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업화 과정에서 ‘원시적 축적’의 부담을 짊어진 농촌의 문제를 ‘삼농’과 ‘삼치’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집대성한 연구서 『삼농과 삼치 – 중국 농촌의 토대와 상부구조』가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아시아 근현대사 총서 시리즈 12권으로 번역 발간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아시아 연구소는 이미 『중국의 감춰진 농업혁명』, 『중국 동북 지역 도시사 연구』와 같은 연구서 번역을 통해 2차대전이후 급진적으로 전개된 중국사회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의 폭을 넓히는 작업을 해 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간된 『삼농과 삼치 – 중국 농촌의 토대와 상부구조』는 중국 농촌 경제학 연구의 대가인 원테쥔 런민 대학교수와 그의 제자인 양솨이 베이징이공대학 교수의 2016년판 『三農與 三治』를 조형진 인천대학교 교수가 번역한 것입니다.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이자 실천가인 원테쥔 교수는 농촌/농업/농민을 지칭하는 ‘삼농’ 문제를 현대 중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근본 문제로 설정하고, 촌치/향치/현치로 표현되는 ‘삼치’라는 중국근대화의 부담을 농업/농촌 부문으로 전가시켜 온 지배기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21세기에 이르러 중국 중앙권력이 삼농 삼치 문제해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을 환영하면서, 그 해결책으로 전통적인 중국 향촌사회에 내재된 ‘촌락의 이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삼농과 삼치』 두 저자가 30여년간 수행해 왔던 연구작업을 4개의 묶음으로 선별하여 각각의 주제에 맞도록 재배치한 총 29건의 논문으로 구성된 총 564쪽의 방대한 이론서입니다. 1부는 삼농과 삼치를 중국 산업화 과정의 주요한 문제틀로 설정하게 된 방법론에 대한 소개로서, 총 6개의 논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2부는 중국 향촌사회가 겪게 되는 변화과정의 배경을 거시경제와 제도 변천사를 9편의 논설을 통해 제시합니다. 3부는 미시적인 사례 연구로서 9편의 논문입니다. 4부는 중국의 사례와 비교될 수 있는 해외 농업정책에 대한 비교 연구로서 일본, 아르헨티나, 네팔, 이집트의 사례를 포함한 6편의 논문이 소개됩니다.

『삼농과 삼치 – 중국 농촌의 토대와 상부구조』는 농촌이 감당해야 했던 부담에 의해 초래된 도농격차 및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향후 중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 경로를 모색하는 데 필수적인 과제임을 천명하고 있으며, 시장에 의존한 사유화, 민영화로 귀결되는 신자유주의적 방식을 지양하고 중국 향촌사회의 전통을 계승한 ‘촌락 이성’을 중심으로 종합적인 합작을 통해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극복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고유의 방법론과 시각으로 자국의 농촌문제 해결을 모색한 저자들의 학문적 실천적 문제의식은 중국 못지않게 급속한 변화를 경험한 우리나라 역시 겪고 있는 생태, 환경, 양극화, 도농격차 등의 문제 해결에 유용한 시각을 제공해 줄 것입니다.