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아시아의 현재를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고, 더 나아가 이러한 진단을 토대로 제시할 수 있는 아시아의 미래 또한 불확실성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책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