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을 지리체(Geo-Body)가 형성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방식으로 태국의 근대국가 형성과정을 고찰한 통차이 위니짜꾼 위스콘신-매디슨 역사학과 명예교수의 대표저작 Siam Mapped : A History of the Geo-Body of a Nation이 『지도에서 태어난 태국 – 국가의 지리체 역사』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가 펴내는 아시아 근현대사 총서 10권으로, 연세대학교 이상국 교수가 번역하였습니다.

진인진은 아시아근현대사 총서 1권 『중국의 감춰진 농업혁명』, 2권 『중국 동북지역 도시사 연구』, 4권 『러시아 극동지역의 역사』, 9권 『메콩강: 그 격동적인 과거와 불확실한 미래』를 발간하여 아시아 근현대사에 대한 기본적인 역사연구 성과들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지도에서 태어난 태국 – 국가의 지리체 역사』의 저자인 통차이 위니짜꾼 교수는 1957년생으로서 고교시절부터 학생운동에 참여하였고, 방콕의 탐마삿대학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인 민주화투쟁에 앞장섰습니다. 1976년 10월5일 발생한, 국가권력에 의해 최소한 46명의 민간인이 살해된 ‘탐마삿대학 학살사건’에서 학부 2학년 학생이었던 통차이 교수는 18명의 동료들과 함께 투옥되어 년간의 옥고를 치르게 됩니다. 앰네스티를 비롯한 국제적인 기구들의 양심수 석방 운동에 힘입어 1978년 9월 16일 석방된 통차이교수는 탐마삿대학을 졸업한 이후, 시드니 대학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1988년 박사학위 취득이후 태국으로 돌아가 모교인 탐마삿대학에서 1991년까지 재직했고, 이후 2016년 정년퇴직시기까지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지도에서 태어난 태국 – 국가의 지리체 역사』는 타이의 주류사관이라 수 있는 ‘왕실민족주의 사관’과는 달리 타이의 정체성과 국가성을 과거와 현재의 불연속과 주체와 객체의 파국적인 조우에서 모색합니다. ‘언어’를 근대 민족주의 형성의 기본요소로 간주하는 일반적인 가설과 달리 통차이 이 책은 ‘지리체(Geo-body)’라고 하는, 영토에 기반한 집단의식이 근대 국가형성의 주요요소로 간주하여 태국의 근대국가 형성과정을 설명합니다.

『지도에서 태어난 태국 – 국가의 지리체 역사』는 모두 10개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서장에서는 이 책의 문제의식과 기본개념 및 방법론, 목적 등을 서술합니다. 1장은 타이의 전통적인 공간 개념을 다루고 2장은 지리지식의 전이 양상을 설명합니다. 3,4,5 장은 각각 경계, 영토주권, 가장자리에서 발생한 지리지식의 대체을 다루고 6장에서는지도가 새로운 유형의 공동체인 시암을 창조하는데 수행한 역할을 서술합니다. 국가의 지리체가 등장하는 과정입니다.

7장과 8장은 지리체 담론이 새로운 지배 이데올로기와 결합하면서 태국의 정체성을 새롭게 형성해 나가는 과정을 서술합니다.

마지막 결론에서 서술된 내용을 요약하여 정리하고, 지도가 근대국가의 이데올로기 형성에 기여한 바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지도에서 태어난 태국 – 국가의 지리체 역사』는 마무리됩니다.

 

한반도 지도를 ‘토끼’ 혹은 ‘호랑이’로, 이탈리아를 ‘장화’로 비유하면서, ‘지도’를 해당국가의 정체성으로 패러디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이미 익숙한 경험입니다. 『지도에서 태어난 태국 – 국가의 지리체 역사』는 이러한 단순한 경험에 착안하여, 근대적 지리학 기술의 산물인 ‘지도’가 지리체라는 이념을 형성하는 현상을 이론화 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태국이 절대왕정제를 유지하면서 ‘태국다움’을 새롭게 형성시키는데 ‘지리체’가 수행한 역할을 역사적인 과정을 추적하며 규명하였습니다.

1994년에 출간되어 25년간 아시아를 이해하는 주요한 저서로 인용되고, 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그 가치가 인정된 『지도에서 태어난 태국 – 국가의 지리체 역사』가 뒤늦게 번역된 것은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쉽게 찾는 여행지이기도 한 『지도에서 태어난 태국 – 국가의 지리체 역사』가 태국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태국에 대한 이해를 한층 깊게 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