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지역의 현장 연구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미디어 수용자들의 문화 전략과 아시아적 정체성의 형성 과정

현재 변화하는 국제 커뮤니케이션은 과거의 이념적 정향이나 일방적 권력 관계로만 프레임 지을 수 없는 복잡다단한 현상 가운데 있다. 특히 아시아는 문화적으로나 정치경제적으로나 가장 큰 변화의 격랑에 휩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아시아 정체성에 가장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일반 사람들의 일상성에 천착하여 미디어 수용 과정을 고찰하고자 했다. 세계 어디서나 거의 모든 사람은 미디어 수용자이며, 미디어 수용 과정은 가장 비근하고 구체적인 문화 현상을 드러내며 정체성 형성의 과정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지역에서 한국 미디어 수용 과정을 심층적으로 살핀 5년간의 현장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 미디어가 글로벌하게 확산되고 다양한 문화권에서 소비되는 현상을 중심으로, 특정 문화를 선호하는 글로벌 미디어 수용자들의 문화 전략을 살펴봄으로써 아시아적 정체성의 형성 과정을 설명하고자 했다.

 


저자 소개

윤선희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전공 분야는 문화 연구, 영상 커뮤니케이션이다. 미국 오레곤대학에서 정치경제학, 문화 연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방송, 영화, 디지털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에 대한 문화 연구, 특히 수용자 연구에 성과를 보여 국제 저명 학술지와 국내 등재지에 20여 편의 관련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는 『영상산업과 문화 연구』, 『사이버 문화와 여성』, 『광고 문화』가 있다. 최근 문화 연구의 외연을 확대하고자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미국 예일대학 방문 교수로 있으면서 신학, 철학, 음악학 연구에 매진하여 그 성과로 논문 “Asian Modernization and Mediatization of Religion”, “Tuning in Sacred: Youth Culture and Contemporary Christian Music” 등을 썼다.

 

 


본문 중에서

21세기 다양성의 시대를 맞으면서 아시아는 저항을 넘어 하나의 대안으로 등장하게 되었으며, 비록 관념이나 판타지로서의 성격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나 일상성의 체험과 실천을 통해 아시아적 정체성은 새롭고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중략) 여기에는 전형적인 이데올로기적 문제와 문화 갈등의 문제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지만, 일상 속에서 이것이 극복되고 새롭게 해독되는 과정을 추적하려 했다. (20쪽)

한류의 부상은 일상의 장에서 아시아 정체성 형성에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한다. 초국적 민족주의를 근거로 한 집단 공동체 의식이 상상적이고 권력을 토대로 형성되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더라도, 아시아 지역에서 한류를 통해 미디어가 교류하면서 형성되는 아시아적 정체성의 담론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45쪽)

아시아 미디어 수용자들이 각국 사회 내부의 동인과 개인의 일상성 속에서 한국 드라마를 수용하면서 느끼는 아시아적 정체성이 들뢰즈적 의미의 집단 환상이라고 해도, 이것이 아시아적 연대감을 형성하는 데 현실적으로 기여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일본과 중국의 수용자들은 한국 드라마 시청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를 맞았다. (82쪽)

유럽 청소년들의 대안적 가치는 앞선 이론들이 전제한 대안들에 비해 훨씬 복합적인 양상을 띤다. 비판 이론에서 제시하고 있는 사회적 기반의 대안, 즉 계급적 인종적 집단화라는 동인에 요즘 청소년들은 쉽게 동화하지 않는다. (중략) 이들이 인식하는 아시아적 정체성은 지역적·인종적 구속성도 아니며, 아시아의 전통문화는 더더욱 아니다. (124쪽)

일본 한류 수용자 연구에서 수용자들은 비록 미시적이고 내면적이기는 하지만 걸그룹으로부터 순종보다는 저항의 의미를 찾고, 가부장주의 이데올로기에 역행하는 여성적 정체성의 모델로 동일시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일본의 케이팝 걸그룹 팬들이 이들을 선망하는 데는 여성 차별적인 일본 사회에 대한 저항의 의미가 있으며, 이는 그들 간에 강하게 동기화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기존의 페미니즘 운동이나 여성주의 담론에 쉽게 동일화하지는 않는다. (163쪽)

동유럽에 부는 한류가 환상으로서의 코리안 드림 혹은 한때에 유행에 그칠 추세나 오리엔탈리즘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20년 서구 제도와 문화의 무분별한 도입으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동유럽 시민의 입장에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대안을 찾는 일은 절실하며 한때의 환상이나 이국주의로 환원될 수 없는 현실적 문제이다. 이는 위로부터의 제도적 실패를 몸으로 겪고 있는 일반인들이 요구하는 아래로부터의 대안이며, 일상 속에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문화적 실천의 수행이라 볼 수 있다. (203쪽)

북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면 한국 미디어가 묘사하고 있는 가식적이지 않은 현실적 모습이 흥미를 끈다는 반응이 많은데, 이는 한국 미디어에서 진정성과 도덕적 가치를 찾는다는 의미이다. 낭만적인 사랑이나 세련된 영상에 탐닉하는 것도 자유와 순수를 희구하는 이들의 새로운 세상을 향한 욕망과 무관치 않다. (237쪽)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인도네시아 청소년들 간에 번지는 한류의 인기는 자유와 발전의 미래를 추구하는 청소년들의 정신과 인도네시아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 서구 문화에 대한 반문화, 아시아적 대안을 찾는 자기 정체성을 모두 담고 있다. (중략) 인도네시아 한류가 보이는 이 같은 사회의식과 문화 정체성은 종교적으로 경도되고 날로 급진화하는 이슬람 종교 기반 속에서 대안의 문화를 찾고자 하는 처절하고 절박한 일상의 문화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274-275쪽)

이들은 프랑스 주류 사회의 가치와 자신의 출신 문화 모두에 저항하고 그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가를 케이팝 감상과 전파에 몰두하면서 자신이 희망하는 이상적인 모습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다. 프랑스의 케이팝 팬들은 때로는 토착 문화와의 유사성으로 인해 한국 문화를 선호하고, 때로는 서구 문화를 능가하는 엔터테인먼트 가치에 끌리면서 한국 대중문화에 매혹되었다. (292쪽)

 


차례

머리말

제1부 한국 미디어의 글로벌화와 아시아 정체성

제1장 한류와 아시아 정체성

제2장 아시아 정체성과 미디어 수용의 이론적 논의들

  1. 아시아 정체성의 문화현상적 논의
  2. 아시아 공동체 운동의 역사
  3. 아시아 공동체의 이상과 현실
  4. 아시아 정체성과 포스트구조주의
  5. 아시아 정체성, 저항성과 혼종성의 경계

제2부 아시아 정체성과 미디어의 이데올로기

제3장 한국 역사드라마의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와 아시아 수용자

  1. 서론
  2. 한국 역사드라마와 민족주의 이데올로기
  3. 한국 역사드라마와 동아시아 수용자
  4. 소결

제4장 서유럽에서의 케이팝 수용과 반인종주의

  1. 서론
  2. 케이팝 수용 연구와 관련된 이론적 이슈들
  3. 케이팝과 영국 청소년 문화
  4. 소셜 미디어와 네트워킹
  5. 사회 변화와 음악적 정체성
  6. 소결

제5장 걸그룹, 아시아 여성성의 이데올로기와 케이팝 팬덤

  1. 서론
  2. 걸그룹의 장르적 원형과 페미니즘 논쟁
  3. 걸그룹의 수용과 일본 청소년의 문화 정체성
  4. 소결

제3부 포스트사회주의 변화와 한류의 소프트 파워

제6장 동유럽의 한류와 코리안 드림

  1. 서론
  2. 동유럽의 한국 미디어 수용과 사회 재건 의식
  3. 동유럽의 한류 수용
  4. 소결

제7장 북한의 한류와 사회 변화

  1. 서론
  2. 북한 연구의 이데올로기적 한계
  3. 북한 청소년의 한국 미디어 시청
  4. 소결

제4부 문명 충돌과 종교 갈등 그리고 한류

제8장 인도네시아의 한류와 종교 문화 갈등

  1. 서론
  2. 인도네시아 이슬람의 정치사회적 배경과 급진화
  3. 인도네시아 청소년의 케이팝 수용
  4. 소결

제9장 프랑스의 소프트 테러와 한류의 소프트 파워

  1. 서론
  2. 프랑스 청소년 문화와 한류 팬덤
  3. 소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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