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연구자의 눈으로 본 베트남 사회통합의 딜레마: 소수민족정책을 중심으로

일시: 2022년 09월 27일(화) 12:00-13:00 장소: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3층 아시아 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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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7일 - 12: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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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7일 - 1: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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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3층 아시아 스퀘어

김두철은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방문연구원이자 (일본) 오카야마대학의 교수이다.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지리학과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일본 나고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UN 지역개발센터(UNCRD) 연구원, 토호쿠(東北)대학 조교수를 거쳐 1999 년부터 현직에 있다. 세계지리학회 농촌분과 위원장(IGU-CSRS)을 역임하고, 베트남 후에(Hue) 대학의 Honorary Professor 이기도 하다. 주 연구분야는 농촌지리학, 사회지리학(지방소멸, 마을만들기 등)과 베트남 지역 연구이며 2006 년 이후 90 여차례 베트남 현지조사를 수행하였다. 過疎政策と住民組織―日韓を比較して(2003, 古今書院)외 다수의 저서와 100 여편의 논문(베트남지역연구 관련 40 여편)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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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연구자의 눈으로 본 베트남 사회통합의 딜레마: 소수민족정책을 중심으로>
발표자: 김두철 (아시아연구소)

아시아라는 이름에는 유럽중심주의가 있다. 고대 유럽의 시각에서 유럽의 동쪽에 있는 지역을 부르던 명칭이, 이후에도 변함없이 유럽 동쪽 전체를 지칭하는 이름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그런 이름을 지닌 아시아는 16세기 이후 유럽의 식민지가 되어 갔다. 동인도회사로부터 시작한 식민화의 물결은 19세기 말에 이르러 가장 동쪽 한반도에까지 다다랐다. 그런 유럽인들에게 아시아는 전근대적 사회구조에 머물러 있는 공간으로 여겨졌다. 마르크스는 ‘아시아적 생산양식’이라는 개념을 통해 고대에서 중세를 거쳐 근대로 이어지는 유럽과 달리 변화가 없는 아시아 사회의 정체를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 아시아는 20세기 들어 식민지로부터 벗어나 국민국가의 길을 걷게 되고, 20세기 역사 속에서 ‘발전(development)’이라 불리는 역동적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체험하는 공간이 되었다. 20세기 중반 인도는 제3세계의 리더가 되었고, 1970년대 중동은 석유를 통해 그 존재를 드러냈으며, 같은 시기 동아시아는 본격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이러한 발전 가운데서 아시아의 여러 정부들은 전근대적 경제나 사회구조로부터 근대적 경제 및 사회 구조로의 전환을 시도했거나 시도하고 있다.

오늘날 베트남에는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낀족과 53개의 소수민족이 있다. 낀족이 평야지대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정주인구였다면, 소수민족은 산악지대에서 이동식 화전농업을 했다. 20세기 중반까지 국가도 계급도 없이 살았던 이들은, 네덜란드 역사학자가 빌럼 판 셴델(Willem van Schendel)이 고안하고 제임스 스캇에 의해 확산된 개념인 조미아(Zomia)의 일부였다. 들뢰즈의 말을 빌리자면 쉽사리 영토화(territorialisation)되지 않는 동남아시아 산지인들의 일부를 이룬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어김없이 국가와 시장이 찾아왔다. 베트남 전쟁을 통한 통일 이후 베트남 정부는 본격적인 국민국가 만들기(nation building)를 시도했고, 도이모이라는 이름으로 개혁개방을 시작하면서 경제성장을 추구해왔다. 그런 베트남 정부에게 이들 소수민족은 영토화의 대상이자 정주화의 대상이었다. 이를 위한 정책이 1990년대 중반부터 전통적으로 공유되어왔던 임야 토지를 분배해 사적 재산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이는 임야에 대한 소수민족의 전통적 거버넌스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의 정주화 및 영토화 정책이 무조건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베트남과 라오스 국경의 Katup 마을의 경우 국가의 정책대로 특정 영토에 정주하며 살지 않고 있다. 그 중 라오스 국경 너머의 Katup마을 사람과 결혼한 사람은 베트남의 토지에 머무르지 않고 매일 같이 라오스 국경 너머에 경작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매일 같이 베트남과 라오스를 넘나들며 경작물을 재배하고 이를 베트남으로 가져와 판매하여 살아간다.

전통에서 근대로의 전환은 때로는 많은 고통과 저항을 수반한다. 관료제와 시장경제 등으로 특징지워지는 근대의 삶을 산다는 것은 오랫 동안 지녀왔던 거버넌스 구조와 생활 양식을 포기해야 하는 과정을 수반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자신을 지켜주던 안전망의 상실이기도 하다. 이전 시기 유럽에서는 엔클로저로 인해 공유지가 사유재산으로 전환되면서 도시로 사람들을 내몰아 산업화에 필요한 노동력을 만든 경험이 있다. 이 전환 뒤에는 공유지가 사라지며 소작농으로 전락한 이들의 고통과, 유랑민처럼 도시로 밀려나와 고된 노동을 통해 하루하루를 살아간 이들의 고통이 자리한다. ‘발전’하는 아시아의 한 켠에도 이러한 고통이 자리하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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